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면 반칙이다 - 나보다 더 외로운 나에게
류근 지음 / 해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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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이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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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내고 살아가느라 애쓸

모든 이들에게

시인 류근이 건네는 위로 (책 띠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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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시인의 엮은 책으로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를 요즘 즐겨읽고 있다. 틈틈이 꺼내읽으며, 좋은 시를 잘 선별했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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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인 류근은 방송에서도 보았고, 특히 김광석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을 쓴 시인이라고 하니 그의 에세이를 더 읽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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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시인 류근의 4년 만의 신작 에세이라고 하니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 『진지하면 반칙이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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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류근.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대학 재학 중에 쓴 노랫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김광석에 의해 노래로 불리기도 했다.

등단 후 18년간 공식적인 작품 발표를 하지 않다가 2010년 첫 시집 『상처적 체질』을, 2016년 두 번째 시집 『어떻게든 이별』을 출간했다. 그밖에 산문집과 공동으로 엮은 한국 서정시선집 등 다수 출간했다. (책날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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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1장 '장래 희망이 시인이었다', 2장 '이왕이면 힘껏,', 3장 '사랑 아닌 줄 알아라', 4장 '세월이 줄어든다는 건', 5장 '당신 보시라고', 6장 '착하게 살아남는 시간', 7장 '비틀비틀 노래하는 세상 쪽으로'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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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일러두기에 보면 저자 특유의 표현에 따라 맞춤법의 구어적 사용, 비속어 표현 등을 일부 허용한 부분이 있다고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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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비속어는 쓰지 말지, 하면서 진지하게 다가갔지만, 그렇다. 진지하면 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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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야기부터 시선을 끈다. 「을지로 순환선을 타고」는 진지하다. 첫 이야기는 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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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을 착하게 들고서 을지로 순환선에 올라 한 바퀴 돌고 나면 시집 한 권이 내 가슴에 착하게 옮아져 있고, 다시 시집 한 권을 경건히 들고서 을지로 순환선에 올라 한 바퀴 돌고 나면 시집 한 권이 내 영혼에 경건히 옮아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내 가난한 청춘이 그렇게 흔들리며 흘러갔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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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음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한 마음에 계속 읽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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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이 어떤가 궁금하시다면, 살짝 언급하자면 삶 속의 각종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 듯 다양했다. 거기에 시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으니 평범한 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농담처럼 가볍게 흘러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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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주지 않으면서 쉬운 언어로 독자들의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듯하다.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무게 잡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형 느낌으로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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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부담 없이 읽어나가다가 문득 마음에 훅 들어오는 문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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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막 무슨 새들이 지구에 투신하는 소리 같으다. 이 좋은 가을날 스스로 몸을 던지는 나뭇잎들을 보자니 어디선가 많이 닮은 풍경이 생각난다.

아, 맞다. 나도 나를 어디론가 힘껏 던지는 힘으로 살아남았다. 참 고독하고 쓸쓸한 일이었다. (52쪽, 「고독하고 쓸쓸한 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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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비속어는 류근이라는 장르라고 보면 되겠다. 그가 하면 자연스러운데 내가 쓰자니 어색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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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진지하게 가다가 반칙임을 깨달았는지 마지막 단락은 비속어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어울린다. 그래야 느낌이 강렬하게 와닿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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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고비사막에 간 소설가 김연수가 그곳 유목민이 '낙타 국수'를 끓이는 모습을 보더니 "낙타는 제 배설물로 제 고깃국을 끓이네"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참 좋은 소설가일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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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 지상에서의 삶이란 전생에 내가 쏟은 배설물들에 의해 뜨겁게 익어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처럼 비 오고 바람 불고 해 뜨고 빚쟁이까지 뜨는 날일지라도 억세게 뜨겁게 성숙해 가는 것 아름답지 않은가. (270쪽, 익어가야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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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시인이 들려주는 삶의 다양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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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 '진지하면 반칙이다'는 「제 힘껏 살아내다」에 있는 사과 세 알 에피소드 끝에 '겨우 못생긴 사과 세 알 앞에 두고서 이렇게 진지하면 반칙이지 아니한가.'라는 말이 나온다. 스토리가 더해져서 그 문장을 접하고 보니, 제목만 보았을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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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마지막 글도 「진지하면 반칙이다」로 끝난다. 이 말이 마음을 확 풀어지게 한다. 제목으로도 잘 지었고, 책 속에서 풀어주니 이 말이 점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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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에세이여서 류근 시인의 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무렵, 맨 마지막에 끝맺음으로 「반성」이라는 시가 나온다. 시 감상으로 독서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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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듯, 무거운 듯, 진지한 듯, 농담이 든, 류근 시인만의 색깔로 독특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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