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읽은 코로나에 관한 책 중 청소년들에 대해 집중해서 현 상황을 짚어본 것은 아마도 처음인 듯하다. 지금껏 아동·청소년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떤 고충이 있는지 크게 고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그들이 느낄 정서적인 문제를 보며 마음이 애리고 아프다. 게다가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힘들다'는 사회성 혼란은 물론이고, 삶의 현장에서 배울 기회를 놓친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일 것이다.
특히 '부모는 여섯 가지 말밖에 모르는 감시자'라는 제목의 글에 씁쓸해진다. 그 여섯 가지 말이 무엇인고 하니, '공부해라', '책 봐라', '스마트폰 보지 마라', '밥 먹어라', '차라리 자라', '씻어라'라는 것이다. 농담 반 진담 반처럼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보니 부모의 양육에 명령과 지시 외에는 다른 기술이 없다는 뼈아픈 지적이었다고.
활동 제한으로 인한 소아 비만은 물론이고 심각한 수준에 달한 정신건강까지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그런 문제들을 함께 짚어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하는 작은 발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 보면 '코로나가 알려준 것'을 여덟 가지로 짚어준다. 그중에 일곱 번째인 '우리는 어떤 현실에 마취되어 있는지 성찰해야 합니다'가 마음에 콕 와서 박힌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코로나로 인해 지구라는 행성에서 5억 명이 감염되었고, 500만 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우리는 이 세계사적 사건 앞에서도 각자의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마취된 채, 정작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각성하고 사유하고 통찰하는 일을 미루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부동산, 코인, 주식 뉴스에서 손을 놓지 못할 것 같아요."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밤부터 아침까지 게임할 거예요."
"내일 지구가 멸망한대도 일단 공부는 해야죠."
현재의 삶에 충실함을 넘어 과도한 욕망에 집착하고, 끝없이 중요한 성찰을 가로막는 미디어와 언론의 뉴스에 현혹된 채 지내도 괜찮을까요? (2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