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서론을 시작으로, 1장 '검정: 어둠 밖으로', 2장 '빨강: 인류의 창조', 3장 '노랑: 우상의 황혼', 4장 '파랑: 수평선 너머', 5장 '하양: 유독한 순수', 6장 '보라: 합성 무지개', 7장 '초록: 실낙원'으로 이어지며, 결론 '색으로 보는 세상'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일곱 기본색(검정, 빨강, 노랑, 파랑, 하양, 보라, 초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원한다면 이 책을 색의 문화사로 읽어도 좋지만, 나는 이 책을 색으로 보는 세상의 역사로 생각한다. (27쪽)
이 책에는 검정, 빨강, 노랑, 파랑, 하양, 보라, 초록 등 일곱 가지 색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식의 바다에 풍덩 빠진 듯,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넓고 깊다.
이 책에서는 먼저 12세기 말 니자미 간자비가 쓴 페르시아 문학 『일곱 개의 초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곱 개의 초상』에 나오는 색을 주인공 삼아 이 책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무언가 오색찬란한 이야기보따리를 이제 막 풀어보는 듯해서 기대가 가득 되었다.
색의 의미에 대한 글을 보다 보면 각 나라마다 시대마다 색이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이렇게 색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예로 들어 다각도로 이야기를 풀어주니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색에는 본래 의미가 없다. 색의 의미는 색을 보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창조한다. 그래서 하나의 색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하양은 서구에서 오랫동안 빛과 생명, 순수와 동일시됐지만, 아시아의 몇몇 지역에서는 죽음의 색이다. 영어에서 초록은 질투의 색이지만 프랑스어에서는 공포, 태국어에서는 분노, 러시아어에서는 슬픔이나 지루함의 색이다. 미국 정치에서 빨강은 보수이고 파랑은 진보이지만 유럽에서는 반대다. 색의 의미는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기도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파랑이 남성적이고 분홍이 여성적이라고 생각하며 자녀들의 옷을 입힌다. 그러나 100년 전만 해도 반대였다. "분홍은 남자아이, 파랑은 여자아이를 위한 색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규칙"이라고 1918년 어느 육아서는 조언한다. "분홍은 결단력 있고 강한 색이기 때문에 남자아이에게 어울리지만, 파랑은 섬세하고 앙증맞아서 여자아이들에게 더 예쁘게 어울린다." (22~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