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 - 700만 년의 역사가 알려주는 궁극의 식사
NHK 스페셜 <식의 기원> 취재팀 지음, 조윤주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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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NHK 스페셜 다큐멘터리 5부작 <식의 기원> '음식은 어떻게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는가?'로 방송되었다고 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책장을 넘기자 "음식과 인류 진화가 만나 완전히 새로운 인문학이 펼쳐진다!"라는 글이 나오는데, 거기에서부터 이 책에서 펼쳐질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두근거렸다.

탄수화물, 소금, 지방, 술, 미식 등 5가지 주제로 보는 인류 진화의 진실이 궁금해서, 이 책 『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NHK 스페셜 <식의 기원> 취재팀이다.

NHK 스페셜 <식의 기원>은 단순한 정보전달을 뛰어넘어 관점의 독창성으로 인정받은 프로그램이다. 40억 년 전 생명 탄생까지 거슬러 가는 취재를 거듭하고, 최신 과학의 견해와 가설을 바탕으로 1년 이상 걸려 찾아낸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방송에 내보내지 못한 부분과 생활 프로그램 <아사이치>의 내용을 더해 일상 속 식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음식은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며, 진화를 거듭한 끝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음을 밝힌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2019년 가을부터 2020년까지 전 5회 시리즈로 방송된 NHK 스페셜 <식의 기원>의 취재 내용에 더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아침 생활정보 프로그램 <아사이치>에서 5회에 걸쳐 방송된 '바로 쓸 수 있는 실용 정보' 내용도 충실히 담았습니다. 탄수화물, 소금, 지방, 술, 미식이라는 5가지 주제를 놓고 인류 진화사에서 살펴본 '이상적인 식사'를 연구했습니다. 미약하나마 이 책이 앞으로의 식생활을 살펴보는 데 작은 계기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7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시작하며 '인류 진화에서 찾은 이상적인 식사법'을 시작으로, 1장 '밥은 우리 몸의 적군일까, 아군일까?', 2장 '소금이 없으면, 왜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까?', 3장 '지방이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게 사실일까?', 4장 '술, 왜 과음하게 되는 걸까?', 5장 '우리는 왜 끊임없이 맛있는 음식을 찾을까?'로 이어지며, 마치며 '음식을 아는 것은 우리를 아는 것'과 부록 '7가지 이상적인 레시피'로 마무리된다.

먼저 요즘 유행하는 다이어트식인 밥을 제한하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대해 언급한다. 그러고는 이와는 정반대로 밥을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그런데 당질 섭취를 줄여야 건강해진다고 주장하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배경에는 미국에서 시작된 팔레오 다이어트(구석기 시대의 식단) 식사법이 있는데, 구석기 시대는 인류가 수렵 채집 활동을 하던 시기라서 주식이 당연히 고기였다는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즉 인류의 700만 년 역사 중에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시작한 것은 농경을 시작한 1만 년 전으로 나머지 699만 년 동안은 육류가 주식이었다는 설명이다.

'인류가 당질을 섭취하기 시작한 시기가 정말 농경이 시작된 1만 년 전일까?'

이 질문에서부터 탄수화물과 인류의 관계를 탐구하는 우리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20쪽)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짐작하던 것에 물음표를 던지고 거기에서부터 이들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나 또한 이제야 의문을 가지며 이들의 여정에 동참해보았다.

스페인의 북부 도시 빌바오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고대 동굴 유적에서 찾은 구석기 시대 인류의 치아 분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스페인 자치대학의 카렌 하디 박사는 구석기 시대 인류 치석을 현미경 영상으로 보여주며, 그것이 모두 '식물의 녹말 입자'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치석은 인류의 식생활을 알 수 있는 타임캡슐 같은 것입니다. 저는 구석기 시대 인류의 치석에서 약 30개 종류의 녹말 입자를 발견했습니다. 이것으로 인류가 녹말이 포함된 다양한 식물을 먹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지요. 인류의 주식은 육류가 아니라 녹말이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22쪽)

당시 원시 인류는 골반의 형태가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았으며 직립보행도 서툴렀을 것으로 짐작되며, 사냥감을 쫓아가 잡기는커녕 천적인 고양잇과 맹수들에게 잡아먹히는 연약한 존재였다는 설명에 어느덧 수긍하게 된다. 그러면 야생식물인 땅속줄기로 녹말을 섭취했다는 부분까지 이해하게 된다.

