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話頭) 아이온총서 1
박인성 지음 / 경진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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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는 늘 호기심 대상이었다.

내가 읽어보았을 때에는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데, 이 화두로 깨달음을 얻으셨다고들 하지 않던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 있을 것이고, 어쩌면 언젠가의 나는 그 화두를 듣고 크게 깨닫는 바가 있지 않을까.

사실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니지만, 그냥 궁금했다. 그리고 이렇게 화두를 모아서 책에 담았다고 하니 이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게다가 현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화두를 해설하는 방식이 궁금했으니, 결국 이 책을 소장하고 읽기로 결정한 것이다.

마조 선사의 화두 7칙, 남전 선사의 화두 10칙, 조주 선사의 화두 82칙을 붓다가 양 극단을 타파하는 방식과 현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화두를 해설하는 방식에 의거하여 해독하다. (책표지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화두를 접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박인성.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를 졸업하였고,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명예교수이다.

이 책만의 장점과 필요성은 책 뒤표지에 있는 글을 보면 인식할 수 있겠다.

불교는 크게 중관, 유식, 인명 등의 인도불교와 선, 화엄, 천태 등의 중국불교로 나뉠 수 있다. 이 두 유형의 불교는 사뭇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또 중국불교 중 선불교는 차이 그 자체를 활구를 통해 철저하게 드러내려 했기 때문에 다른 중국불교와도 사뭇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이렇게 차이 그 자체를 철저하게 드러내려 했다는 점에서 선불교는 현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철학과 가깝다. 들뢰즈가 그의 저서 『의미의 논리』에서 신라의 파초혜청 선사의 화두를 다루고 있는 데에서도 선불교와 들뢰즈 철학의 친연성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책 『화두』에서 필자는 『차이와 반복』과 『의미의 논리』에서 전개되는 들뢰즈의 언어철학이 선사들의 화두를 해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참조하여 『선문염송집』에 실린 화두 중 마조, 남전, 조주의 화두 99칙을 해독하여, 선사들이 양 극단을 타파하는 붓다를 따라 심원한 철학적 사유를 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또, 이 책은 때로는 활구, 사구, 방행, 파주 등 선불교의 용어를 써 가며, 때로는 무의미, 의미, 사건, 대사건, 수렴, 발산 등 질 들뢰즈의 용어를 써 가며 조주의 화두를 중심으로 99칙의 화두 하나하나의 독특한 성격을 밝혀놓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고대 인도의 붓다에서 중국 당송대의 선사들로, 중국 당송대의 선사들에서 현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로 가는, '차이의 철학'의 계보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리라 믿는다. (책 뒤표지 전문)

한 번만 보아서는 모르겠고, 그렇지만 각종 책에서 조금씩 접하던 화두를 한꺼번에 한 권의 책에서 접하는 것만으로도 신선했다.





이 책에는 마조 선사의 화두 7칙, 남전 선사의 화두 10칙, 조주 선사의 화두 82칙이 수록되어 있다.

99칙의 화두가 한 권의 책에 수록되어 있으니, 한꺼번에 읽어나가려면 다소 난해할 수 있겠다. '뜰 앞의 잣나무'라든지, '죽을 먹었는가?' 등의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서 책을 읽어나가다가 만나니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담긴 화두들을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부담 없이 이야기만 일단 읽어보아도 흥미로울 것이다.

그중 한 가지만 언급해 보아야겠다.

뜰 앞의 잣나무도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에게 한 스님이 물었다.

"뜰 앞의 잣나무에도 불성이 있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있다."

스님이 다시 물었다.

"언제 부처가 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허공이 땅에 떨어질 때이다."

스님이 다시 물었다.

"허공이 언제 땅에 떨어집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잣나무가 부처가 될 때이다." (259~260쪽)

단순히 언어에만 휘말리지 말고 그 의미를 파악해본다. 의미가 막연하니 해설을 읽어보며 조금은 이해의 폭을 넓혀본다.

저자는 유사한 공안들이 보여 처음에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해독할까 생각했었지만, 그렇게 하면 어떤 선입견이 생기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고, 순서대로 해독해 나가는 방향을 택했다고 한다.

독자 입장에서도 그렇게 했기에 순서대로 읽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자칫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었겠지만, 잘 간파하여 수록하였기에 읽어나가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소장해두고 또 읽고 싶은 생각이 드는 화두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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