어떤 눈물도 어떤 감정의 파고 없이 도달하는 애도. 모든 상처, 모든 상실, 모든 훼손, 모든 생, 모든 죽음, 모든 망실과 망각, 그 모든 인간 조건에 바치는 완전한 애도가 여기서 완성된다.
다른 한편, 그 유명한 페르세포네 신화를 차용하는 《아베르노》는 욕망과 폭력과 상실의 서사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이야기는 순결과 욕망에 관한 한 변치 않는 가장 익숙한 소재다. 그런데 글릭은 그 과거의 신화를 현대의 삶 속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15쪽, 16쪽 발췌)
얼마 전 읽은 세 권으로 된 페르세포네 × 하데스 소설에서는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신들을 인간화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재해석했다면, 이 책에서는 시인의 시선으로 여성의 삶에 드리운 일들을 재해석한 것이다.
그러니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짤막하게 접했던 소재를 이번에 다양하고 깊숙하게 살펴볼 수 있었기에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작가들이 보는 시선에 따라서 신화의 주인공이 달리 보이게 되니, 이 책을 통해 시인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도 독특했다.
물론 이 책 속에 담긴 시가 한 번에 이해되기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반복해서 읽다 보니 루이즈 글릭의 마음에 조금씩 접근하는 듯했다.
도전정신을 일깨워주고, 그만큼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