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여 간의 아프리카 여행은 그곳의 광활함을 보고 싶어 했던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시간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아프리카의 초원과 그들이 만들어 놓은 지평선, 그리고 넓은 평원을 가득 메운 누 떼와 얼룩말들의 모습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스케치북을 들고, 눈앞에 펼쳐진 온갖 소중한 이미지들을 화폭에 담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변화무쌍한 하늘과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오르는 이름 모를 작은 새들, 치타에 쫓겨 내달리는 얼룩말과 영양들.
처음 며칠 동안은 그들의 모습에 매료되어 단 한 점의 좋은 스케치도 남기지 못했다. 대부분의 그림들은 크로키하듯 빠르게 스케치한 후, 밤이 되어서야 돌아온 숙소에서 그날 본 대상들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오랜만에 잡아 보는 수채화 붓을 놀려 색을 입힌 것들이다.
사자 무리 속으로 조심스럽게 차를 몰아 그들과 눈을 마주한 채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새끼 코끼리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스케치를 하다가 어미 코끼리의 눈에 띄어 봉변을 당할 뻔한 일도 있었지만
하루하루가 즐거워 날이 저무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이 책 속에 담겨진 그림들은 어색한 표현도 많고,
상당 부분 미완성 상태이지만 내게는 평생을 두고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다. (책 서문 중에서)
서문의 글을 길게 담아놓은 것은 이 책 속의 작품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이야기를 알고 보면 더욱 값지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가보고 싶던 아프리카 여행, 그냥 보기에도 벅차고 힘든 여정이지만 열정적으로 그 장면들을 스케치로 남기고, 밤이 되어 수채화로 색을 입혀 완성한 것이다.
아니, 저자는 상당 부분 미완성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생동감 있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프리카 여행의 장면 장면을 이 책을 읽으며 함께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