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 지우개 - 지워지지 않을 오늘의 행복을 당신에게
이정현 지음 / 떠오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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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나쁜 기억 지우개'라니! 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 나쁜 기억을 싹 지워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 늘 좋은 기억만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나쁜 기억을 살짝 지워주는 것만으로도 좋겠다. 나쁜 기억이 지워지면 좋은 것만 남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고 보면 기억이라는 것은 참 오묘하다. 살다 보면 과거의 어느 순간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지만, 생각해보면 그 기억이 나 말고는 아무에게도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에 괴로워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니 나쁜 기억 지우개로 쓱싹쓱싹 지워주면 아무렇지도 않게 해결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지나간 나쁜 기억들은 오늘의 내가 행복에 닿기 위한 가장 확실한 힌트가 되어준다."라고 말이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나쁜 기억 지우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정현. 사랑하는 것들에 마음을 다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는 사람. 잃지 않으려는 욕심 보다 잊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서툴지만 잘 살고 싶다는 마음》, 《함부로 설레는 마음》, 《달을 닮은 너에게》 등을 썼고, 메일링 서비스 <일상 시선>을 연재 중이다. (책날개 중에서)

지난 기억을 지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온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동시에, 온전한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어제에서 한 발짝 멀어지는 것도 좋겠습니다. (7쪽)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성된다. 사랑의 유의어, 마음의 뼈, 손가락 혼잣말, 앞면과 뒷면, 꽃 먼저 피는 나무, 사람의 취향, 필요의 나머지, 마음을 사는 방법, 가을 마중, 꿈에서 너를 맡았어, 그냥, 슬프지만, 같은 계절, 남는 색, 겨울 아침, 아침 일기, 소리를 내줘, 냉동실 속 눈사람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책 속의 글을 읽다 보면, 저자가 수많은 생각으로 언어를 갈고닦아 조심스레 내놓은 느낌이 든다.

그냥 쉽게 쓴 글이 아니라 많은 사색으로 이리저리 고민하고 깊은 밤을 지새운 흔적이 보이는 것이다.

길을 걷다가, 술집 바에서 대화 소리를 듣고는, 친구와의 일화, 그 밖의 생각, 생각, 생각.

그 모든 것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 이 책 속에 펼쳐진다.

어찌 보면 정말 별것 아닌 사소한 것인데, 그게 꽤나 오밀조밀 멋진 이야기로 탄생한다.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하게 된 이야기들이 종종 보이는데, 그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하나만 발췌해 본다.

좁은 술집의 바bar에서 건너편의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두 남녀의 대화.

"올빼미와 부엉이의 차이가 뭔지 알아?"

"응, 아니 뭔데?"

"한번 들으면 못 잊을 거야. 봐, 올빼미는 머리 모양이 'ㅇ'이고 부엉이는 'ㅂ'이야. 신기하지."

"응, 그러네. 세종대왕님이 뿌듯해하겠어!"

엿보거나 들으려 하지는 않았지, 기분 좋은 웃음 소리가 바 너머로부터 자꾸만 건너오는 탓에 들은 대화. 마시던 술이 이렇게나 달았던가. 테이블 위에 놓인 초 받침대의 모양만으로 화음을 만들어 내는 남녀. 숲에 사는 새들의 귀 모양만으로 행복해질 수가 있구나.

사랑이란 건

세상의 자잘한 것들까지

넘치는 웃음으로 당겨온다.

앞으로도 그렇게 웃었으면 좋겠다. 사랑하고, 사랑하기를, 모든 사랑이 티끌 한 점 없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사랑의 모양은 입꼬리가 올라간 사람의 입 모양과 닮았다. (45~46쪽, 「사랑하고, 사랑하기를」 전문)




어쩌면 같은 소재도 누구에게 가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나보다.

읽어나가다가 문득 '아, 나도 이런 생각 한 적 있는데, 그게 이런 글로 탄생하네.'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내 마음 한구석에 잠자고 있던 생각이 문득 깨어나서 툭 튀어나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인가 보다.

에세이를 읽을 때는 그렇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생각이 들 때, 그 책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이 책을 집중해서 읽으며 그 안에서 내 마음을 건져내는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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