또한 특이사항은 인류 탄생 이후, 초기 인류의 뇌 무게가 400~500그램 정도였고 크기는 현대인의 3분의 1에 불과했지만, 호모 에렉투스 때부터 뇌의 크기가 2배 이상 급격하게 커졌다고 한다. 이는 가열한 요리 덕분이라는데…….

가장 먼저 시작되는 탄수화물에 대한 것부터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서 이 책을 집중해서 읽어나갔다.

특히 탄수화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우리 몸 본래의 체계라며 저탄수화물 식단은 어디까지나 체중 감량을 위한 식사로, 적극적으로 살을 빼야 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는 결코 건강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며 탄수화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다음으로는 소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루에 1~3그램 정도의 적은 염분 섭취량으로 살아가는 무염 문화권 사람들은 고혈압이 없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소금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하루에 1.4그램 정도의 염분 섭취를 줄이기만 해도 고혈압을 개선할 뿐 아니라, 생사를 가르는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121쪽)는 것을 기억하여 '몰래몰래 염분 줄이기' 운동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조미료 용기를 다시 살펴보자」에 있었다.

지금껏 용기는 생각지 못했는데 조금만 신경 써도 양 조절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한 실험을 했다. 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각각 같은 소금이 담겨 있지만 나오는 구멍의 크기는 다른 용기를 주고 사용하게 한 것이다. 물론 피실험자에게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원하는 만큼 소금을 뿌려서 달걀을 먹도록 했다. 그러자 구멍이 작은 용기를 받은 그룹은 용기 구멍이 큰 그룹에 비해 소금 사용량이 3분의 1에 그쳤다.

구멍이 작아서 뿌려도 잘 나오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같은 실험자에게 구멍이 큰 용기와 작은 용기를 주고 달걀 먹기를 체험하게 했더니, 작은 용기를 사용해서 뿌린 소금의 양이 줄었는데도 맛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이는 작은 구멍의 용기를 여러 번 뿌리는 행위로 인해 심리적 만족을 느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권하고 싶은 방법이 '사용 중인 용기를 살펴보는 것'이다. 구멍이 작은 용기로 바꾸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지금 사용하고 있는 용기 구멍의 반을 테이프로 막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 (126쪽)



또한 '우리의 뇌는 자신의 혀나 후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정보로 맛을 느끼는 신기한 능력이 있다.(242쪽)'는 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맛집이라고 해서 갔을 때 괜히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맛있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내 미각이 그리 예민한 것은 아니니, 전해 들은 정보로 맛을 느끼는 게 맞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흥미롭게 읽어나가기도 하고, 피식 웃기도 하며, 음식 여정에 동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40억 년 전 생명 탄생까지 거슬러 가는 취재를 거듭하고, 최신 과학의 견해와 가설을 바탕으로 1년 이상 걸려 찾아낸 이야기를 방송에 내보내지 못한 부분까지 포함해서 이 책에 담았습니다. 시청자들로부터 "음식이 인간이 인간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 그 자체라니 훌륭한 주제다", "익숙한 음식을 다시 보게 됐다", "5회로 끝나는 것이 아쉽다! 꼭 다음 시리즈도 만들어주면 좋겠다" 등 감사한 반응을 다수 받았습니다. 이 책의 독자도 그렇게 느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264쪽)

탄수화물, 소금, 지방, 술, 미식 등 어찌 보면 아주 기본적인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에서 접근하는 이야기가 독특하고 흥미로워서 하나하나 집중해서 읽어나가게 되었다.

특히 지금껏 당연한 듯 생각해오던 것과 다른 부분을 발견하며 신기해하기도 했고, 하나씩 깨달으며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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