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이 청년시절 총을 쏜 장면이나, 성당에서 영세를 받는 등 인간 안중근의 모습에 차차 다가가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담백하게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점점 개개인의 세밀한 심리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마음에 동화되는 느낌으로 읽어나가게 되는 소설이다.
-26일. 아침 아홉시 하얼빈 도착 (144쪽)
이토 히로부미의 일정을 확인하니, 그때부터인가. 점점 다가오는 거사 일정에 내 마음도 초조해졌다.
안중근은 삼등 대합실 이층 다방에 앉아서 차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안중근은 러시아 병대 뒤쪽에서 이토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주악 소리가 커졌다. 소리가 커지면 총소리가 묻힐 터이므로 유리한 조건이고 러시아 의장대들의 부동자세도 불리한 조건이 아니라고 안중근은 생각했다. 권총은 상의 안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이토는 더욱 다가왔다. 러시아 군인들 사이로 두 걸음 정도의 틈이 벌어지고 그 사이로 이토가 보였다. 키 큰 러시아인들 틈에 키가 작고 턱수염이 허연 노인이 서 있었다.
저것이 이토로구나…… 저 작고 괴죄죄한 늙은이가…… 저 오종종한 것이…… (166쪽)
안중근이 방아쇠를 당기며 총을 쏘았고, 이토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옆에 있는 일본인 세 명까지 쏘아서 쓰러뜨렸다. 러시아 헌병들이 안중근을 몸으로 덮쳤을 때 안중근은 '코레아 후라'를 외쳤다.
단편적으로 알던 역사적인 사실이지만, 이렇게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접하니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소설가 김훈이 그만큼 상세하게 자료수집과 사전답사를 철저하게 해서 그만의 필치에 녹여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