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에디터스 컬렉션 1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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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문예 에디터스 컬렉션 중 한 권 《인간 실격》이다.

진작에 이 소설이 궁금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언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로 나를 휘감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표지 그림을 보아도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가. 그래서 한참을 망설였다.

하지만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하던 작품이라면, 어느 순간 의외로 기회가 빨리 와서 읽게 되기도 한다. 이 책과의 만남은 생각보다 빨라졌다.

이 작품에 대해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고 생각되면, 이 책의 뒤쪽에 있는 오쿠노 다케오의 작품 해설을 보아도 좋겠다.

나쓰메 소세키 《마음》과 더불어 일본 근대문학의 양대 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음울한 분위기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다자이 오사무의 유작 《인간 실격》. 이 작품의 존재를 모르는 일본인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출간된 지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는 작품이다. (155쪽)

이 정도의 설명이면 한 번 읽어볼 만하지 않겠는가. '이 소설 한 번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방황하고 고뇌하는 청춘의 초상,

작가의 일생을 지배한

상실과 소외, 번뇌가 여실히 담긴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걸작. (책 뒤표지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인간 실격》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다자이 오사무. (1909~1948).

본명은 쓰시마 슈지. 1909년 일본 아오모리현 쓰가루에서 부유한 집안의 11남매 중 열째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병약해 나면서부터 유모 손에서 자라다 이후 숙모에게 맡겨졌다. 어려서부터 작문과 외국어에 재능을 보였고,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최초의 자살 미수 사건을 일으켰다. 1930년 도쿄제국대학교 불문과에 입학 후 긴자의 술집 종업원과 함께 바다에 투신해 혼자 살아남기도 했다. 이후 좌익운동을 하다 대학을 중퇴했다. 1935년 문단 데뷔작인 소설 <역행>을 제1회 아쿠타가와상에 응모하나 차석에 그쳤고, 1936년 첫 소설집 《만년》이 출간되어 작가로 인정받았다. 마약성 진통제 때문에 약물중독 치료를 받던 중 1938년 스승 이부세 마스지의 초대로 덴가사야에 석 달간 머물며 안정을 찾았고, 이부세가 소개한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식을 올렸다. 1947년 발표한 《사양》이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정신적 공황에 빠진 일본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데카당스 문학' 대표 작가로 최고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1948년 《인간 실격》 집필 후 결핵을 앓는 그를 돌보던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다마강에 투신해 3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사후 출간된 《인간 실격》은 전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 중 하나로 현재까지 천만 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책날개 작가 소개 전문)



이 소설은 서문,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 후기로 구성된다.

작품해설과 옮긴이의 말, 다자이 오사무 연보로 마무리된다.



먼저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소설 속 화자를 파악하고 시작하는 게 좋겠다.

이 소설은 신원불명의 화자가 등장하는 서문과 후기, '요조'라는 일인칭 주인공이 구술하는 세 편의 수기로 구성된다. 서문과 후기를 이끌어가는 '나'와 작품의 중심을 차지하는 수기 속 '나', 이렇게 주인공이 둘이라고 보면 된다.

이 부분을 알고 읽기 시작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게 다가올 것이다.



'나는 그 남자의 사진 석 장을 본 적이 있다.'라는 이야기로 이 소설이 시작된다.

한 장 한 장 설명을 해나가는데, 마지막 사진이 가장 기괴하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이상한 남자 얼굴을 본 적은, 역시, 한 번도 없다'(10쪽)라고 말하며 첫 번째 수기로 넘어온다.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

내게는 인간의 생활이라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11쪽)

첫 번째 수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고백형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 시선을 집중해본다.

처음에는 단순히 타인의 이야기, 그러니까 나와 전혀 별개의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로만 생각되며 겉돌다가, 어느 순간 훅 들어온다. 마치 내 이야기처럼 말이다.

이를테면 '이게 뭐야?'로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그 이야기가 쏙 들어가고 작품과 이질감이 없어지며 읽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분량도 얇고 읽다 보면 그렇게 된다.

겁쟁이는 행복조차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목화솜에도 상처를 입습니다. 행복에 상처 입을 수도 있는 겁니다. 상처받기 전에 빨리, 이대로 헤어지고 싶다는 초조감에서 예의 '우스운 행동'으로 연막을 친 겁니다. (66쪽)



사실 나는 옮긴이의 말을 읽다가 이 소설을 읽으며 놓친 부분에 대해 뒤늦게 알아채게 되었다. 이 소설을 한번 읽고 끝낼 수 없는 이유다.

작품 속 주인공의 일생을 지배한 혼란과 불안정성, 여인들과의 동반 자살을 수차례 시도하는 이상행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면 당시 시대적 배경을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지 않으면 단순히 나약한 지식인의 한탄, 사회부적응자의 변명이나 넋두리로 폄하될 수도 있다). (166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또한 작품 해설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그의 심경이 소설 곳곳에 묻어나는데 그에 감화된 독자들은 '나도 다자이와 똑같다'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공감은 독이라고 했다.

아, 이 소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작품해설과 옮긴이의 말을 읽기 전에 선입견 없이 한 번 읽어보고, 그다음에 다른 이들의 설명이나 해설을 본 후에 또다시 읽어보면 좋겠다.

이 소설은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걸작이면서 또한 사유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러니 어떤 부분이 마음에 와닿는지는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많은 생각을 품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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