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은 모순이다. 모순은 이 책의 제목이자 이 소설 전반에 걸쳐서 큰 기둥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이며, 우리 인생 전반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옛날, 창과 방패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이 창은 모든 방패를 뚫는다.
그리고 그는 또 말했다.
이 방패는 모든 창을 막아낸다.
그러자 사람들이 물었다.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가.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294쪽)
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모순을 안진진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주인공 안진진은 25세의 여성이다. 시장에서 내복을 팔고 있는 억척스런 어머니와 행방불명 상태로 떠돌다 가끔씩 귀가하는 아버지, 조폭의 보스가 인생의 꿈인 남동생과 한 가족이다.
엄마와 쌍둥이로 태어나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이모도 이 소설에서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만우절, 외할아버지, 딸 쌍둥이 엄마와 이모……. 이러한 소재들이 이 책에서 흥미롭게 연결된다.
하필 그날이 만우절이라는 것이 인상적이다. 만우절에 딸 쌍둥이를 낳았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이십오 년 뒤 4월 1일, 딸 쌍둥이를 한날한시에 혼인시켰는데, 외할아버지는 쌍둥이 딸들 일생의 가장 중요한 두 기념일을 4월 1일 하나의 날로 묶어버리는 아주 특별한 일을 해치우신 분으로 후손에 영원히 기억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안진진이다. 안진진이 주인공이 되어 이쪽저쪽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런데 이름이 안진진이라는 것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고 보니 이름부터가 모순인 셈이다.
이십몇 년 전, 당신이 참 진(眞) 자를 두 개씩이나 넣어 이름을 지어준 나, 그러나 운명적으로 '안'이라는 부정(否定)의 성을 물려주어 안진진으로 만들어버린 나, 떠돌아다니던 그 많은 낮과 밤의 아버지 시간들 중에 그런 내가 차지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어느 슬픈 일몰의 시간에 혹시 나를 생각하며 축축하게 눈시울을 적신 적은 없었을까. (2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