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 서울 한양도성을 따라 걷고 그려낸 나의 옛길, 옛 동네 답사기
이호정 지음 / 해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뒤표지에는 이런 말이 있다.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서울에서

가장 천천히 흘러가는 옛길과 옛 동네를 걷다 (책 뒤표지 중에서)

그러고 보면 그렇다. 서울은 가장 다이내믹한 도시라고만 생각했는데, 서울에는 빠르게 변해버려 몰라보게 다른 곳이 되어버린 곳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변하지 않고 묵묵히 그 자리에 있어온 그런 곳들도 많이 있다.

오래전부터 그곳에 그렇게 있었던 곳인데 이렇게 책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니 비로소 마음에 와닿는 그런 곳들 말이다.

600년 역사 한양도성을 따라 자리한 성곽길과

북촌, 인사동, 부암동, 정동길, 청계천…

공간에 새겨진 역사와 삶의 기억을 생생히 마주하다

거대 도시의 한편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풍경들이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위안과 당부 (책 뒤표지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호정.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회원으로 지내며 오랫동안 고정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환경시민단체인 '하남시 푸른교육공동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부터 5년간 한양도성 안팎의 옛길과 동네를 두 아이와 함께 답사한 기록을 한데 모아 엮었다. '걷는 사람'의 눈에 비친 길 위의 풍경과 깊은 감동을 손수 그린 70여 장의 세밀화와 글 속에 담아냈다.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서울의 도시계획 현장에서 일했던 작가는 한양도성 주변의 역사와 보존에 대한 지식과 소양을 바탕으로 도시의 미래에 대한 성찰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두 아이와 함께 지난 5년간 '서울 한양도성'으로 둘러싸인 역사 도심의 안팎을 답사하며 보고, 느끼고, 고민했던 것들을 글과 그림으로 엮은 것입니다. 그곳에는 오래된 성벽 아래로 옛길과 옛 동네들이 남아 서울이라는 도시의 기억들을 불러내고 있었지요. 1부에서는 한양도성과 이어진 성곽길을, 2부에서는 한양도성 안팎의 옛길과 동네들을 거닐며, 그들이 오늘의 우리에게 전하려는 이야기들을 담담히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8쪽)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시작하며 '다시, 길을 걷다'를 시작으로, 1부 '한양도성, 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2부 '옛길과 동네, 지나간 것들이 보내는 당부'로 나뉜다. 마치며 '걸어온 길들이 오래된 풍경이 되고…'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서울 한양도성을 따라 걷고 그려낸 답사기다.

한양도성과 안팎의 동네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답사한 글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그러니 그 당시를 기준으로 묘사한 내용이 담겨있다.

한양도성 답사 지도를 보여주며 '낯선 서울이 친밀해지던 순간'에 관한 이야기부터 펼쳐진다.

나도 가본 곳은 '아, 거기 간 적 있는데….'라며 과거의 어느 시점과 생각이 이어지고, 처음 보는 곳은 '서울에 이런 곳도 있구나!'라며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답사하는 기분으로 글을 읽어나간다. 천천히 한 걸음씩 옮기며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함께 바라보는 듯했다.

이 책의 곳곳에 담겨있는 그림을 보며 현장감을 느끼면서 그곳을 상상한다.

이 책에 그림을 함께 담은 것은 이 책만의 독특한 개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곳을 지나가더라도 무덤덤하게 흘려넘겼을 지도 모를 풍경이 세밀화로 눈앞에 펼쳐지니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림은 사진으로 찍는 것과는 달리 한 올 한 올 대상을 보고 도화지에 담는 것이니, 그 정성스러운 시간이 나에게도 와닿는다.

그러니 이 책의 그림을 통해 서울의 곳곳을 재조명해 본다. 그려진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내 눈과 마음에도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날로그 식으로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며 바라본 풍경처럼, 그렇게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어쩌면 사진으로 담겨 있다면 휙 넘겼을지도 모를 장면 장면이 천천히 한 획 두 획 내 앞에서 풍경이 된다.

그림에 오래 시선이 머문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서울의 곳곳이 흥미로워 한 걸음씩 천천히 동참해본다.

현장감이 느껴지도록 잘 풀어내어 들려주니 글 읽는 맛이 느껴진다.

이렇게 함께 서울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누리는 것도 제법 멋진 일이다.



행간을 따라 600년 도성을 거닐다 보면 우각호처럼 느린 서울의 시간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변해온 것 안에 변치 않은 가치가 있음을, 한양도성이 있는 서울의 가치를 소중히 깨닫게 된다. 길의 풍경을 담은 그림을 보물찾기 하듯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서울 안의 또다른 서울을 거닐고 있는 아이와 나를 그려보게 된다. 옛길의 온기를 느끼며 아이와 함께 주말 나들이를 떠나기에 좋은 서정적 안내서다.

_이상묵 | (주)스테이폴리오 대표

저자는 서울에 사는 동안 서울이 가진 많고 많은 것들 가운데 '오래된 길'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서울의 옛길과 옛 동네를 두 아이와 함께 답사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읽어보니 나 또한 감회가 새롭다.

특히 저자는 5년간의 여정에서 인상 깊었던 것이 오랜만에 찾은 곳에서도, 처음 가본 곳에서도 그것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밤사이 기습 철거되던 역사적 건축물, 고민 없이 지워버리던 옛길 등 이 책에서 5년간 저자가 답사하며 바라본 당시 현재의 서울 모습을 담아내었다.

그래서 함께 생각하며 읽어나가기에 좋은 서울 답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과 글로 엮어낸 이 책을 통해 서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과거 역사와 현재 모습 등을 함께 바라보며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