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는 식물들 -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하여
존 카디너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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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아무리 이름 없는 풀이라고 해도 다 생명 아닌가.'라며 잡초를 제거한다는 것에 대해 껄끄러워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마당이 있는 집에 살다 보니 잡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명이 소중하다고 잡초를 가만 놔두었다가 바닥 타일 사이로 뚫고 나와서 결국 깨뜨린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잡초를 그냥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생명체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잔디에 잡초를 뽑으며 '잡초 뽑은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언제 또 이렇게 자랐지?'라며 지긋지긋해하면서 미워하던 내 마음이 떠올랐고, 또 하나는 내가 미워한 것이 한 가지 식물이 아니라 그걸로 책 한 권의 내용을 풀어냈다는 것이었으니, 이 책이 궁금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여덟 잡초다.

어쩌다 잡초가 된 식물들의 기막힌 삶이,

그들을 없애려 한 인간의 어리석은 노력이,

드라마틱한 여덟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책날개 중에서)

잡초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궁금해서 이 책 『미움받는 식물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존 카디너. 1988년부터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농업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카디너 박사는 침입 식물의 생태와 관리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연구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작물의 개발, 작물 생산을 위한 지속 가능한 농업, 자연 시스템의 관리와 유지 보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잡초 종자은행, 잡초 개체군 역학, 식물을 이용한 환경 문제 해결에 관해 광범위한 저술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식물과 인간의 상호작용, 사람들이 식물을 인지하고, 존중하고, 이용하고, 돌보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책 속에서)

이 책에는 민들레, 어저귀, 기름골, 플로리다 베가위드, 망초, 비름, 돼지풀, 강아지풀 등 여덟 가지 잡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프롤로그 '잡초라는 식물에 대하여'로 시작되고, 에필로그 '사람이 있는 곳에 잡초가 있다'로 마무리된다.

먼저 이 책의 저자는 30년 넘게 잡초를 연구해온 잡초 연구의 대가다. 그래서 그런지 잡초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잡초를 대하는 인간의 심리까지 잘 표현했다.

얼마 전에 잡초를 뽑던 내 마음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해서 큭큭 웃으며 읽어나갔다.

잡초는 여전히 당혹스러운 대상으로 남아 있다. 밭이나 정원에서 낯선 식물을 발견하면 다음과 같은 궁금증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이 식물은 뭐지?',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지?', '이 식물이 여기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이지?' 그리고 마침내 이런 의문이 든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한 녀석을 없애면 다른 녀석이 자라날 공간이 넓어질 뿐이다. 같은 자리에 십여 포기가 자라나기도 한다. 잡초를 통제하기 위해 발명된 도구들은 하나같이 이 성가신 녀석들을 부추기기만 해서 더 큰 피해를 유발하고 더 통제하기 어렵게 만들 뿐이다. 식물계의 깡패인 잡초는 언제나 승리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15쪽)

식물계의 깡패라니 완전 공감이다. 맞다. 식물계의 깡패 맞다. 안 그래도 날도 덥고 습해서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데, 깡패들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며칠 뒀더니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이걸 어쩐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잡초에 대해 좀 더 넓고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잡초는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종이 달라질 뿐 아니라 그 종이 잡초인지 아닌지도 때와 장소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잡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

그러니까 이 책에 의하면 '잡초'라는 개념을 정의하기 어렵고, 그 이유는 '잡초'가 말 그대로 개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해, 어느 식물이 사람들에게 혐오스럽게 여겨지면 잡초가 되는 것이다. 또한 '잡초'를 정의하기 어려운 것은 그들이 우리와 너무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18쪽)는 작가의 말도 흥미롭다.

우리는 잡초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본다. 인간은 공간을 잠식하고 자원을 독차지한다. 천성적으로 끼어들기 좋아하고 뻔뻔스러우며 경쟁심 많고 밉살스럽다. 어떤 사람들은 나쁜 냄새가 나고 어떤 사람들은 까탈스러우며 어떤 사람들은 못생겼다. 잡초도 비슷하다. (18쪽)




이 책에 나오는 민들레도, 어저귀도, 인간의 필요에 의해 환영받기도 하고 천대받기도 한 드라마틱한 세월을 살아낸 것을 알 수 있다. 잡초는 처음부터 줄곧 잡초였던 것이 아니라 잡초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냥 '잡초'라면 원래부터 잡초였겠거니 생각하던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잡초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주어 잘 알지 못했던 지식을 채워주는 시간을 보냈다.



'심리적'인 이유로 잡초가 된 민들레,

노예무역과 얽혀 있는 플로리다 베가위드,

얌전하던 들꽃의 변신을 보여준 망초,

전쟁과 환경 파괴의 틈에서 자라난 돼지풀….

인류의 삶에 파고든 여덟 종의 잡초가 들려주는 기회주의와 저항정신과 바보스러움에 대하여 (책 뒤표지 중에서)

어쩌면 나의 잡초에 대한 태도도 학습에 의한 것일 테다. 성가시고 골치 아프고 그런 반응을 보고 배우며 나도 똑같이 느껴왔던 것이다. 식물계의 말썽꾸러기가 여기저기 출몰하니, 옛날 어르신들이 '눈만 흘겨도 잡초가 난다'라는 말씀을 하셨던 것도 떠올라 웃음이 난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결국 잡초를 당해내지 못했으며, 어쩌면 생물을 건드리는 일에 대한 자만을 조금 내려놓고 눈부신 기술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낮추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특별한 녹색 생명체의 적응력에 대해서 조금 더 존중하는 마음을 갖자는 것과 여전히 며칠 내로 잡초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충돌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생각에서는 잡초를 대하는 내 마음이 달라진 듯하다.

이 책을 읽고 잡초에 대해 새롭게 통찰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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