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해석 - 헤르만 헤세 인생론
헤르만 헤세 지음, 배명자 옮김 / 반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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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예전의 나도 내가 맞나 생각될 때가 있다. 아기 시절과 학창 시절을 거쳐 점점 달라지는 인생의 과정에서,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낯선 어느 순간의 내 모습도 나인데 남처럼 느껴진다. 어떤 때에는 철없었던 행동이 떠올라 낯부끄러워질 때도 있다.

그렇다면 헤르만 헤세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자기 자신을 제삼자의 눈으로 보고 갑자기 문득 어제까지 없었거나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다.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런 순간,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것과 달리 사람은 언제나 같은 사람이 아니고, 깊이 새겨진 영원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살짝 놀라며 갑자기 깨닫는다. (50쪽)

엇비슷한 느낌도 헤르만 헤세가 표현하면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 인생론 『인생의 해석』이다. 헤르만 헤세가 성장의 발판을 올라서기 위해 겪어야 했던 삶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사색, 깨달음의 순간을 순전한 언어로 기록한 산문과 시편들의 모음집이라고 한다.

헤르만 헤세는 인생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인생의 해석』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어린 시절, 학창 시절,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 고령기, 죽음, 이렇게 인생의 단계에 따라 헤르만 헤세의 인생론을 정리해 주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단계를 거쳐간다. 그런데 과연 헤르만 헤세는 각각 인생의 단계에서 어떤 경험과 성찰이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모든 생명이 겪는 통과의례를 헤르만 헤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이 책을 읽을 때 처음에는 그냥 인생의 순서대로 진행되는 것이 밋밋하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이야말로 누구나 겪는 과정을 헤르만 헤세만의 시선으로 다듬어 글에 녹여낸 것이니, 개성 넘치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각 과정에서 헤르만 헤세가 느꼈을 생각은 어떠한지 들여다본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늙고, 각각의 나이에 맞는 태도나 지혜를 갖기는 상당히 어렵다. 대부분은 영혼이 신체보다 앞서거나 뒤처진다. 이 둘을 나란하게 고치려면 내면에 자리한 노화의 두려움, 각각의 인생 단계와 아플 때 엄습하는 뿌리 깊은 죽음의 공포를 털어내야 한다. 내 생각에 우리는 노화와 죽음 앞에서 한없이 작아져도 괜찮다. 삶의 어려움 앞에서 연약함을 보이고 울음을 터뜨린 후, 불균형을 다시 잘 바로잡는 어린아이들처럼.

(168쪽)



단순히 산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끔 시 한 편씩 나오니 읽는 느낌을 더욱 간절하게 해주고 인생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그중 뼛속 깊이에서 오는 통증 같은 것을 잘 표현해낸 시, 「통증」을 감상해 본다.

통증

헤르만 헤세

통증은 우리를 한없이 작게 만드는 대가다

우리를 더 불쌍하게 태우고

우리를 삶에서 떼어놓고

우리를 활활 타오르게 하고 외롭게 하는 불이다

지혜와 사랑이 작아지고

위로와 희망이 옅어지고 사라진다

통증은 거칠게 그리고 질투로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는 녹아내려 결국 그의 것이 된다

자아는 흙의 형상으로 쪼그라들고

활활 타오르며 방어하고 공격태세를 취해본다

그다음 조용히 재가 되어 가라앉고

대가에게 순종한다

(110쪽)



나는 인생이란 계속해서 새로운 단계로 올라가는 계단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한 단계 한 단계 계속 새로운 영역으로 전진하는 것, 이 공간을 떠나 다른 공간으로 건너가는 것, 1악장에서 2악장으로 넘어가는 음악처럼 한 박자 한 박자 연주를 마치고 떠나는 것, 지치지 않고, 졸지 않고 늘 깨어서, 언제나 온전히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 성장하고 성숙하고 늙어가는 경험을 통해 나는 이것을 깨달았다. (204쪽)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을 살다간 사람의 지혜를 이 책을 읽으며 조용히 느껴본다.

사람의 일생을 훑어보는 것 같아서 경이롭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 계단의 어디쯤에 서 있는가. 앞으로 이 계단을 현명하게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색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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