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와 한 걸음 가까워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신기하게도 그의 답변은 시대의 간극을 느낄 수 없으니, 책이라는 매개로 어우러져서 그런가 보다.
그냥 생생하게 읽혀서 더욱 흥미롭다.
정말 그 시대 맞나, 요즘 이야기 아닌가 생각되는 문장을 만나면 반갑고 말이다.
물론 진정한 의미에서의 장서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한참 멀었다. 맥주를 마시거나 흥청망청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책에는 그 10분의 1조차도 쓰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수두룩한가 하면, 생각이 좀 구식인 사람들은 책을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 호사스럽게 꾸민 방에 꽂아놓고 먼지가 뽀얗도록 놔둔다. (128쪽)
그때도 그랬고, 예전에도 그랬고, 요즘도 그럴 지도…….
또한 꽤나 실용적이고 적용할 만한 비법도 알려주니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중 하나만 언급해보자면 판형에 대한 이야기다.
판형이나 장정에 유의하자. 허풍스러운 거대판형이나 장난감처럼 조그마한 소형판은 모두 실용성이 떨어진다. 책의 분량을 억지로 늘려 손에 들고 읽기가 힘든 지경인 경우도 있다. 특히 부담 없이 즐기고 싶은 시문학 작품이라면, 가볍고 손에 잡기 쉽고 들기 편하며 잘 펼쳐지는지 살피도록 한다. 필요하다면 약간의 비용을 들여 두세 권이나 그 이상으로 나눠 새로 제본하도록 한다. 내 경우를 들자면 그리제바흐가 두꺼운 네 권짜리로 펴낸 호프만 작품집을 한동안 꽂아만 두고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열두 권으로 얇게 분철하고 나서야 손이 갔다.
책마다 특별한 글이나 도안을 넣는다든지 색상과 색지 등을 개인적으로 선택하여 나름대로 개성을 표현하고 최대한 예쁘고 편하고 독특하게 제본을 함으로써 애정과 경의를 표할 수 있다. 책제목을 원하는 활자로 모양을 잡아 표지를 새로 입힐 수도 있다. 고민하고 애정을 쏟아 직접 장정을 다루면서 소장도서 한 권 한 권을 함께 만들어간다. 그리하여 세상의 다른 모든 책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자신만의 책이 탄생한다. (220~2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