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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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소설을 꼽으라면 단연 《파친코》가 떠오른다.

지금껏 내가 몰랐던 세상을 보여주며 세상을 한 걸음 다가가서 바라볼 수 있도록 소설로 풀어나가니 말이다.

어쩌면 다큐멘터리든 다른 매체로 접했다면 이렇게까지 임팩트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 소설이 세상과 접할 수 있는 창구이자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통로였던 셈이다.

이렇게 재일조선인, 자이니치의 삶에 대해 알 수 있었으니, 이 소설이 특별하다.

게다가 몇 개월의 시차로 두 가지 버전의 책을 모두 읽어볼 수 있었던 점도 특별하다. 번역을 달리하여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되니 읽는 맛도 달라졌다.

대략 알고 있는 내용에 더해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펼쳐지니 정말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민진.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다. 이 책은 신승미 번역, 인플루엔셜 출판사 책이다.

《파친코》에 쏟아진 압도적인 찬사

회복과 연민에 대한 강력한 이야기.

_버락 오바마(미국 전 대통령)

터전을 찾고자 애쓰는 이민자들의 희생에 관한 강력한 명상.

_주노 디아스(《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작가)

역사가 의도적으로 지우려 했던 사람들에게 바치는 풍부한 헌사.

_(《가디언》)

계급, 종교, 소외당한 역사와 문화 등 거대한 이슈들을 담아낸 역작.

_(《내셔널북리뷰》)

계급과 문화 차이로 씨름하는 한 가족의 다채로운 태피스트리를 능숙하게 엮어낸 걸작.

_전미도서상 심사평



전 세계 33개국 번역 출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아마존, BBC… '올해의 책'

2017년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소설 《파친코》 2권은 2부와 3부로 구성된다. 2부는 모국(계속) 1939-1962, 3부는 파친코 1962-1989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권에는 노아와 모자수, 솔로몬의 이야기가 더 많이 펼쳐진다.

애환도 많고 탈도 많은 이들의 삶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리기도 하고, 속이 상하기도 했다.

요즘 노아는 일본에 사는 조선인은 더 이상 일본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면 강제로 추방될 수 있다고 모자수에게 주의를 주었다. 노아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경찰을 존중해야 하고 설사 경찰이 무례하게 굴거나 잘못해도 공손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17쪽)

조선인이 일본에서 멸시받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이 소설을 읽으며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상황에서도 제각기 다른 삶의 태도를 볼 수 있었다. 노아와 모자수는 같은 형제이면서도 삶의 태도에 차이가 있었다.

막연하게 생각한 것 이상으로 사건사고가 많았으니, 때로는 이렇게 소설을 통해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가려진 어느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소설이기 때문에 더 실감 나게 그 현실이 전달된다. 그들의 마음까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책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역시 이번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노아의 이야기에서 가슴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지니 한편으로는 분노의 마음이 일었다.



저자는 1989년에 이 이야기의 착상을 얻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1990년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다녔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리고 변호사 일을 그만둔 후,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이미 1996년에 마음먹었다.

그러다가 대학 시절 들은 이야기를 소설화해서 뉴욕예술재단 지원금을 받았다. 그 지원금으로 강의를 듣고 베이비시터를 구해서 글을 쓸 수 있었다. 책을 출판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재일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알려야 한다는 고집스러운 믿음이 통했다고 확신했다.

2007년, 남편이 도쿄의 일자리를 제안받았고, 그곳에서 일본에 사는 조선인 수십 명을 현장에서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으며, 그 이후 기존 원고를 치우고 2008년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때로는 이렇게 한 가지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쓰고 고치고 다듬고 갈아치우기를 거쳐서 최적의 상태에서 선보이기도 한다. 오랜 시간 발효되어 우러난 이야기에 시대적인 상황까지 맞아떨어져야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를 뜨겁게 울린 한 가족의 대서사극

삶의 회복력과 존엄성,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담아낸

문화와 세대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고전의 탄생! (책 뒤표지 중에서)

재일조선인, 자이니치,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을 넘어서, 내가 그 상황이 되면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을 통해 이들의 삶을 간접경험하면서 그들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삶을 바라보며 이해의 폭을 넓혀보기도 했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사색의 시간이었다.

역사 속 개개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철저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소설이 주는 여운이 꽤나 오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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