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이웃들 - 우리 주변 동식물의 비밀스러운 관계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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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책을 읽지 아니할 수 없었다. 벌이 방 안으로 들어와서 한바탕 대소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두 마리도 아니고 자그마치 네 마리나!

그래도 안심하시라. (나만 안심하나?) 벌들은 진공청소기로 잘 빨아들여서 밖으로 내보냈다. 벌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다른 차원의 세계로 순간이동한 느낌이었으리라.

나의 귀촌 생활은 여름이 다가오며 벌레들과의 전쟁으로 바뀌었다. 뭐 솔직히 전쟁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거리두기 하고 싶은 그런 사이다. 제발 내 눈앞에만 나타나지 말면 좋겠는데, 이것들이 나와 가까워지고 싶은가보다.

벌레 이야기만 나오면 투덜투덜 말이 많아지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면 '선량한 이웃들'이란다. 사실 생긴 게 좀 그래서 그렇지 나쁜 존재들은 아니니, 이들의 이야기를 좀 들여다보아야겠다.

그런 선한 마음으로 이 책 『선량한 이웃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독일의 원예학자, 식물학자이자 저술가,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하노버 대학에서 원예학을 공부한 후 식물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해왔다. 다양한 입지와 그곳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에 대해 정통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지식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6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 챕터 2 '돌보는 이에게 도움이 되는 말', 챕터 3 '의혹의 눈초리', 챕터 4 '땅 속의 일꾼들', 챕터 5 '정원의 불청객', 챕터 6 '정원을 위해 열일하는 동물들'로 나뉜다.



총 83가지 질문과 대답으로 구성된 책이다.

새들은 숨도 들이마시지 않고 어떻게 오래 노래할 수 있을까?

올빼미는 낮 동안 어디에 숨어 있을까?

꿀벌이 바깥을 돌아다니는 시기는 언제부터 언제까지일까?

여름철에 날이 점점 더 덥고 건조해지면 동물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거미들은 왜 유독 가을부터 대규모로 나타날까?

도마뱀은 물 수 있을까?

달팽이 퇴치, 왜 그리도 어려울까?

개는 크기가 어느 정도라야 들짐승을 쫓아낼 수 있을까?

등등 이 책의 목차만 보아도 궁금한 이야기들이 많다. 해당 이야기를 먼저 찾아보아도 좋겠다.



첫 문장부터 나의 격렬한 대답을 이끌어낸다. "네~~~~!!!!!" 대답하며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

스트레스 없는 이웃 관계를 원하고 있는가? 잘 알다시피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서 수준이 더 높아지면, 크고 작은 일이 생길 때마다 힘닿는 데까지 서로 돕고 뒷받침하는 이른바 '잘 돌아가는 이웃 관계'가 만들어진다. (5쪽)

이 책을 읽어나가다가 36 '벌에 쏘였을 때 정말 도움이 되는 처방은 뭘까?'라는 글을 보며, 벌을 보고도 쏘인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오늘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철렁' 했다.

다행히 벌은 자기 벌집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리 공격적이지 않은 편이다. 벌이 다가오면 대개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충분히 안전하다. 설령 꽃무늬가 그려진 셔츠를 입고 있거나 장미향을 풍길 수도 있으나, 벌은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거대한 존재에게서, 별로 얻어먹을 게 없음을 파악하면 제 갈 길로 날아가 버린다. 공포에 질려 두 손이나 신문지 따위로 허공을 휘젓고 주변을 마구 내려치는 행위로는 벌을 쫓지 못한다. 오히려 벌을 더 신경질적으로 만들 뿐이다. 그런 행동이 심해지면, 벌은 자신이 위협받는다고 여기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적 물음, 즉 '한판 붙어, 말아?'에 '한판 붙자'로 대응한다. 이런 상황까지 오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응급처치 키트를 갖고 있어야 한다. 안 그랬다가는 벌에 쏘인 것이 치명적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123쪽)

그러고 보니 오늘 나는 허공을 휘젓고 주변을 내리치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불을 끄고 가만히 앉아있다가 벌이 밝은 창에 붙었을 때 단번에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나 좀 똑똑하게 처신 잘 한 것 같다. 으쓱.

그래도 혹시 벌에 쏘인다면 대처법은?

벌침을 핀셋이나 손톱으로 신속히 제거하고, 벌독을 입으로 빨아내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입, 목구멍 또는 목에 쏘이면 알레르기에 기인하지 않은 붓기도 치명적으로 커질 수 있으니, 이때는 즉시 의사의 진료를 받을 것이며, 냉찜질해주면 붓기가 심해지지 않는다. 붓기가 2~3일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으면 안전을 위해 의사의 진료를 받자.

그런 이야기들이 책에 있는데, 되도록 벌을 자극하지 말고, 혹시나 쏘이면 병원 가자.



책을 읽다 보면 날이 풀리며 접하게 되는 이웃들(?!)이 보이니 때로는 반가운 생각도 들었다. 나 또한 그들을 다 죽여 없애고 싶지는 않으니,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다.

습한 날에 나타나는 민달팽이. 가끔은 바퀴벌레 약까지도 배 터지게 퍼먹고 사라지는 그들이 나는 골치가 아팠다. 바퀴벌레 먹으라고 놓아둔 약을 왜 민달팽이가 신나게 먹는지, 그들은 그 약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오히려 맛있는 간식인 건지, 혹시 그에 대해 아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라.

달팽이가 오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싶다면 인내와 일관성 그리고 맷집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달팽이 퇴치제를 사용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211쪽)

결국 그런 거구나, 그런데 달팽이 퇴치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달팽이들은 결국 정원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니, 저자는 달팽이를 죽이는 방법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한다. 그런데 끓는 물을 들이붓는 건 좀 잔인하잖아. 그래도 저자는 저들을 빨리 죽음에 이르게 했노라 여기며, 달팽이에게 필요 이상의 기나긴 고통을 주지 않았다고 으쓱댄다.

하지만 달팽이들이 결국은 정원에 다시 나타난다니 차 타고 가서 남의 정원에 놓아줄 수도 없고, 마땅한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일단 모든 동식물을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으로 나누는 기존의 사고방식은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 분별은 오로지 수확이 풍성해야 하고 식물은 흠결 없는 장식품이어야 한다는 인간의 관념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6쪽)

그런 이분법적인 생각이 아니라, 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동물 이웃으로 남기기 위해 적절한 방법을 모색해나갈 수 있는 책이다. 모두 죽여 없애려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하지만 피해를 입기는 싫은 거고. 그러니 그 중간 지점을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독일의 원예학자, 식물학자인 안드레아스 바를라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겠다. 정원에 일가견이 있고 식물들에 정통한 지식이 있으니, 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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