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의 주역공부 - 다산처럼 인생의 고비에서 역경을 뛰어넘는 힘
김동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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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많은 이들의 삶의 이정표가 되었다. 아인슈타인, 칼 융 등 수많은 학자들이 주역을 통해 세상의 거대한 섭리를 찾고자 했다고 하니, 나도 동참하려고 했지만, 막상 책장에 꽂아둔 원본을 꺼내들기에는 이미 서로 너무 멀어져 버렸다. 꺼내들었다가 도로 꽂아놓기를 수십 번.

그래도 주역에 관한 책이 나오면 관심을 갖고 바라본다. 원본보다는 훨씬 우리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주는 책이니 말이다.

이번에는 다산이다. 다산 정약용은 18년 동안 이어온 유배 생활의 첫 공부로 《주역》을 택했다고 하며, 그는 이를 통해 깨달은 순환과 균형의 이치를 삶에 대입시켜 《주역사전》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다산은 자신이 쓴 500여 권의 책을 모두 버려도 이 책만큼은 마지막까지 꼭 남겨 후세에 전해달라고 당부할 만큼 가장 아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이 책에 담긴 이야기에 슬슬 관심이 생기지 않는가.

이 책은 국내 사주명리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김동완 저서 『오십의 주역공부』이다. 주역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오십의 주역공부》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동완. 운명 상담가, 인문학자, 동양학자이자 리더십연구가이다. 현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금까지 3000명 이상의 제자들을 길러냈다. 다산리더십연구소 소장, 한국역학회장과 한국사주역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다양한 방송에 출연했고 강연도 했다. 《사주 명리 심리학》, 《관상심리학》, 《운과 돈을 부르는 색채 심리학》 등 2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책날개 발췌)

이제야 다산의 사상과 삶 속에서 운명학에 얽힌 흔적을 찾아서 책으로 펼쳐본다. 과골삼천이라는 말이 있듯 다산은 복사뼈에 구멍이 세 번이나 날만큼 정좌한 채 학문에 몰두했고 평생 50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그런 다산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6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오십, 진정한 어른을 만나고 싶은 당신에게'를 시작으로, 1장 '새로운 나로 바로 선다는 것: 인생이 안 풀린다고 느낄 때 괘를 알면 내가 보인다', 2장 '정해진 운명을 넘어선다는 것: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고 싶을 때 괘를 알면 사람이 보인다', 3장 '살아갈 인생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것: 어제와 다른 내일을 만들고 싶을 때 괘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주역》을 새롭게 읽어야 할 때로 마무리된다.



다산은 요즘 말로 하면 '인생 꼬인 엄친아'였다고 한다. 일찍이 너무 잘 나간 탓인지, 서른아홉 살 때부터 다산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강진에 유배 갔을 때, 말할 상대조차 없는 그를 붙들어준 특별한 학문이 바로 《주역》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산이 수많은 경전과 철학서 가운데 《주역》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주역》이 난해하다는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다산은 1803년 늦봄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주역》에 관한 그의 생각을 이렇게 썼다.

"《주역》을 바라보기만 해도 기가 꺾여서 탐구하고자 하면서도 감히 손도 대지 못한 것이 여러 번이었다. 눈으로 보는 것, 붓으로 기록하는 것으로부터 밥을 먹고 변소에 가며, 손가락을 놀리고 배를 문지르는 것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도 《주역》 아닌 것이 없었다."

내로라하는 천재들 가운데서도 최고로 꼽히는 다산조차 기가 꺾일 정도로 어려운 책이기 때문에 유배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에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 그전까지 다산은 《주역》을 머리로 이해하려고 했으나 일생일대의 시련과 맞닥뜨림으로써 《주역》과 다시 만난 셈이다. (18쪽)

이 책이 《주역》 강해가 아니라 다산의 이야기와 삶 속의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어서 더욱 부담 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다산은 불혹의 전쟁 같은 삶과 치열한 학문적 연구를 마치고 50대에 비로소 자신의 외면과 내면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어떤 시련이 와도 정신은 절대 굴복하지 않았고 그 정신을 갈고 닦아 자신을 완성했다.

우리가 겪는 고난이 다산의 그것과 닮았다면 지금 우리에게도 다산의 지혜가 필요하다. 모두가 혼란스럽고 휘청이는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진 이는 앞을 향해서 묵묵히 걷는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키고 앞을 헤쳐나가는 사람이 성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200년 전 18년을 유배지에서 보내야 했던 다산의 철학을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때다. 《주역》은 지나온 삶을 반추할 기회를 주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22쪽)



이 책은 주역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현대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예로 들었고, 저자가 사주를 봐준 사람들의 일화도 틈틈이 들려주고 있다.

내 눈에 띈 것은 다산 이야기.

양념처럼 중간중간 담겨있는 다산의 이야기를 만나면 무척 반가웠다.

다산이 별시 초시에 합격하고 2차 시험에서 떨어진 후 당시 심경을 <감흥>이라는 시로 남겼다고 한다.

<감흥>

세상살이 술 마시는 일과 같아서

처음에는 따져가며 잔에 따른다.

마신 뒤엔 문득 쉽게 술이 취하고

취한 뒤엔 본디 마음 혼미해지네.

정신 놓고 술 백 병을 들이키면서

돼지처럼 씩씩대며 계속 마시지.

산림에는 드넓은 거처가 많아

지혜로운 이 진작에 찾아간다네.

마음에만 품을 뿐 갈 수가 없어.

하릴 없이 남산 그늘 지키고 있네.

(140쪽)

저자는 이 시를 보면 청년 다산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서 웃음이 난다고 언급한다. 생각해보니 정말 세상살이가 그렇긴 하다.

이 책은 기를 쓰고 주역을 이해하자고 거창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삶의 소리에서 문득 주역의 진리를 깨닫도록 슬쩍 건드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덜어낼수록 이익이 커진다는 뜻은 동양철학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진리인데, 여기에 주역 공부하러 찾아온 회계사 제자 이야기가 이어진다.

"선생님, 저는 오래전부터 재무제표를 쓸 때 손익계산서를 왜 '익손계산서'라고 하지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회계 시스템은 서양에서 도입됐고 서양에서는 의례 이익계산서(Income Statement)나 익손계산서(Profit and Loss Statement)라는 말을 쓰거든요?"

나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무척 흥미로웠다.

"그런데 동양에서는 익손계산서라고 하지 않고 손익계산서라고 하죠. 익손이라는 말은 아예 쓰지 않아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선생님 밑에서 주역을 공부해보니 왜 손익계산서라고 하는지 알겠습니다."

"그것 자네가 혼자서 터득했나?"

"주역에 손괘 다음에 익괘가 나오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서양은 이익 위주로,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만 동양에서는 우선 덜어내고 채운다고 보는 거죠." (169쪽)

또한 마지막에는 《주역》 64괘를 소개하고 있으니, 상징키워드로 주역 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아도 좋겠다. 한 번에 이해하려고 하지는 말고 짤막짤막 끊어서 읽어나가고 사색에 잠기는 방법이 좋겠다.



'양자역학이 지금껏 해놓은 것은 태극, 음양, 팔괘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_스티븐 호킹

주역을 그냥 원전으로 읽자고 하면 부담스러워서 쉽게 접근할 수 없지만, 이렇게 접근성이 뛰어난 책으로 살짝 발을 담그는 방식으로 접해도 괜찮겠다.

사서삼경에 속하며,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학문이고, 이 안에서 진리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나잇대라면 특히 더욱 와닿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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