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한 방울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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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데에는 '미공개 육필원고'라는 이유가 결정적이었다.

"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2019년 11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삶을 반추하고 죽음을 독대하며 써내려간 미공개 육필원고."라는 설명을 보며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사람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메시지는 제각각일 것이다. 그 사람의 인생에서 깨달아온 것들의 총합일 수도 있겠고, 전혀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깨달은 후 남길 수도 있겠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는데, '눈물 한 방울'이라고 한다.

"병상에 누워 내게 마지막 남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디지로그' '생명자본'에 이은 그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

탁월한 통찰력으로 문명의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생의 마지막 순간 남긴 새로운 화두, '눈물 한 방울'.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작은 눈물방울에서 그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씨앗을 보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추억부터 가장 작아서 가장 큰 가치 '눈물 한 방울'까지, 세상을 놀라게 한 자유로운 사유와 영감부터 병마와 싸우며 가슴과 마음에 묻어두었던 절규까지, 끝까지 펜을 놓지 않고 생명과 죽음을 성찰한 인간 이어령의 마지막 말.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 『눈물 한 방울』을 읽으며 그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 문학평론가. 호는 능소. 1933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재학 시절 <이상론>으로 문단의 주목을 끌었고, 곧 기성 문단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로 데뷔한 이래 20대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의 논설위원을 맡으면서 논객으로 활약했다.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문리대학 교수로 시작해 30년 넘게 교단에 섰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행사를 총괄 기획해 '벽을 넘어서'라는 슬로건과 굴렁쇠 소년으로 전 세계에 한국을 각인시켰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재임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을 추진했다. 새천년준비위원장, 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어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책날개 중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160여 권의 저작을 남겼으며, 이 책은 저자가 2019년 10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노트에 손수 쓴 마지막 글을 정리한 것이다.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간 게 내 인생이다. 물음표가 씨앗이라면 느낌표는 꽃이다. 품었던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의 그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호기심을 갖는 것, 그리고 왜 그런지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온 88년, 병상에 누워 내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했다. '디지로그' '생명자본'에 이은 그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 (5쪽)

역시 이 책도 서문부터 내 시선을 이끌며 '눈물'에 대해 생각하도록 길을 제시해준다. 짐승과 사람을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해 눈물이라고 한다. 정서적 눈물은 사람만이 흘릴 수 있고, 로봇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것이니, 그 '눈물'에 대한 이야기가 저자의 육필원고와 함께 담겨 있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글이 마음에 든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한꺼번에 읽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아끼며 읽어나간다. 펼쳐들어 글을 읽고 생각에 잠긴다.




 

이 책에는 다른 사진 말고 직접 쓴 글씨, 직접 그린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서 인상적이다. 그런데 그 계기를 보고 나니 마음이 짠하다.

40년 만에 처음으로 손 글씨를 쓴다. 컴퓨터 자판으로 써왔는데 이제 늙어서 더 이상 더블클릭도 힘들게 되면서 다시 옛날의 손 글씨로 돌아간다. 처음 글씨를 배우는 초딩 글씨가 될 수밖에 없다. (27쪽)

그러고 보니 문득 서글프다.

그래도 힘 내자. 할 수 있을 때 책도 읽고 자판도 두드리고, 마음껏 현재를 누리자.

늙은이가 젊은이에게 해줄 수 있는 단 한마디.

MEMENTO MORI. 죽음을 생각하라는 말이다.

늙어서 죽음을 알게 되면 비극이지만 젊어서 그것을 알면 축복인 게다. (79쪽)




일러두기에 보면 '이 책은 저자가 2019년 10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노트에 손수 쓴 마지막 글이다.'라고 되어 있다.

그것은 2019년부터 점점 몸이 쇠하면서 글씨에서도 힘이 빠지는 것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글이 인쇄만 되어 있다면 전달되는 감흥이 덜했을 텐데, 친필원고와 손그림을 원본 노트의 이미지로 함께 전해주니 강렬하게 다가왔다.



인쇄된 글로 그 생각을 전달받고, 직접 쓴 글씨와 그림을 통해 그 글을 적었을 당시의 상황을 그려본다.

더욱 깊이 다가온다.

이번 책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데에는 손글씨와 그림이 마음을 움직인 부분이 있었다.

끝까지 펜을 놓지 않고 생명과 죽음을 성찰한 인간 이어령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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