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해도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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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심이 생긴 건 추천자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마거릿 애트우드, 오프라 윈프리, 천선란, 김겨울 작가가 일제히 극찬한 화제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게다가 이 책은 2021 부커상 최종 후보작이었다고 하니 그 점도 궁금했다.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우주생물학자 시오,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사랑한 동물권활동가 얼리사,

그들에게서 태어난 이 세상과 잘 맞지 않는 아들 로빈의 이야기 (책 뒤표지 중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줄지 궁금해하며 이 책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리처드 파워스.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특유의 시적인 문체로 녹여낸 작품들을 발표하며 현대 영미 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다. 1980년 보스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중, 미술관에 전시된 독일 사진가 아우구스트잔더의 「젊은 농부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이틀 후 직장을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8년 "독창적인 서사 구조가 인간의 경이와 유기성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퓰리처상을 수상한 『오버스토리』는 인간과 숲에 관한 기념비적 소설로, 파워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다.

2021년 장편소설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파괴된 행성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불안과 공존의 철학을 담은 이 소설은 평단과 언론의 극찬은 물론, 대중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아버지 시오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시오의 아들 로빈이 일반 다른 아이들과는 약간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 책은 뭉근히 불을 지피는 느낌으로 천천히 읽어나가게 된다. 속도를 좀 늦춰서 읽게 되는데, 잔잔하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곱씹으며 읽을 문장을 군데 군데에서 만나게 된다.

그렇게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마음에 훅 들어오는 문장을 발견하기도 하고, 언어를 조용히 읊조려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천문학과 유년기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어마어마한 거리를 가로지르는 항해다. 둘 다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사실들을 찾으려 한다. 둘 다 엉뚱한 이론을 만들고 가능성이 무한히 증식하도록 놓아둔다. 둘 다 시간 때문에 혼란해진다. 둘 다 언제까지나 시작점이다. (99쪽)



지구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었다. 산수를 하고 과학을 따라갈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자기만의 진실에 더 만족하는 사람. 하지만 어떤 학교를 다니든 매일매일의 교육에서 우리 모두는 마치 내일이 오늘과 똑같이 반복될 것처럼 살았다. (237쪽)

로빈은 여름 한철 만에 혼자서 교실에서 일 년을 지냈을 때보다 많은 것을 배웠다. 혼자서 정규 교육이 부인하고 싶어 하는 바를 알아냈다. 생명이 우리에게 원하는 바가 있는데 시간이 다해 간다는 사실을.

'심각한 멸종 위기. 이미 멸종했을 가능성 있음.' 로빈이 말을 맺었다. (238쪽)



소설 속 세계가 우리의 이야기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우리는 어떤 기억을 품고 어떤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할까. 하나의 생명마다 품고 있는 무한한 세계가 스러지는 일이 얼마나 슬픈지 알고 있다면, 우리의 행성이 문득 잔인하게 느껴진다면, 잔인한 세계에 섬세하게 아파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씩 나은 선택을 거듭할 수 있을지 모른다. 깊은 희망과 슬픔을 동시에 품고 있는 소설.

_김겨울(작가, 유튜버)

나는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알려진 단어로 표현하자면 '찬란한 슬픔' 같은 것일까. 너무 슬픈데 빛이 널리 퍼져서 환하고, 그래서 더 시리고 아픈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이 작품을 다양한 각도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 우주에 있는 다른 행성과 다른 생명,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고민과 고뇌 같은 것 말이다.

나는 이번 독서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초점이 더 맞춰졌다. 분명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는 부분인데, 그리고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결과는 알 수 없는 것인데, 완벽한 정답이 없는 삶의 방향이 버겁게 느껴졌다.

다양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소설이어서 읽는 사람과 읽는 시기, 그런 상황에 맞게 다르게 느껴지리라 생각된다. 깊은 메시지를 알차게 품고 있는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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