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류시화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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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에 들어와서 이 책을 읽어보았다. '꽃샘바람이 흔들린다면 너는 꽃', 이 말을 조용히 읊조리며 내 마음을 달래본다.

물론 그보다는 류시화 시인의 신작 시집이라는 점이 더 나를 끌어들였고, 류시화 시인의 시집은 역시 제목이 독특하면서도 마음에 와닿아 책을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쨌든 요즘 나는 시를 다른 때보다 더 감상 중이니, 당연히 류시화 시인의 시도 감상하기로 한 것이다.

시대가 어떤 식으로 살벌하든, 어떤 시대가 되든, 시를 읽으려는 인간 영혼의 경향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시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는 시 그 자체로 답할 수밖에 없다. 류시화는 삶의 토양에 내린 잘게 갈라진 뿌리로부터 시의 사상을 길어 올리고 있다.

_다니카와 슌타로 (시인, <이십억 광년의 고독>의 저자)

어떤 시편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며 이 책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류시화.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역은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마음챙김의 시』로 시 읽는 기쁨을 전파한 류시화 시인이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 시집. (책날개 발췌)

이번 시집의 시작은 「초대」라는 시로 열었다.

초대

류시화

손을 내밀어 보라

다친 새를 초대하듯이

가만히 날개를 접고 있는

자신에게

상처에게

손을 내밀어 보라

언 꽃나무를 초대하듯이

겹겹이

꽃잎을 오므리고 있는

자신에게

신비에게

손을 내밀어 보라

부서진 적 있는 심장을 초대하듯이

숨죽이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자신에게

기쁨에게

나 자신을 어루만져 주는 느낌으로 이 시를 읽어나간다.

나에게 손을 내밀고 나를 초대하는 시간, 가장 소홀히 하기 쉬운 나 자신이라는 존재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다친 새를 초대하듯이, 언 꽃나무를 초대하듯이, 부서진 적 있는 심장을 초대하듯이, 그렇게 나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보는 시간이다.



움츠러든 나 자신에게 힘을 주는 시구가 눈에 띄었다.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에 보면, '꽃샘추위에 시달린다면 / 너는 곧 꽃 필 것이다'라며 희망을 준다.

흔들리고 시달리고 버거워하던 무언가를 견뎌낼 힘을 준다. 그렇게 오늘도 잘 살아내고자 다짐해 본다.

이 책에 담긴 시를 감상하다 보면 여기에서 보는 꽃이라는 단어 대신에 나 자신을 대입시켜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이 책 곳곳에 스며있다.



시는 감상하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같은 시집이어도 틈틈이 몇 번이고 꺼내들어 읽어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류시화 시인의 시집도 마찬가지로, 펼쳐 들 때마다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어떤 때에는 이 시가 다가올 때가 있고, 때로는 저 시가 두드러져 보일 때가 있다.

감상할수록 맛이 달라진다. 마음을 움켜쥐기도 하고 풀어주기도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그 느낌을 위해 종종 이 책을 펼쳐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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