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오애리, 구정은 공동저서이다. 오애리는 신문사 기자로 국제부와 문화부 등에서 오랫동안 일한 뒤 지금은 꾸준히 책을 쓰고 옮기고 있다. 국제 문제와 역사, 생태와 문화 이슈에 관심이 많다.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의 역사적인 맥락을 전하고 인문사회학적인 이해를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구정은은 신문기자로 오래 일했으며, 분쟁과 테러, 재해에 대한 국제 기사를 많이 썼다. 그럴수록 강한 것보다는 힘없고 약한 것에, 글이든 물건이든 쓰는 것보다 안 쓰는 것에 관심이 많아졌다. 앞으로는 평화와 인권과 환경과 평등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 '미처 몰랐던 물건들의 이야기', 2부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3부 '알고 보면 더 흥미진진한 세계'로 나뉜다. '2,000년 전 바그다드에 배터리가 있었다고?', '못, 인류 문명의 가장 작은 부품', '인도에서 영국으로 간 샴푸의 여정', '성냥, 불씨에 깃든 가혹한 역사', '콜롬부스를 놀라게 한 고무공', '여성의 몸에 자유를 더해준 생리대', '임신은 어떻게 '선택'이 되었나', '바코드, 줄무늬에 정보를 담다', '산호초에 버섯구름이 솟았다', '수에즈운하가 막히면?', '태초에 가짜뉴스가 있었다', '말라리아 백신은 왜 만들기 어려울까', '우주로 간 억만장자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가장 먼저 들려주는 이야기는 '2,000년 전 바그다드에 배터리가 있었다고?'이다. 제목부터 솔깃하다. 1936년,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쿠주트 라부에서 고대 유물로 보이는 질항아리가 발굴됐는데, 약 2,000년 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 질항아리는 높이 약 13센티미터로 평범한 모양이었으나,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오스트리아 출신 고고학자이자 화가인 빌헬름 쾨니히가 1938년 발표한 논문에서 고대 이라크인들이 전류를 이용하는 도금 기술을 썼다는 가설을 제기하면서, 증거로 이 질항아리를 지목한 것이다. 항아리에 담은 산성 물질이 전해질 역할을 하고 구리와 철봉이 양극과 음극 역할을 해 전기를 만들어냈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었다.
배터리는 1800년 이탈리아 과학자 알레산드로 볼타가 처음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인데, 쾨니히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무려 2,000년 전에 인간이 마음대로 전기를 만들어 쓰는 일종의 배터리를 만들었다는 것.
하지만 학계는 쾨니히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그러면 이 항아리는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일부 학자는 의료용 전기충격기 설을 제기한다. 전기를 이용해 통증을 치료하는 데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 국립박물관이 소장했던 바그다드 배터리가 수많은 유물과 함께 약탈당하면서 안타깝게도 후속 연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말았으니, 미스터리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렇게 이 책에는 우리의 일상에 흔하게 있는 물건이어서 별생각 없이 접하던 것들도 새롭게 인식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짚어주고 있다.
'오, 정말 이런 일이?'라면서 사소하지만 대단한 물건과 장소, 세계에 관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그런데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충격에 충격이 이어진다. 단순한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어마어마한 역사가 들어있다는 것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책이다.
성냥의 대중화 덕에 사람들의 일상은 크게 편리해졌지만, 그 뒤에서는 끔찍한 비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유럽과 미국의 성냥 공장 인공장 노동자들 사이에 백린의 독성 때문에 턱뼈가 변형되는 '인중독성괴저' 환자가 속출한 것이다. 백린의 치명성은 당시 이미 성냥 머리를 삼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