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록 요리 - 슬퍼도 배는 고프고 내일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네코자와 에미 지음, 최서희 옮김 / 언폴드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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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슬퍼도 배는 고프고 내일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 말이 마음에 쿵 와닿는다.

정말 어떤 때에는 인간인 것이 서럽다. 너무 슬프고 힘들고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겠으면서도 꼬르륵 배가 고파지면 인간 존재가 서글퍼진다.

뮤지션이자 칼럼니스트, 생활 요리인 네코자와 에미는 '그럴수록 요리'라고 한다.

다들 힐링푸드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음식이 있었다. 너무 슬퍼서 밥도 안 넘어가던 날들이 지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 중국집을 발견한 것이다.

문득 짬뽕이 먹고 싶어졌다. 주방장은 원래 브레이크 타임이어서 안 해주는데 특별히 해주겠다면서 나를 안내해주었고, 나는 짬뽕을 먹으며 속을 달랬다. 그때 그 음식을 계기로 시들어가던 나는 힘을 얻어 살아났다.

음식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요리에 인생 이야기가 더해지면 더욱 깊고 맛이 풍부해지는 법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나는 셰프가 아니다. 하루하루를 더 잘 살아가기 위해 음식을 만드는, 여러분과 똑같은 생활 요리인이다. 이 책은 요리뿐 아니라 50대를 맞이한 한 여성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요리와 인생을 떼어놓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먹는 것은 곧 살아가는 것이니까. 이 책을 손에 든 당신도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런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더욱 반짝이길 바란다." (책 뒤표지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며 이 책 《그럴수록 요리》를 펼쳐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네코자와 에미. 뮤지션이자 작가, 칼럼니스트, 영화 해설가이다. 2002년 프랑스에 건너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했으며, 2007년부터 10년간 프랑스 문화를 다룬 프리 페이퍼 《Bonzour Japon》의 편집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실천형 프랑스어 교실인 '냥프라'를 운영했다. 2022년에는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자신만의 삶을 가꿔가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인생의 고비를 맞는 순간에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날에도

어김없이 배는 고파오고

내일은 분명 찾아온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총 7부로 구성된다. 1부 '나와 보내는 시간을 즐기자', 2부 '지치고 힘든 날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자', 3부 '기분 좋게 놓으면 기분 좋게 돌아온다', 4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 5부 '함께 있는 순간을 진심으로 즐기자', 6부 '고양이처럼 매일 태도를 갈고 닦자', 7부 '인생을 더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로 나뉜다.

혼자를 기념할 만한 날의 레시피, 아주 보통의 날을 위한 레시피, 조금 보통의 날을 위한 레시피, 파리가 못 견디게 그리운 날의 레시피, 축하하는 날을 위한 레시피, 마음을 채워주는 디저트 레시피, 내일의 나를 위한 준비 등으로 나뉘어 레시피와 함께 이야기를 펼친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이야기와 먹는 이야기는 연결될 수밖에 없다. 먹는 것에 신경을 좀 더 쓰면 몸도 마음도 회복될 수 있는데, 그것을 잊고 마음에만 집중하기도 한다.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를 보니, 음식과 몸과 마음이 어우러져 진하게 우러나온다.

저자에게는 건강도, 일도, 돈도, 사랑도 전부 잃었던 때가 있었다. 처참한 인생을 벗어나려 도망치는 것을 그만두었을 무렵, 저자는 몸과 건강을 위해 식생활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음식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다.

재료를 손질하고 그 과정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를 들으며 신선한 푸른 채소를 보기 좋게 데친다. 호두를 다지며 고소하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한다.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매일 생명을 바치는 것들의 메시지를 느낄 때마다 이전에는 전혀 들리지 않던 내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즐겁거나 괴롭거나 기쁘거나 슬프거나 그 목소리는 매일 어느 때든 아주 풍요로운 색을 띠고 오랫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때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21쪽)




이 책에 있는 레시피는 솔직히 낯설고 어려워 보이며 재료도 생소한 것이 많아서 따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냥 상상으로만 먹는다. 그거면 족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나의 날들을 위한 나만의 레시피를 정리해두고 싶어진다. 이 책을 보면 나의 특별한 날, 보통날, 그리운 날, 내일의 나를 위한 제각각의 요리가 떠오를 것이다. 놓치지 말고 적어두어 그런 날의 나를 위해 마련해두어야겠다.

사라지는 것인 요리는 모양이 사라져도 그 요리를 먹은 사람의 혀와 마음에 남아 행복한 기억으로 모습을 바꾼다. 그러니까 제대로 이야기하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189쪽)

우리는 음식 자체만 먹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와 추억을 먹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담긴 스토리가 더해지니, 같은 음식이어도 예전 그 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에 더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정리해두었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아마 자신만의 힐링 푸드를 떠올려보며 자기 자신을 위한 레시피를 정리하게 될 것이다.

인생 이야기에 더해 요리도 고양이들도 시선을 끌어들이는 책이다. 저자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요리도 특별해 보이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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