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열 번째 여름
에밀리 헨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해냄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후덥지근한 여름밤,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가 생각난다면 이 소설 괜찮겠다.

오래전, 인도의 언어에 '친구'라는 단어는 남자끼리의 친구, 여자끼리의 친구를 가리키는 단어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적이 있다. 그때 궁금했던 것은 남녀 사이의 친구에 대한 것이었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디 있어?"와 "남녀 사이에도 당연히 친구가 있지!"는 그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논란이 지속되어 온 주제인데…….

뭐 이 책이 둘 중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는 당연히 결론이 나 있지만, 그 과정이 재미있다.

파피와 알렉스에게는 공통점이 없다. 사랑은 물론, 서로를 좋아할 이유조차 딱히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운명같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사는 곳이 멀어져도 10년 동안 꼭 여름휴가를 같이 보내곤 했다. 누군가 파피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다면 지체 없이 알렉스와 함께한 마지막 여행이라 말할 것이다. 관계가 틀어진 그날 이후 멈춰 있던 여름휴가, 파피는 알렉스에게 모든 것을 해결할 방법으로 마지막 여름휴가를 제안한다. 어쩌면 10년간의 우정이 사랑으로 바뀔 수 있는 여행을. (책 뒤표지 중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이 책 『우리의 열 번째 여름』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에밀리 헨리. 청소년과 성인 모두를 위한 사랑과 가족 이야기를 주로 쓰는 작가다. 호프대학에서 창작을 공부했고, 미술과 미디어 연구 뉴욕 센터에서 일했다. 2020년에 출간된 『비치 리드』와 2021년에 출간된 『우리의 열 번째 여름』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녀의 가장 최신작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프롤로그 '5년 전 여름'을 시작으로 총 36장으로 구성된다. 올해 여름과 예전 여름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올해 여름 중간중간에 12년 전 여름부터 11년 전 여름, 10년 전 여름, 9년 전, 8년 전, 7년 전, 6년 전, 5년 전, 4년 전, 3년 전, 2년 전 여름이 시간의 역순으로 교차되는 점이 흥미롭다.

소설은 프롤로그 '5년 전 여름'으로 시작된다. 알렉스와 파피의 대화를 보며 '이 사람들 뭐지?'라는 생각으로 읽어나간다. 상황극이라는 말에 큭큭 웃는다. 친구인 듯 아닌 듯 알콩달콩 하는데, 이들의 대화가 티격태격 재미나다.

과연 이들의 여름휴가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본격적으로 소설 속 이야기에 들어가 본다.



"어쨌든, 엄마가 그러는데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법은 다른 걸 찾는 방법이랑 똑같대."

"성내면서 소파 쿠션이라도 집어 던지라는 거야?"

"왔던 길을 되짚어가라는 거지. 그러니까 파피, 기억을 되짚으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해봐. 마지막으로 정말 행복했던 때가 언제야?"

문제는, 난 기억을 되짚을 필요가 없다는 거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마지막으로 정말 행복했던 때가 언젠지 금세 떠오르니까.

2년 전 크로아티아에서 알렉스 닐슨과 함께였을 때였다.

하지만 그때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 그날 이후로 우린 더 이상 대화하지 않았으니까. (38쪽)

현재 상태는 그런 상황이다. 연락이 끊어진지 꽤 된 것이다. 과연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 상황이 어떻게 역전되는지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스토리는 어떻게 흘러갈지 당연히 예상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대화와 디테일한 상황이 흥미로워서 나를 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남자사람친구 혹은 여자사람친구의 소유자는 더 솔깃하여 읽어나갈 것이다. 약간의 썸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감각적인 디테일과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드는 작가의 기술이 빛난다. 자신만의 여름휴가를 찾는 독자들의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뻔한 소재의 이야기도 뻔하지 않게 엮어내는 것이 작가의 역량인가 보다. 어쩌면 이렇게 찰지게 차곡차곡 잘 엮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읽어나갔다.

아마 이 책을 일단 펼쳐들면 책 두께든 시간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나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이 이렇게 두꺼웠네'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두꺼운 분량의 소설을 지루할 틈 없이 독자를 끌고 갔다는 것은 정말 작품의 힘이다.

먼저 이들이 사랑은 물론, 서로 좋아할 이유조차 딱히 없는 두 인물인데, 그런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 참신했다. 캐릭터가 살아있으면 스토리가 더욱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니 말이다.

이들의 마음도 들여다보고, 이들의 대화도 티격태격 찰진 느낌에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결론을 알고 봐도 재미있다. 그렇게 될 것 같아서 더 재미있게 두근두근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여름휴가를 배경으로 하니 들뜬 마음에 두근거리며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이다.

휴일에 읽을 만한 로맨스 소설로 이 책 괜찮겠다. 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읽어나가다 보면 나른한 휴일도 심쿵 설레는 시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