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혹은 아직은, 기계와 사람의 생김새가 명확히 구분된다. 누가 봐도 이건 기계다, 사람이다, 구분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소설 속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먼 미래다. 휴먼매터스 랩에서 일하는 최진수 박사의 아들 철이는 홈스쿨로 집에서 공부하며 지내는 일상이 무료하다. 집에는 고양이 세 마리가 있는데, 그중 한 마리는 로봇이다. 고양이 로봇과 실제 고양이들이 서로 닮아가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이 좀 답답하게 느껴지던 그날, 바깥 산책을 나갔고 그 모든 게 달라져버렸다.
낯선 두 남자가 나타나서는 자꾸 등록이 되어있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며 낯선 두 남자는 철이를 플라잉캡슐 안으로 던져 넣었고, 그렇게 전혀 낯선 곳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독자도 사색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팔, 다리, 뇌의 일부 혹은 전체, 심장이나 폐를 인공 기기로 교체한 사람을 여전히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나는 인류가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이런 의문들을 품어왔다는 것을 고전 SF 영화나 소설 등을 보면서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내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내가 완벽하게 기계의 흉내를 내고, 그러다 언젠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어떤 것들, 예를 들어 윤리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다 저버린 채 냉혹하고 무정한 존재로 살아가게 될 때, 비록 내 몸속에 붉은 피가 흐르고, 두개골 안에 뇌수가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인간일 수 있는 것일까? (69쪽)
인간이 아닐 거라고는 한순간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철이의 이야기를 보며 그 마음을 따라가본다. 그리고 모험담처럼 이어지는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져서 점점 이 책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