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여름 에디션)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표지 그림을 보면 '휴남동 서점'이라는 간판을 단 동네 서점이 눈에 띈다. 동네에 이런 서점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편안하게 들어가서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살짝 생각해본다.

평범해 보이지만 사람을 잡아끄는 뭔가가 있는 동네 서점,

이곳에 위로와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런 분위기 좋다. 여기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도 말이다. 소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시작 전부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 책은 오직 독자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바로 그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다.

밀리의 서재 베스트셀러 1위이며, 독자 요청 쇄도로 종이책으로 출간되었고, 종이책, 전자책 합계 15만 부를 돌파했으며, 전 세계 6개국 판권 수출을 했다고 한다.

일단 펼쳐들어 읽다 보니 '진작 읽을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소설이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으며 휴식과 위안의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황보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도 매일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잃지 않고 있다.

"이 소설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해요. 책, 동네 서점, 책에서 읽은 좋은 문구, 생각, 성찰, 배려와 친절,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성장,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그리고 좋은 사람들." (책날개 중에서)

그러니까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민하고 흔들리고 좌절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애써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스스로 나를 포함해 나와 관계된 많은 것을 폄하하게 되는 세상에서 나의 작은 노력과 노동과 꾸준함을 옹호해주는 이야기를,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느라 일상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나의 어깨를 따뜻이 안아주는 이야기를. (362쪽)

이 책의 저자는 오랜 꿈이었던 작가가 된 지 반년쯤 지났을 때, 좋은 문장을 쓰는 에세이스트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어쩐지 이루어지지 못할 소망으로 느껴져 잔뜩 의기소침해진 때,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소설을 써볼까.

서점 이름의 첫 글자는 '휴'로 시작되어야 한다. 서점의 대표는 영주이고 바리스타는 민준이다. 딱 이 세 가지 아이디어만 갖고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고, 이 외의 것은 소설을 쓰면서 정해나갔다는 것이다.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그제야 이름과 특징을 결정지었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땐 이미 등장해 있던 인물과 지금 막 등장한 인물이 대화를 나누게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등장인물들이 알아서 내용을 진척시켰고 다음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오르며 소설이 전개된 것이다.

구체적인 줄거리는 미리 그려놓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영화 <카모메 식당>이나 <리틀 포레스트> 같은 분위기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을 맨 나중에 읽기는 해서 작가가 원하는 분위기를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그 영화들을 떠올렸다.

나도 무척 좋아하는 그 분위기를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느껴보게 되었으니…….

그래서였을까. 내내 기분이 좋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하고 정겹다.

카페 주인 영주와 바리스타 민준을 기점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을 연결해주면서 수많은 에피소드가 벌어진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휴남동 서점에 와서 북토크도 하고 강의도 하면서 등장인물들이 친분을 쌓아간다.

대화를 통해 서로 위로받는 장면들을 보면서 '인생은 다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남동 서점이 인생의 대화장소가 되어 따뜻한 마음을 얻어간다.

처음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다가도 시간이 흐르며 휴남동 서점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받는 장소로 변해간다. 그 이야기가 이 책에 정겹게 담겨 있다.

이 책은 읽어나가면서 문득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오는 문장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 사이에서 나도 휴남동 서점에서 존재하면서 이들의 대화를 함께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악에서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려면 그 앞에 불협화음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음악에선 화음과 불협화음이 공존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인생도 음악과 같다고요. 화음 앞에 불협화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생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거라고요. (132쪽)

현재를 놓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어쩌면 잊고 있었던 것을 민준과 정서의 대화를 통해 듣게 된 것이다. 이들이 위로받고 깨달은 만큼 나에게도 위로가 되는 시간이다. 현재의 삶을 재조명해본다.

"성숙한 삶의 태도예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사람의 삶의 태도는."

"그런가요……."

뭔가 생각에 잠긴 듯 보이는 민준을 힐긋 보더니, 정서가 뜬금없이 연극적인 말투로 말했다.

"시즈 더 데이 Seize the day."

그러자 민준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정서의 말을 받았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우리의 키팅 선생님이 말씀하셨죠. 너만의 걸음을 찾아. 너만의 보폭, 속도, 방향, 네가 원하는 대로!"

그날 민준은 정서에게서 위로를 받았다. (280쪽)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말은 우리도 매일매일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삶이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 사회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을지라도 매일매일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거든, 그 사람들 덕분에. (325쪽)

사람이 혼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리며 지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네 인생이 특별히 나쁜 것만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을지라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이 또한 성공한 삶 아니겠는가.

많은 생각을 하며 읽어나갔다. 삶에 대해 재조명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잔잔한 흐름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실제 존재하는 듯해서 더욱 실감 나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공감도 하고 따뜻한 위로도 받게 되었다. 한동안 내 마음속에 휴남동 서점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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