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임 카페에 입장하시겠습니까? 고학년 책장
서지연 지음, 이주미 그림 / 오늘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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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 카페가 상상 속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현실에도 이미 곳곳에 있다는 것은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현실에서도 슬라임 카페는 신나는 체험공간일 텐데, 거기에 더해 양념을 살짝 뿌려주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것, 참 멋지다.

이 동화책에서 슬라임 카페를 배경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준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 유일무이 슬라임 카페 오픈!

저희 슬라임은 그냥 놀잇감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설계한 특별 발명품입니다.

스트레스는 0, 성적은 100!

지금 오셔서 그 놀라운 효과를 경험해 보세요.

화와 분노로 똘똘 뭉친 어린이라면 더욱 환영합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요즘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니 특히 '화와 분노로 똘똘 뭉친 어린이라면 더욱 환영합니다'라는 소개 글에 더욱 솔깃하지 않을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슬라임 카페에 입장하시겠습니까?》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글쓴이는 서지연. 그림책을 만들고 외국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다가 지금은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고 있다. '잃어버린 책'으로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린이는 이주미. 시각 디자인을 공부한 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나미 콩쿠르,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한국 안데르센상 출판 미술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책날개 중에서)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우주의 아침, 물질의 상태 변화, 수상한 로봇, 카페 개업식, 마음속 덩어리, 위험한 상상, 슬라임이 화가 나면, 바깥 세상, 슬라임이 필요해, 갑자기 용기가, 쌓이고 쌓여서, 마음에게 물어봐, 슬라임 쓰나미, 뉴스 속보, 마음의 끓는점, 더 커지게로 이어지며, 에필로그와 글쓴이의 말로 마무리된다.

프롤로그에서는 신기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주위원국은 혹시 모를 외계 생명체의 침입을 대비하여 강력한 로봇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분노나 화 같은 인간만의 위대한 감정을 품은 강력한 로봇을 말이다.

이미 로봇에 장착할 인공 지능 개발은 끝났고, 이제 감정 데이터만 모아 저장하면 된다는데, 아이들에게서 감정을 빨아들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감정을 억누르고 사는 아이들이 많은 나라인 우리나라에서 슬라임 무료체험 기회를 가장하여 비밀 계획이 착착 진행되는 것이다.



다닥다닥 학원 간판들이 붙어 있는 이 동네를 사람들은 '잠수동 에듀 타운'이라고 불렀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마음에 하나씩 무거운 무언가를 얹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감정을 꾹꾹 억누르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은 대한민국에 아이들의 감정을 빨아들이러 오기 제격인 것이다.

그중 가장 먼저 엄마의 계획표대로 빡빡하게 살고 있는 우주는 '잠수동 슬라임 카페'에 가보게 되었다.

들어서자 로봇이 설명을 시작했다.

슬라임은 배수관이나 저수탱크 안쪽에 오랫동안 쌓인 미생물 때문에 생기는 고체와 액체 사이의 끈적끈적한 물질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예전에는 기괴한 모습이나 촉감 때문에 호러 영화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했고, 요즘은 끈적하면서 부드러운 촉감 때문에 아이들 놀잇감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희 카페에서 개발한 이 슬라임은 아주 특별하고 놀라운 성능의 칩이 내장된 파츠를 통해 버리고 싶은 감정들을 쏙쏙 빨아들이는 최첨단 놀잇감입니다. 주무르며 놀다 보면 오랫동안 묵혀 뒀던 나쁜 감정들이 스르르 사라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21쪽)

그리고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위해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며 살고 있는 미지도 슬라임 카페에 엄마와 함께 가보게 된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갖가지 색채의 슬라임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본 것처럼 감촉이 느껴지는 듯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슬라임에 빠져들고, 우주위원국은 슬라임 쓰나미를 일으켜 아이들의 감정을 단시간에 모아버리는데, 과연 그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알록달록 프라임의 총천연색 그림과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에 주목해본다.



글쓴이의 말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마음이 물질이라면, 마음은 어떤 상태일까요? 찰랑찰랑 졸졸 흐르는 액체라면 참 좋을 텐데, 하필이면 딱딱한 고체같이 가슴속에 웅크리고 있을 때가 많아요. 오랫동안 마음의 병을 앓은 친구가 있었어요. 유난히 착했던 그 친구는 다른 사람들을 살피느라 정작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질 못했대요. 속마음을 감추고 살다 보니, 마음이 꼭꼭 숨은 채 굳어 버려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대요. 그 친구의 마음을 어떻게 찾아내서 녹여 줄 수 있을까 매일 밤 고민하던 때, 이 이야기가 나에게 찾아왔어요. 마음이 꼭 슬라임 같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액체도 고체도 아닌 상태. 만져 줄 땐 말랑말랑해져서 스르르 흐를 것 같다가도, 내팽개쳐 두면 금세 딱딱하게 굳어 버리는.

여러분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가요? (114쪽)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들여다본다. 누구도 해줄 수 없는 일이 바로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루만져 주는 것일 테다.

그리고 우주나 미지, 천우의 이야기를 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를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슬라임을 대하는 그 느낌처럼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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