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봐도 닳는 것
임강유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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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는 의미도 모르고 외우며 문제 풀기에 바빴고, 그 이후에는 자발적으로 읽을 필요가 없으니 시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매일 책을 읽으면서도, 책 리뷰를 매일 올리면서도, 점점 내 언어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표현하면서 무언가 막히는 느낌이 든 것이다.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 텐데…….' 생각하며 무언가 가로막힌 느낌이 들었을 때, 나는 시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조금씩 감상하면서 영역을 넓히고자 하고 있다. 과거 시인들의 시뿐 만 아니라, 현재의 시인들이 들려주는 시에도 귀를 기울이고자 했다.

이 시집의 제목은 『바라만 봐도 닳는 것』이다.

바라만 봐도 닳는 것이 무엇일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바라만 봐도 닳는 것』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임강유. 2018년 시집 '1인칭 시(詩)점'으로 데뷔했다. 시사문단 신인상, 현대시문학 디카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인생은 언제나', 2부 '슬픈 뒤 아픔', 3부 '그리고'로 나뉜다. 바라만 봐도 닳는 것, 조각가의 카타르시스, 어릴 적 크레파스, 함께, 달, 회색도시, 착각의 밤, 떠나소서, 언저리, 괜찮은 생각, 어쩌면, 눈 속에 핀 꽃, 비오는 날을 그리워 했다, 회상, 답례, 숨바꼭질 등의 시가 담겨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시는 「바라만 봐도 닳는 것」이며, 현대시문학 디카시문학상 수상작이다.

함께 감상해보고 시작해야겠다.



바라만 봐도 닳는 것

-현대시문학 디카시문학상 수상작

임강유

세상 천지 무엇조차

누군가에게는 무언의 가치가 있다.

그것을 칭하기를

인생, 세월, 시간이라 말한다.

만인에게 가장 공평한 것은

세상이란 호수처럼 흐르는 시간과도 같다.

맑은 호숫가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흐르게 할지언정

흐르지 않게 할 수 없듯이

나에게 할머니는

나란 존재보다 더 가치가 있다.

호강시켜드리려

삼십 평생 바라만 봤을 뿐인데

어느새 구부러진 허리는

세월의 유수를 짐작케 한다.

내 이마에 나이테가

하나 둘 생길 때마다

오히려 우리 할머니는 닳는 것 같아

나이 먹기 되레 두려워 진다.

금지옥엽 바라만 봐도 닳는

날 키우느라 닳아버린

우리 할머니의 허리.

할머니에 대한

무언의 고마움으로

나도 점점 닳아간다.



시인은 말한다. '사람의 감정은 물감이다. 언제는 빨갛게 달아오르다가도 이내 새까만 검정색이 된다'라고 말이다.

이 책에 담긴 시는 내 안의 검정색을 꺼내 보여준다.

이상하게도 그 검정색이 어울리는 시간이 있다.

그런 시간에 꺼내어 감상해보면, 시 속의 언어가 말을 건네줄 것이다.

그 마음의 교차점에서 '나도 그런 적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걸로 위로받는 것이다.

물음 없는 밤

임강유

정적이 흐르는 밤엔

물음 따윈 없다.

오로지

상념과 고민만 있을 뿐

저 별은 알까?

빛나지 않으며, 어두운 곳에서

바라보는 누군가 있다는 걸.



요즘 매일 시감상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감상한 내용을 적었지만, 요즘은 시만 적고 내 말은 아끼고 있다.

다른 어떤 책보다 시야말로 읽는 사람마다 감상이 다르고, 같은 사람이어도 읽는 시간에 따라 감상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읽는 사람의 감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시만 적곤 했는데, 이번에는 시집 리뷰를 위해 내 감상도 함께 적게 되었다.

이 시집에 담겨 있는 시들은 어두운 시간, 외롭고 고민 많은 때에 어울린다.

그런 때에 꺼내들면 어쩌면 그 안에서 마음의 교차점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모두의 목적지가 다른 것처럼

삶의 지표와 목표도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공통된 한 가지가 있다.

인생이라는 책의 하루라는 한 장을 넘긴다는 것. (126쪽, 「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중에서)

오늘도 새로운 한 장을 시작하며,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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