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기억하면 되잖아
투에고 지음 / 로즈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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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시를 감상하고 있다. 시는 나와 멀게만 느껴졌는데, 그래도 매일 감상하다 보니 조금은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시 감상을 하면서 옛사람들의 시는 매일 꾸준히 접하는 중인데, 요즘 시인들의 시는 소홀했다.

그 이유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당신을 잊어도 내가 당신을 기억하면 되잖아

온 세상 사람들이 나를 잊어도 내가 나를 기억하면 되잖아 (책표지 중에서)

표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나를 기억해줘야겠다. 온 세상 사람들이 나를 잊어도 내가 나를 기억하면 된다는 말에 공감한다.

요즘 다른 것들을 챙기면서 정작 나에게 소홀했는데, 내가 나를 기억해줘야겠다는 말 한마디에 울컥한다. 내가 아니면 나를 누가 챙겨주랴. 나부터 토닥이면서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새로운 시를 감상하면서 무언가 따뜻한 시 하나 건져내고 싶어서 이 책 『내가 나를 기억하면 되잖아』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투에고. 상처받은 자아와 치유하는 자아의 이중주. 혼자 있을 때 떠오른 수많은 영감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지은 책으로 <무뎌진다는 것>, <익숙해질 때>,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나는 가끔 내가 싫다가도 애틋해서>가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에는 낮달, 미혹,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소, 꽃밭, 강하다는 착각, 길냥이, 해님, 순행과 역행, 금돌, 우리별, 사랑, 몽중몽, 매미와 개미, 살아내소, 파라다이스, 꽃보다 아름다워, 절제, 적기, 시작, 숨, 숙명, 불변, 인연, 동화, 과거, 사이클, 애증, 숨바꼭질, 교감, 미몽, 존재의 무게 등의 시가 담겨 있다.



낮달

투에고

낮에도 달은 뜬다

푸르른 도화지에 옅은 점처럼

보일락 말락 아른거릴 뿐이다

땅거미가 지고 어스름해져서야

비로소 샛노란 광채로 변해

암막한 세상의 등대가 되어준다

당신은 나에게

낮달 같은 사람이다.

(11쪽, 낮달 전문)



적기

투에고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빠른 때가 아니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정말로 늦을 때도 아니다

이러한 생각에 얽매일수록

진짜 늦어지는 것이다

어차피 지나고 나면

결과가 답해준다



이 책에는 사진과 시가 담겨 있다. 시 속에 담긴 이야기를 보면서 사색에 잠긴다.

과거 어느 순간으로 갈까 고민해보다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들 시곗바늘은 멈추지도 왼쪽으로 돌아가지도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알지 않냐면서, '지금 흘러가는 이 순간이 언젠가는 되돌리고 싶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두라고 한다.

지금 이 순간, 지금도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이 새삼 무척 안타까워진다. 아무리 사람들이 시간이 멈추거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상상하며 소설도 쓰고 드라마나 영화도 제작하며 갖가지 상상을 해도 그럴 수 없음이 문득 서러워진다.

이 책에 담긴 시들은 이렇게 우리가 흔히 생각하던 것을 비틀어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진지하게 원점에서 고민해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깨달은 바를 들려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들어온 명언이라고 해도 지금 우리의 눈으로 바라볼 때에는 맞지 않는 것도 있으니, 그런 것도 기본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려준다.

갖가지 생각의 결과가 시에 담겨 있으니, 이 시를 읽으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삶의 순간을 사색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시는 나를 나답게 바라볼 수 있는 통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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