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속의 글을 읽다 보면, 저자가 수많은 생각으로 언어를 갈고닦아 조심스레 내놓은 느낌이 든다.
그냥 쉽게 쓴 글이 아니라 많은 사색으로 이리저리 고민하고 깊은 밤을 지새운 흔적이 보이는 것이다.
길을 걷다가, 술집 바에서 대화 소리를 듣고는, 친구와의 일화, 그 밖의 생각, 생각, 생각.
그 모든 것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 이 책 속에 펼쳐진다.
어찌 보면 정말 별것 아닌 사소한 것인데, 그게 꽤나 오밀조밀 멋진 이야기로 탄생한다.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하게 된 이야기들이 종종 보이는데, 그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하나만 발췌해 본다.
좁은 술집의 바bar에서 건너편의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두 남녀의 대화.
"올빼미와 부엉이의 차이가 뭔지 알아?"
"응, 아니 뭔데?"
"한번 들으면 못 잊을 거야. 봐, 올빼미는 머리 모양이 'ㅇ'이고 부엉이는 'ㅂ'이야. 신기하지."
"응, 그러네. 세종대왕님이 뿌듯해하겠어!"
엿보거나 들으려 하지는 않았지, 기분 좋은 웃음 소리가 바 너머로부터 자꾸만 건너오는 탓에 들은 대화. 마시던 술이 이렇게나 달았던가. 테이블 위에 놓인 초 받침대의 모양만으로 화음을 만들어 내는 남녀. 숲에 사는 새들의 귀 모양만으로 행복해질 수가 있구나.
사랑이란 건
세상의 자잘한 것들까지
넘치는 웃음으로 당겨온다.
앞으로도 그렇게 웃었으면 좋겠다. 사랑하고, 사랑하기를, 모든 사랑이 티끌 한 점 없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사랑의 모양은 입꼬리가 올라간 사람의 입 모양과 닮았다. (45~46쪽, 「사랑하고, 사랑하기를」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