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차례에 보면 요리 제목보다 인생의 어느 순간이나 마음 상태가 더 큰 글씨로 담겨 있다.
사는 게 힘들 땐 주방으로 도망쳐, 인생은 누구나 처음이라, 도전하고 실패해도 또 도전하면서, 사람이건 요리건 알맹이가 중요해, 부정적인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야, 나만의 레퍼토리 하나쯤은 있어야지, 갈림길에서는 네가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해, 이거라면 좀 따뜻해질 거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시간을 들이는 것, 행복은 일상의 순간에 깃들어 있어, 그때의 쓸쓸함을 채워준 것들, 속도를 내려면 준비 운동이 필요해, 요리도 인생도 다 순서가 있어, 기본을 꼭 지켜야 할 때도 있는 법 등 인생의 순간과 함께 요리 레시피를 알려준다.
콘텐츠를 보면 궁금해지는 페이지를 찾아 펼쳐보게 되고, 울컥하다가 요리를 하고 싶어진다. 인생이 참 만만치 않으니까. 내 마음도 지금 그러니까.
첫 이야기부터 보통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꿋꿋하게 살아가는 싱글대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빠니까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싱글대디가 됐을 때 나는 매일 아침 쌀을 씻었어. 기억나니? 예전에 살던 아파트 주방에도 여기처럼 이런 창이 있었잖아. 나는 그렇게 매일 그 창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쌀을 씻었어. 부옇고 차가운 물 속에 손을 넣고 쌀을 박박 씻으면서 '지지 않을 거야.' 하고 나 스스로를 세뇌시켰지.
그러는 동안 '지지 않을 거야'는 점점 '맛있게 할 거야'로 바뀌었어. 아무리 추운 겨울의 캄캄한 아침에도 그렇게 작은 창으로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쌀을 씻었단다. 그게 산다는 거야. 나는 산다는 걸 여기서 배웠어. 분함과 후회와 슬픔을 주방에서 털어 냈어.
그러던 어느 날 깨달았지. 주방은 나에게 심신을 단련하는 무도장 같은 곳이란 걸 말이야. (24~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