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르노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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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루이즈 글릭의 시집 세 권 중 《아베르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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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르노'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가 궁금했는데, 책장을 넘겨보니 그 의미가 바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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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르노, 아베르누스의 옛 이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서쪽으로 십 마일 떨어진 작은 분화 호수,

고대 로마인들에게 지하 세계로 가는 입구로 알려진 곳.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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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해설에도 보면 아베르노를 언급하고 있다. '아베르노'는 라틴어로 '지옥'을 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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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열여덟 편의 시가 수록돼 있는 이 시집은 하데스에게 붙잡혀 간 페르세포네의 신화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페르세포네가 루이즈 글릭의 자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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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신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최근에 소설까지 읽고 나니, 그 상황이 그려져서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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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르노》는 '떠남'에 관한 이야기다. 떠났다가 돌아오는 이야기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상실과 죽음을 딛고 다시 돌아오고 돌아오는 이야기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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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루이즈 글릭. 미국의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2020년 노벨문학상, 2015년 국가 인문 훈장을 받았다. 현재 예일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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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글릭의 시를 보며 내가 알던 시, 내가 이해하던 시를 넘어서는 느낌을 받았다. 저 너머의 세계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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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지금의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럴 때에는 쉼표를 찍고, 미래의 나 자신에게 한번 더 음미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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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르노》는 죽음과도 같은 상실을 견디는 목소리들의 세계다. 시인은 우리에게 그 안에 깃든 삶과 죽음의 이중 리듬을 잘 느껴보라고 초대한다.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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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의 세계, 세상과 모든 감각을 뛰어넘는 세계, 모든 죽음을 아우르는 세계, 이 책을 읽으며 그 세계에 초대받는다. 그 내용을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한자락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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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눈물도 어떤 감정의 파고 없이 도달하는 애도. 모든 상처, 모든 상실, 모든 훼손, 모든 생, 모든 죽음, 모든 망실과 망각, 그 모든 인간 조건에 바치는 완전한 애도가 여기서 완성된다.

다른 한편, 그 유명한 페르세포네 신화를 차용하는 《아베르노》는 욕망과 폭력과 상실의 서사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이야기는 순결과 욕망에 관한 한 변치 않는 가장 익숙한 소재다. 그런데 글릭은 그 과거의 신화를 현대의 삶 속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15쪽, 16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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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세 권으로 된 페르세포네 × 하데스 소설에서는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신들을 인간화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재해석했다면, 이 책에서는 시인의 시선으로 여성의 삶에 드리운 일들을 재해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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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짤막하게 접했던 소재를 이번에 다양하고 깊숙하게 살펴볼 수 있었기에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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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보는 시선에 따라서 신화의 주인공이 달리 보이게 되니, 이 책을 통해 시인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도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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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 속에 담긴 시가 한 번에 이해되기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반복해서 읽다 보니 루이즈 글릭의 마음에 조금씩 접근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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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정신을 일깨워주고, 그만큼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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