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에 대하여
신채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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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자기소개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책 읽는 걸 좋아해. 음악은 시끄럽지 않은 걸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41쪽)

그러면 새 친구들은 "힘내!"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긴 더 무슨 반응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 책의 제목은 그 이야기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보았다. '읽고 싶다'를 넘어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건강 관리를 잘 하면 물론 병에 걸릴 확률이 줄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병이 전혀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복불복이다.

병은 남녀노소 누구든 예외를 두지 않고 갑자기 찾아온다. 그 누구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 책의 저자는 2004년 생이며, 2019년 9월,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제도 없고 언제 나을지도 알 수 없는 병, 타카야수동맥염을 진단받았다고 한다.

나는 병과 함께 살고 있다.

'병에 걸렸음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이 있음을

알아두고 싶은 것이다. (책 속에서)

병이 온다고 해서 일상에서 웃음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이 있음을 알아두고 싶은 것이다'라는 말이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아픈 나도 나였으므로'라는 소제목을 보고 삶의 자세를 공감하며 이 책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를 계속 읽어나간다.



이 책의 저자는 신채윤. 2004년 출생. 노란색을 좋아하고,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 뛰어노는 것보다는 집이나 카페처럼 따뜻한 곳에 앉거나 누워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 2019년 9월,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제도 없고 언제 나을지도 알 수 없는 병, 타카야수동맥염을 진단받았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내가 나인 것을 잊지 않고 사는 일'을 시작으로, 1장 '아픈 나도 나였으므로', 2장 '무언가를 인내해본 경험이 있나요', 3장 '마음이 꽉 차면 바다로 간다', 4장 '모서리를 들여다보는 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아름드리나무 그림을 완성하는 참을성'으로 마무리된다.

첫 이야기부터 울컥,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저자의 이야기에, 혹은 그로 인해 생각나는 자신이나 주변인의 이야기에 울컥해질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상황에, 저자 엄마의 슬픔에 마음이 동요될 것이다.

그리고 온갖 감정에서 벗어나는 저자의 말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럴 때에는 최후의 보루처럼 아껴둔 말을 스스로 되뇐다고 한다.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내 탓이 아니야.'

엄마가 슬픈건, 눈이 멀지도 모르는 건, 내 잘못이 아니야. (18쪽)

그 마음에 함께 하며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



한 친구가 말했다.

"나는 큰 병에 걸리면 힘들게 치료받으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을 것 같아."

헉,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크다면 큰 병을 안고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이 친구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잘 모르니까. 불과 지난해까지는 나도 '큰 병' 하면 말기암을 생각했고, '난치병' 하면 백혈병을 떠올렸다. 내가 어디 심각하게 아픈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할 때도 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내가 본 TV 프로나 웹툰, 소설 등에서 병 하면 가장 흔하게 쓰이던 소재였기 때문이다. 세상엔 수많은 병이 있고, 큰 병을 앓는다고 반드시 일상을 영위하지 못하는 건 아니며, 치료제를 찾을 길 없는 희귀 난치병에 걸렸다고 365일 매일 24시간 동안 절망의 쓴맛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다. 1년 전 나처럼 생각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그 친구는 내가 큰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았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몰랐던 사람이 실수하는 것에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86~87쪽)

이 책은 읽어나가며 폭넓고 성숙한 생각에 감탄했다. 그러면서 화가 나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잘 모르니까. 잘 모르니까 그게 듣는 사람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도 모르는 것이고, 그러니 그런 말에 상처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용납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되는 말에는 가차 없이 응징을 가해서 사이다 같은 한방을 날린다. 성숙하고 당찬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에도 아낌이 없었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시달렸던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성장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타카야수동맥염과 기묘한 동거를 하며 느낀 감정이나 상황 등 나는 짐작도 못할 그 마음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희귀병 타카야수동맥염을 앓고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픔 속에서 나온 깊은 사색의 글이 읽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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