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중력에 맞서 - 과학이 내게 알려준 삶의 가치에 대하여
정인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중력이란 순리대로 진행되는 것인데, 그것을 거스른다는 의미일까.

저는 인간이 통과할 생로병사의 관문이 '중력'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고통"이라고 하지요. 우리 삶은 죽음이나 질병, 노화, 망각, 사랑, 이별처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우리 인생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초월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해요. 평범한 삶을 사는 누구나 거대한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이럴 때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를 이해하는 데 과학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과학이 행복, 사랑, 성격, 감정, 기억, 질병, 노화, 죽음 등 인간과 삶에 대해 말하는 것들을 살펴보고, 과학이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과학은 지배나 힘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무지와 편견을 깨고 세상을 바꾸는 해방의 언어가 되어야 하니까요. 저는 과학책 읽기의 출발점에 '우리의 경험'을 세워놓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앎을 통해 자기 변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더 나은 과학기술, 사람을 위한 과학기술을 만들 거라고 믿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과학책을 읽겠다며 펼쳐든 이 책은 과학에 더해 철학적 사색까지 나를 안내해준다.

문득 과학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나 내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듯 이 책을 읽는 시간, 내 마음은 무한으로 뻗어간다.

갖가지 질문과 거기에 대한 사색이 더해져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읽어나간다.



이 책의 저자는 정인경. 과학저술가이며, 작가로서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우리가 원하는 과학기술을 말과 글에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 《통통한 과학책 1,2》, 《과학을 읽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 등이 있고 고등학교 《과학사》(씨마스)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한겨레신문에 <정인경의 과학 읽기> 칼럼을 쓰고 있다. (책날개 발췌)

《내 생의 중력에 맞서》에서의 중력은 중의적 의미를 가집니다. 인생을 지배하는 운명의 힘을 뜻하기도 하고, 객관적 언어의 큰 목소리를 의미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내 생의 중력에 '맞서'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어요. 과학은 소수의 백인 남성 과학자, 엘리트나 전문가가 독점하는 지배 또는 힘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무지와 편견을 깨고 세상을 바꾸는 해방의 언어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과학책 읽기의 출발점에 우리의 경험을 세워놓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앎을 통해 자기 변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더 나은 과학기술, 사람을 위한 과학기술을 만들 테니까요. (7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자존: '나'와 '너'의 균형 앞에서', 2부 '사랑: 이해와 포용 앞에서', 3부 '행복과 예술: 일과 놀이 앞에서', 4부 '건강과 노화: 자연과 시간 앞에서', 5부 '생명과 죽음: 팬데믹과 기후 위기 앞에서'로 나뉜다. 이 책의 마지막에 '《내 생의 중력에 맞서》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는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언제부터 과학을 좋아하셨어요? 과학을 왜 좋아하세요? 과학 공부가 재미있나요? 그럴 때마다 저는 과학이 재미있어서, 좋아서 한다기보다는 과학이 중요해서 공부한다고 말합니다. (33쪽)

이 책은 과학이 중요해서 공부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과학책 읽기 안내서이다.

먼저 이 책의 308쪽부터 이어지는 참고문헌 목록을 펼쳐보았다. 어떤 책들이 있을지 궁금해서 먼저 찾아보았다. 그런데 목록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언급된 책들이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거기에서 생각을 멈추고 다시 앞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나갔다.

저자가 풀어나가는 글을 보다 보면 '이 책에 이런 글도 있구나!', '이 책도 관심이 생기는 걸' 등등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된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저절로 관심이 생기니 이 책을 계기로 과학책 읽기의 폭을 넓힐 수 있겠다.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과학책들에 대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특히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건강과 노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요즘 신경쓰고 관련 서적을 챙겨서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만한 정보는 과학책에서 얻으리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면, 운동 자체가 뇌에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논리가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을까? 몸은 뇌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그리고 몸이 활동하지 않는다면 뇌는 원래 자기가 만들어진 목적을 위해 기능할 수 없다.

_《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 중에서 (216쪽)

또한 이 책을 새벽에 읽다가 잠에 대한 언급에서 뜨끔. 잠을 하찮게 여기는 생각과 생활 습관은 바꿔야 한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생체리듬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정해집니다. 전체 인구에서 종다리형은 약 40퍼센트, 올빼미형은 약 3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해요.

올빼미형은 밤 12시가 넘어서 오전 1시~2시가 되어야 잠이 들고, 아침 9~10시에 깨어납니다. 올빼미형이 스스로 원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유전자에 새겨져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늦게 일어나는 거죠. (227쪽)

이렇게 생각해보면 조금은 가벼워진다.



이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보자

과학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이끌어나가는

능동적 · 창조적 인간을 위한 '가치지향적 책읽기'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과학을 향해 관심을 갖고 지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책과 인문학적 철학적 사색을 함께 키워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