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
임이랑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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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식물에세이스트 임이랑의 첫 일상 에세이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이다.

먼저 제목을 읊조려본다.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 어렴풋이 그 의미가 와닿는 듯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표지에 보니 그 의미를 알 수 있겠다.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 믿는다. 더 멀리 보고 더 예민하게 듣고 더 빨리 반응하게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안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고 나서 오히려 어떤 방식으로는 삶이 한결 더 편안해졌다. 포기할 것은 빠르게 포기하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와 내 불안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책 뒤표지 중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서 이 책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임이랑. 글을 쓰고 노래를 짓고 연주를 한다. 식물을 돌보고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불안에 취약하지만 조금씩 '나'를 돌보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조금은 참고, 조금은 노력하며, 봄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밴드 '디어클라우드'로 활동하며, EBS 라디오 <임이랑의 식물수다>를 진행했다. 《아무튼, 식물》,《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를 썼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3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누가 뭐라 해도 내가 괜찮으면 괜찮은 거다', 챕터 2 '조금은 참고 조금은 노력한다', 챕터 3 '매일 흐트러진 중심을 다시 잡는다'로 나뉜다.

두 번, 나로 사느라 내가 참 고생이 많다, 아이스크림 인생, 흉터, 까만 고양이와 흰수염고래, 1월 16일, 루틴, 오늘의 나는 누구인가?, 평안의 미덕, 삶의 밸런스, 회색지대의 맛, 오해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당신이 이 밤을 무사히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저자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며 이야기를 펼친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일이십 대 시절 접했던 작품들을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한다. 작품은 항상 그 시절 그대로의 색감과 메시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가 달라졌고 시대가 달라졌다. 익숙한 해상도가 다르고 가끔은 맞춤법도 다르다. 더는 <프리티 우먼>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도 무조건 찬양하는 자세로 소비할 수 없게 되었다.

가끔은 씁쓸하고, 가끔은 그 시절의 내가 왜 그렇게나 그 작품을 좋아했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다행히 그 시절 뜨겁게 사랑했던 작품들을 다시 보다가 시대를 뛰어넘어서 여전히 아름답고 찬란한 것들을 발견하게 되면 그 기쁨은 배가된다. (11~12쪽)

나도 예전에 좋아했던 작품을 지금은 좋아했다고 언급하기조차 민망한 것들도 있다. 그때의 나는 왜 그런 것을 좋아했을까.

어떤 것은 대작이 되고, 어떤 것은 망작이 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평판이 뒤바뀌기도 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우리 자신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불안의 서》를 처음 읽고 찬양하던 때와 다시 읽어보기로 마음먹은 지금. 그사이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나의 불안만은 그대로다. (12쪽)

그런데 저자는 최근엔 조금 다른 각도로 불안에 접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즉, 불안을 아이라고 생각하고 케어하는 거다.

이거 괜찮은 방법이다. 나도 불안을 없앨 수 없으니 불안을 어린아이 다루듯 잘 데리고 다니면서 지내야겠다고 생각하며 계속 읽어나간다.



이 책은 타인의 불안으로 내 불안을 잠재우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있겠다. 잠자고 있던 내 불안이 스멀스멀 잠 깨어 기어 나오는 느낌이랄까. 조금은 복잡한 심경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에는 자연스럽게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지만, 식물과의 시간을 벗어난 나머지 시간에는 다르다고 한다. 그 모든 것을 솔직하게 풀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했던 만큼 불행해지곤 한다는 고백이 무언가 안쓰럽다.

앞으로의 나날은 그런 마음도 지금보다는 더 편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나에게보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더 큰 의미를 가진 글이 되기를 희망한다. 어쩌면 너무 큰 욕심일지 몰라도 매번 새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필요한 사람에게 가서 도움이 되어라' 주문을 걸며 민들레 씨앗을 불어 보내는 심경으로 나의 한 조각을 힘껏 불어 내보낸다. (227쪽)

사람들의 일상은 다들 비슷한 듯 다르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런 제각각의 생각 중에 교차점을 찾는 것, 그것이 에세이를 읽으며 누리는 기쁨이다.

몇 가지 이야기에서 '앗, 혹시 내 마음?'이라고 생각한 것만으로도 생각에 잠기며 여운을 느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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