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다정한 미술관 - 일상에서 발견한 31가지 미술사의 풍경들
박상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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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페이스북의 빌 브라이슨" 박상현의 미술 이야기라는 설명에서 느낌이 왔다. '아, 이 책 읽어보고 싶다'라고 말이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 매체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따로 접할 기회가 없으니 이렇게 책이 출간되는 것이 반갑다.

이 책은 일상에서 발견한 31가지 미술사의 풍경들에 대해 들려준다고 하여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기대하며 이 책 『도시는 다정한 미술관』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박상현. 미술사를 전공한 뒤에 미국과 한국에서 뉴미디어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활동을 하는 등 조금은 독특한 길을 걸어왔다. 틈틈이 올린 페이스북 글을 통해 "따스하면서도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으며, 박학다식이 널리 알려지며 주요 일간지 네 곳 <서울신문>,<세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에 칼럼을 쓰는 등 "페이스북의 빌 브라이슨"으로 불린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약 1년 반에 걸쳐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기반으로 하고, 책으로 엮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추가하고 보완했다. (8쪽)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된다. 1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2부 '21세기 신의 형상', 3부 '이미지는 권력을 드러낸다', 4부 '도시, 도시인', 5부 '내면이 풍경이 될 때', 6부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나뉜다.



저자는 칼럼을 쓰던 당시에 일어난 사건과 뉴스를 반영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아는 이야기, 들어본 뉴스에 시선을 끌어들여 눈길을 확 잡아채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러니 나는 첫 이야기, 2019년 4월 15일 일어난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이야기부터 벌써 이야기에 집중했다. 지금껏 생각 못 해보았기 때문이다. 교회에는 언제부터 의자가 놓였을까. 원래 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 과거 성당 건물에는 지금과 같은 긴 나무 의자(이런 의자를 '퓨'라고 한다)가 없었다. 그럼 사람들은 어디에 앉아서 미사를 드렸을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당시에는 앉아서 미사를 드리지 않았다. 중세시대 성당을 묘사한 그림 속 사람들은 넓은 교회 실내에 서 있거나 가끔 무릎을 꿇고 있을 뿐 의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넓은 공간에 의자가 없었다는 게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공공장소에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놓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19쪽)

그러면 성당에 우리에게 익숙한 교회 의자가 설치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그 계기는 흥미롭게도 종교개혁이라고 한다. 설교가 길어지니 사람들이 계속 서 있을 수 없어 앉을 자리가 필요했다고.

개신교에서 먼저 시작되고 그러다 보니 이에 질세라, 가톨릭 진영에 속한 교회들에서도 설교가 길어져 두 군데 다 의자가 생긴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카메라 앞에서 웃었을까, 단체 기념사진은 언제 누가 시작했을까, 고대 그리스·로마 조각은 흰색이었을까, 예수의 이미지, 시각미술이 정치의 도구가 될 때, 위대한 길거리 사진은 끝났다, 비극을 기념하는 방법,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들, 디지털에서 반복되는 회화의 역사 등등 이 책에 담긴 이야기 중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먼저 찾아서 읽어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일 것이다.



평소 "그림은 미술관과 갤러리, 미술책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상, 어떤 환경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보는 풍경, 사용하는 물건에서 예술작품과 똑같은 감정을 경험할 수 있지만 작품은 미술관에 가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교육 받아온 탓에 눈앞에 있는 사물을 감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믿어 왔다. 이 책은 하나의 시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다양해질수록 다정해지기 때문이다. (책날개 중에서)

그러고 보니 예전에 파리에서 피카소 미술관에 다녀왔던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으니 알차게 다리 아프도록 구석구석 훑어가며 감상하고 다녔다. '피카소의 작품이구나!'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정작 나의 심장을 뛰게 한 작품은 미술관에서 나와서 길을 가다가 우연히 보게 된 상점에 있었다. 그런 내가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그건 고정관념을 깨고 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미술관에 가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좀 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 책에서 계기를 마련해준다. 다양한 이야기 끝에 일상 속 스치는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즐기자는 마무리까지 깔끔하고 신선하게 읽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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