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햄릿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영열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8월

이 책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백미 『햄릿』이다.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와 함께 4대 비극 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 『햄릿』이니, 그동안 나도 『햄릿』은 여러 번 읽어보았다.

예전에 오리지널 초판본이 나왔을 때에도 챙겨 읽고 세계문학 컬렉션 중 한 권이어서 챙겨 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존 책과는 다른 의미에서 집어 들었다.

바로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이라는 점에서였다.

그런 점에서 다른 서적과 다른 기대감이 생겼다.

이번에는 햄릿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기대하며 이 책 『햄릿』을 읽어보게 되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세계문학 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의 극작가.

1564년 잉글랜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의 부유한 상인이자 유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명성과는 달리 작품을 제외한 생애의 기록이 거의 없어 추정만 할 뿐 미지로 남아 있는 것이 많다. 1586년 무렵 런던으로 떠나 극작가 겸 단역 배우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1589년 첫 작품 『헨리 6세』를 시작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당시 이름을 떨치던 학식 있는 작가들과는 달리 그는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럼에도 타고난 언어 능력과 예술에 대한 천재적인 재능과 감각, 인간에 대한 그만의 이야기는 그를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 만들어주었다. 1592년 가장 큰 인기를 끈 『베니스의 상인』을 계기로 1594년 <궁내 장관 극단>의 일원이 되었고, 1599년에는 동료들과 설립한 <글로브 극장>의 공동 소유주가 되었다. <궁내 장관 극단>은 1603년 제임스 1세의 후원으로 <왕의 극단>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곳에서 그는 희극과 비극, 사극 등 여러 분야의 작품을 발표했고, 계층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인기를 누렸으며 1616년 4월 23일 5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시카고 플랜 고전문학 그 첫 번째 책, 햄릿이다.

시카고 플랜이란 이름 없는 사립대학에 불과했던 시카고 대학을 명문 학교의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이다. 1929년 시카고 대학 제5대 총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호킨스가 추진한 시카고 플랜은 그가 잘 알고 있던 존 스튜어트 밀 식의 독서법을 따른 것으로 철학 고전을 비롯한 세계의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는다는 고전 철학 독서교육 프로그램이다.

미래와사람의 시카고플랜 고전문학 7종 중 1권은 『햄릿』이며, 2권은 『맥베스』, 3권은 『템페스트』, 4권은 『타르튀프』, 5권은 『인간 혐오자』, 6권은 『나사의 회전』, 7권은 『캉디드』이다.

『햄릿』이 시카고플랜 고전문학 시리즈 중 제1권으로 소개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햄릿 인물관계도가 펼쳐진다.

이미 이 책을 읽었든 아니든 가벼운 마음으로 인물 관계도를 훑어보고 읽기 시작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희곡 형식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이들의 대화를 따라가며 읽어나가면 된다.

그런데 이번 번역은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번역에 신경을 써서 시대의 간극을 줄이도록 애쓴 흔적이 보인다.

유명한 대사 중 한 부분을 소개해본다.

햄릿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쪽이 더 고귀한가?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도 참아야 하는가? 아니면 밀려드는 재앙의 바다에 힘으로 맞서 물리쳐야 하는가? 죽는다. 잠든다. 그뿐이겠지. 잠들어 만사가 끝나 가슴 쓰린 온갖 고뇌와 육체의 고통이 사라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바랄 수 있는 생의 극치가 아닌가. (93쪽)

읽기 쉽게 풀어 쓴 현대어판 『햄릿』은 무엇보다 술술 읽히는 점이 장점이다.

이 책의 번역가는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옮긴이에 의하면 우리가 읽는 <햄릿>은 셰익스피어가 직접 쓴 완성된 대본으로 존재해 온 것이 아니라, 공연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기억을 더듬어 구성하기를 거듭해서 만들어진 대본이라는 것이다.

이 희곡이 완성되기까지 참여한 이들 중 누구도 셰익스피어 본인은 아니었기에 누가 등장하고 퇴장했는지,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건네줬는지 같은 정보 외에는 지문이라 할 만한 것을 써넣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문학을 공부하는 영문학도로서의 목적보다는 독서를 즐기고 무대화를 상상해보는 데에 초점을 맞춘 번역본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227쪽)'라는 말에서 이 책이 어떤 분위기인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이 지금까지 읽어왔던 햄릿과 맛이 다르게 느껴진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으로 <햄릿>의 진수를 맛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