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시간 - 언제나 우리 곁에는 색이 있다 컬러 시리즈
제임스 폭스 지음, 강경이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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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의 정의를 내리라고 요청받기 전까지는 시간이 무엇인지 알았노라고 썼다.(15쪽)'라고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의 기분이었다. 내 곁에 있는 모든 것이 컬러인데, '색깔'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어떤 의미인가를 인식하고자 하니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래도 괜찮다. 이 책으로 시작하면 된다. 이 책에서 "색에 의미를 입히고 벗겨온 감각과 상상력의 역사"를 하나씩 짚어준다고 하니, 이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보면 되겠다.

케임브리지대에서 미술사를 가르치는 제임스 폭스가 여기 역사 속 컬러에 대한 장대한 탐구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어두컴컴한 검정에 깃든 아름다움,

빨간 피를 지닌 사피엔스의 기원,

모든 신화의 토대를 이루는 샛노란 태양,

푸르른 환영을 만들어내는 하늘과 바다,

새하얀 청결에 대한 제국주의의 열망,

산업혁명에서 탄생한 보랏빛 합성염료,

점점 허약해지는 우리의 녹색 생태계…

검정, 빨강, 노랑, 파랑, 하양, 보라, 초록

일곱 가지 기초 컬러 개념의 뿌리부터

문화적 상징과 의미들이 하나둘 선명하게 드러난다.

컬러의 어제와 오늘을 되돌아보며, 내일의 컬러를 상상해보는 시간, 만화경처럼 신비로운 『컬러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책날개 중에서)

무언가 깊고 심오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서 기대하며 이 책 『컬러의 시간』을 읽어보게 되었다.



먼저 이 책을 펼쳐들면 53가지의 자료 사진을 볼 수 있다. 이 책이 색에 대해 말하는 책이니, 이제야 비로소 색깔을 위주로 살펴볼 생각을 하게 된다.

각각의 사진은 번호와 함께 짤막한 설명이 이어진다. 충분히 작품 하나하나 감상을 해나간 후 본격적으로 글을 읽어나간다.





이 책의 저자는 제임스 폭스. 케임브리지대 미술사학자이며 BBC 예술 다큐멘터리를 진행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색은 세계의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칠한다. 매복한 채 우리가 눈뜨기를 기다리고, 눈을 감았을 때조차 나타난다. 그러나 색이 도처에 있는데도, 그리고 색을 이해하고 제조하려는 인간들의 모든 노력에도, 우리는 색을 진정으로 소유할 수 없다. 색은 음악과 마찬가지로 자기를 묘사하려는 모든 시도에 저항한다. 우리는 몇 세기 동안 색을 설명하고 분류하기 위해 방대한 어휘를 지었지만, 끝없이 확장되는 색채 어휘는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이 포착하기 힘든 지시물을 질식시켜버린다. 어쩌면 색은 글로 다룰 수 없는 주제 가운데 하나인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색에 대해 써보고 싶은 유혹에 저항할 수 없었다.

케임브리지에서

2020년 8월 저자 제임스 폭스 (7쪽)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서론을 시작으로, 1장 '검정: 어둠 밖으로', 2장 '빨강: 인류의 창조', 3장 '노랑: 우상의 황혼', 4장 '파랑: 수평선 너머', 5장 '하양: 유독한 순수', 6장 '보라: 합성 무지개', 7장 '초록: 실낙원'으로 이어지며, 결론 '색으로 보는 세상'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일곱 기본색(검정, 빨강, 노랑, 파랑, 하양, 보라, 초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원한다면 이 책을 색의 문화사로 읽어도 좋지만, 나는 이 책을 색으로 보는 세상의 역사로 생각한다. (27쪽)

이 책에는 검정, 빨강, 노랑, 파랑, 하양, 보라, 초록 등 일곱 가지 색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식의 바다에 풍덩 빠진 듯,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넓고 깊다.

이 책에서는 먼저 12세기 말 니자미 간자비가 쓴 페르시아 문학 『일곱 개의 초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곱 개의 초상』에 나오는 색을 주인공 삼아 이 책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무언가 오색찬란한 이야기보따리를 이제 막 풀어보는 듯해서 기대가 가득 되었다.

색의 의미에 대한 글을 보다 보면 각 나라마다 시대마다 색이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이렇게 색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예로 들어 다각도로 이야기를 풀어주니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색에는 본래 의미가 없다. 색의 의미는 색을 보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창조한다. 그래서 하나의 색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하양은 서구에서 오랫동안 빛과 생명, 순수와 동일시됐지만, 아시아의 몇몇 지역에서는 죽음의 색이다. 영어에서 초록은 질투의 색이지만 프랑스어에서는 공포, 태국어에서는 분노, 러시아어에서는 슬픔이나 지루함의 색이다. 미국 정치에서 빨강은 보수이고 파랑은 진보이지만 유럽에서는 반대다. 색의 의미는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기도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파랑이 남성적이고 분홍이 여성적이라고 생각하며 자녀들의 옷을 입힌다. 그러나 100년 전만 해도 반대였다. "분홍은 남자아이, 파랑은 여자아이를 위한 색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규칙"이라고 1918년 어느 육아서는 조언한다. "분홍은 결단력 있고 강한 색이기 때문에 남자아이에게 어울리지만, 파랑은 섬세하고 앙증맞아서 여자아이들에게 더 예쁘게 어울린다." (22~23쪽)



이 책은 글씨가 좀 작고 촘촘하다. 하지만 그만큼 이 책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을 음미하며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읽어나갈 필요가 있다. 또 이야기가 워낙 흥미롭고 다양해서 저절로 집중하게 된다. 글자의 크기 같은 것은 책을 읽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으니, 그야말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책이다.

이 책은 방대한 지식이 풍부하게 갖춰져서 읽는 내내 감탄한다.

사회학자 노명우에 의하면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북돋우는 것으로 모자라 지적 희열까지 안기는' 책이라고 언급한다. 정말 감탄하며 읽어나가며 지적 희열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색에 관한 수많은 책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_《BBC 히스토리 매거진》

정말 단연 돋보이는 책이다. 지금껏 색에 관해 읽은 책 중 순위를 다시 매겨야겠다. 동서양을 아우르며 우주까지 넘나드는 스케일에 감탄하며 읽어나갔다.

저자에 의하면 색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색과 인간에 대해 재인식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 세상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색이 보인다. 새로운 우주를 만난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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