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서 무슨 이야기를 발췌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그중 「인간은 존재하는 자체로 인류 역사에 기여한다」가 인상적이어서 언급해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300년경의 사람으로 당대의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어떠한 질문도 대답하지 못하는 게 없었는데, 어느 날 제자가 찾아와 던진 이 질문만큼은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스승님, 파도는 왜 치는 겁니까?"
아리스토텔레스는 깊은 생각에 잠겼지만 아무리 골몰해도 파도가 왜 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결국 바다로 가 파도를 바라보며 앉았다. 그러나 파도는 칠 때마다 모양이 달랐고 세기도 달라 생각에 진전이 없었다. 처음에는 바람인가 생각했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파도는 멈추지 않았기에 그는 고통스럽게 바다를 바라보다 걸음을 옮겼다.
직접 파도를 느껴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처음에는 무릎까지, 다음에는 허리까지 점점 깊이 파도를 느껴보려던 그는 갑자기 몰려온 큰 파도에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것이 일설에 전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죽음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대했을 때 인간의 숙제와 우리 삶의 의미에 대한 중요한 시각을 얻었다.
먼저 생각해 볼 점은 그가 당시로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으로 모르는 게 없었지만 파도가 왜 치느냐는 질문에 결국 대답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대학생, 아니 중·고등학생, 심지어는 초등학생까지 이 질문에 올바른 대답을 할 수 있다.
-파도는 달이 지구를 잡아당기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2,000여 년 전 지구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도 모르던 걸 지금은 어린애도 안다는 사실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인간의 숙제에는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66~67쪽)
저자의 말처럼 지금 누구도 대답하기 힘든 근원적인 질문도 기나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아마도 어린아이도 대답할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질문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존재하는 그 자체로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한껏 존재의 품격이 높아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