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일주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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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

나 이 책 읽은 줄 알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처럼 이 책을 펼쳐들고는 외칠 것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이제껏 읽지 않았다니!'

흥미진진한 모험담에 사람을 쏙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이다.

열림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 쥘 베른의 소설 중 11권을 가려 뽑아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으로 출간했다.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비롯하여, 《지구에서 달까지》, 《15소년 표류기》, 《해저2만리》, 《달나라 탐험》 등 엄선된 11권의 소설이 고르는 재미를 누리게 해줄 것이다.

쥘 베른의 소설은 여러 예술가에게도 영감을 주었는데, 《해저 2만리》는 시인 랭보의 <취한 배>에 영향을 미쳤고, 그 밖에도 장 콕토, 사르트르, 르 클레지오, 미셸 투르니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에 애착을 갖고 있는 작가는 수없이 많다고 한다.



이번에 내가 읽은 것은 《80일간의 세계일주》다.

나는 80일 이내에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데 2만 파운드를 걸고,

누구하고든 기꺼이 내기를 하겠습니다.

어떤가요? 받아들이겠습니까? (책 속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며 유머와 서스펜스가 넘치는 80일간의 세계일주 여행에 동참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쥘 베른. 1828년 프랑스 서부의 항구도시 낭트에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부터 바다와 그 너머에 있는 미지의 땅을 동경했다. 열한 살 때 사촌 누이를 사랑하여, 산호 목걸이를 선물하려고 인도행 무역선에 몰래 탔다가 아버지에게 들켜서 돌아온다. 이때 아버지한테 약속한 한 마디 - "앞으로는 꿈속에서만 여행하겠다"-는 참으로 암시적이다. 열아홉 살 때 법률을 공부하러 파리로 상경하지만 독서와 극장 순례로 시간을 보낸다. 20대에는 극작가를 지망하지만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서른네 살 때인 1862년, 친구가 제작한 기구(거인호)에서 영감을 얻어 쓴 《기구를 타고 5주간》이 출판업자 에첼의 눈에 띄어 이듬해인 1863년에 출판되자마자 큰 인기를 얻는다. 일약 인기작가가 된 베른은 '경이의 여행' 시리즈라고 일컬어지는 수많은 걸작을 1년에 한 편 이상씩 40여 년 동안 꾸준히 쓰게 된다. 1905년에 사망할 때까지 80편이 넘는 장편소설을 썼고, 전 세계에서 번역되어 수많은 애독자를 열광시켰다.

저자 소개부터 독특하게 시선을 끈다. 이 책이 나를 흥미로운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예감을 하도록 쥘 베른이라는 인물부터 예사롭지 않다.

사실 뒷부분에 있는 '해설'에 보면 그의 인생은 놀랄 만큼 평범하다고 언급한다. 하긴 그의 생애를 이야기할 때면 반드시 인용되는 에피소드가 바로 열한 살 때인 1839년에 동갑내기 사촌누이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쥘은 산호목걸이를 구해다 선물하려고 인도로 가는 원양선에 몰래탔다가 배가 프랑스 해안을 벗어나기 직전에 루아르 강어귀에서 아버지에게 붙잡혀 호된 꾸지람을 들었고 그때 소년은 "앞으로는 상상속에서만 여행하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이 유명한 '전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 이야기 말고는 지극히 평범하게 지냈다.



80일 동안 세계일주를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하는 바람에 그만 친구들과 2만 파운드를 걸고 여행에 나서게 된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 그는 프랑스 출신의 용감하고 쾌활한 하인 파스 파르투와 함께 런던을 떠난다.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온갖 탈것을 이용하여 수에즈에서 인도로, 중국에서 일본으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다시 대서양을 건너 영국으로…… 과연 그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기상천외한 어드벤처 로망. (책 뒤표지 중에서)

처음 이 책을 펼쳐들 때만 하더라도 고전을 대하는 다소 엄숙한 분위기로 읽기 시작했지만, 이내 키득키득 웃으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상상하고, 오오, 코끼리가 나온다, 오오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등등 모험에 동참하며 읽어나갔다. 흥미로운 장면이 이어져서 멈출 수가 없었다.

소설을 읽을 때 보통 현실로 잘 빠져나와서 밥도 먹고 집안일도 한다면, 이 책은 좀 달랐다. 밥을 후다닥 먹고 얼른 다시 책을 펼쳐보게 만들었다. 어서 더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책이고, 조마조마한 상황에서도 함께 동참하게 만든다.

특히 80일 시간을 맞춰서 여행을 끝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 내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만들었다. 약속을 못 지키면 파산한다고 하니 얼마나 긴장되겠는가. 남 얘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더욱 속도감 있게 읽어나갔다.



해설을 읽다 보면 쥘 베른 문학의 위치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 당시에 상상으로 쓴 것이 이 정도인데, 지금 내놔도 빠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른이 문학에 이바지한 것이 과학소설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모험소설 작가들도 모두 베른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베른의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는 동시대의 과학자나 탐험가들을 실명 그대로 등장시켜, 그들의 현재진행형 업적을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일깨운다. 그럼으로써 베른이 만들어낸 허구의 과학자들과 그들의 장래 계획도 독자들이 믿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현재의 과학을 언급함으로써 미래의 과학을 '실재' 시킨다고나 할까. 베른 연구의 권위자인 I.O. 에번스는 이런 기법의 소설을 일컬어 '테크니컬 픽션'이라고 불렀다. (374쪽)



이 책에 실린 삽화는 판화 작품으로 알퐁스 드 뇌빌과 레옹 브네의 작품이라고 한다.

알퐁스 드 뇌빌(1835~85)은 낭만주의 회화의 거장인 들라크루아의 제자이며, 특히 전쟁화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레옹 브네(1839~1916)는 '경이의 여행' 시리즈를 위해 쥘 에첼이 동원한 삽화가의 한 사람이며, 쥘 베른의 작품에 실린 그의 목판 삽화만 해도 무려 1500점이 넘는다고 한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쥘 베른의 '경이의 여행' 시리즈 중에서도 경향이 좀 색다르고, 유머와 서스펜스가 넘치는 재미난 소설이다. 근엄하고 과묵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 언제나 쾌활하고 선량하며 용감하고 익살 넘치는 성격의 프랑스인 파스파르투, 이 두 사람의 뒤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형사 픽스. 독자들은 이들 세 사람이 자아내는 웃음과, 과연 80일간에 세계를 일주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걱정에 말려들어, 한번 책을 펼치면 단숨에 끝까지 읽지 않고는 책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383~384쪽)

쥘 베른의 책이 시리즈로 나와서 고전이고 다소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이 있다면, 일단 한 권 먼저 펼쳐보기 바란다. 그 한 권 중 《80일간의 세계일주》 이 책을 먼저 선택한다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이거 왜 이렇게 재미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신나게 몰입하며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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