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놀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휴일이다. 하지만 하루 뚝 떼어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더라도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하고 바쁘다. 뭔가 하지 않으면 이상하고, 뭐라고 해야 할 듯 불안하고 말이다.

그럴 때에는 전화기 무음으로 돌리고, 별의별 해야 할 일을 떠올리는 거 일단 차단하고, 차 한 잔 마시는 거다. 달달한 디저트와 함께.

그러면 그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한껏 가벼워진다. 그러다 보면 꼭 해야 할 일과 다음에 해도 되는, 안 해도 상관없는 일들이 서서히 눈에 보이게 마련이다.

그렇게 마련한 휴식 시간에 힐링 소설을 읽는 것도 방법이다.

오후 3시 애프터눈 티가 어떤 느낌인지 떠올려보며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의 숨 가쁜 일상을 잠시 멈추어 쉬게 하는 오잔호텔의 오후

열정 가득한 애프터눈티팀 직원의 특별한 손님맞이가 시작된다 (책날개 중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서 이 책 『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후루우치 가즈에. 소설가, 번역가. 2010년 「은색 인어」로 포플러사 소설대상 특별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소설가로 데뷔했다. 야식 카페를 무대로 한 소설 「마캉 마랑」 시리즈(전 4권)는 2015년부터 출간되어 누계판매부수 17만 부를 돌파했으며 독서미터에서 '2019년 올해의 채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7년에는 동일본대지진 5년 후를 배경으로 한 소설 『훌라 훌라』로 일본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상 문학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5화로 구성된다. 제1화 '나의 애프터눈 티', 제2화 '그 남자의 애프터눈 티', 제3화 '그 여자들의 애프터눈 티', 제4화 '그 남자들의 애프터눈 티', 제5화 '우리들의 애프터눈 티'로 나뉜다.

도야마 스즈네는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지 7년째가 되었다. 유서 깊은 오잔호텔에서 말이다. 그런데 스즈네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호텔에 취직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란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오잔호텔 라운지가 도쿄에서 최초로 본격적인 애프터눈 티를 제공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애프터눈 티. 은색으로 빛나는 3단 트레이에 담긴 귀여운 마카롱과 타르틀레트 등의 프티 푸르, 갓 구운 스콘, 손가락 크기의 고급스러운 샌드위치……. 향기로운 홍차와 함께 대접받는 우아하고 화려한 궁극의 간식. (12쪽)

오잔호텔 라운지에서는 '티 컬렉션'으로 언제든 찻잎을 20종류 이상 준비해 둔다. 화려한 향이 특징인 다즐링, 인도가 산지인 닐기리, 스리랑카의 고지에서 재배한 누와라엘리야, 난꽃 향이 나는 중국의 키먼 등 클래식 티. 베르가모트가 향기로운 얼 그레이, 향이 풍부한 위스키와 카카오 열매를 블렌딩한 아이리시 위스키 크림 등 플레이버 티. 허브와 과일을 조합한 애플 캐모마일이나 오렌지 루이보스 등 무카페인 티. 그리고 계절 한정 메뉴인 시즈널 티…….

애프터눈 티를 주문한 손님은 좋아하는 찻잎을 골라서 몇 번이고 홍차를 마실 수 있다. 두꺼운 티 북을 펴서 찻잎을 고르기만 해도 분명 두근거리는 기분을 맛볼 터다. (47쪽)

직접 먹지 않더라도 책을 읽으면서 그 맛과 분위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달콤한 휴식 시간을 누리는 느낌이 든다.



'과자는 상'이라고 말씀하신 스즈네 할아버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달달한 과자를 매일 먹을 수는 없지만 '과자는 상'이라는 마음으로 접하면 더욱 특별한 것 아니겠는가.

스토리도 스토리이지만, 애프터눈 티가 나올 때 내 마음은 사르르 녹았다. 아는 맛 모르는 맛을 총동원하여 머릿속에 맛의 향연을 펼치니, 그저 다 먹으면 다 살로 가겠지만 상상으로 먹으면 0칼로리라는 생각을 하며 안심했다.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소설이다.

그리고 스즈네가 애프터눈 티 아이디어를 내는 족족 파티시에 다쓰야에게 매번 거절당하는데, 그 이유를 보면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면서 점점 애프터눈 티에 대해 눈을 뜨고 아이디어가 성장해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인생을 대하는 마음과도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애프터눈 티도 인생도 더욱 폭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스토리를 담으니 더욱 깊이 우러난다.



예전에는 그저 애프터눈 티가 달달한 간식과 홍차라고만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풍성한 코스라는 것을 인식했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마냥 단맛만 있을 수도 없고, 오히려 단맛을 돋보이기 위해서는 짠맛이나 씁쓸한 맛도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과자는 결코 필요불가결한 존재는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즐겁고 아름답다. 앞으로도 향기로운 차와 보석 같은 과자를 즐기는 애프터눈 티의 시간은 힘겨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에 색채를 더해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겉모양이 예쁜 가토나 귀여운 프티 푸르의 단맛을 돋보이게 하려면 짜디짠 소금 약간이나 씁쓸한 술이 소량 필요하다니, 세상은 이 얼마나 만만치 않단 말인가. (330쪽)

무엇보다 이 소설을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어준 것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설은 각양각색 인간사를 담고 있기에 그 맛이 더 진하게 우러나는가 보다.

'인생은 고생스러운 법이란다. 그러기에 더더욱 단것이 필요하지.'

아, 할아버지 말씀이 맞았어요. (330쪽)

벚꽃, 오잔호텔, 오후 3시의 애프터눈 티……. 그런 것만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여기에 사람들 이야기가 더해지니 생동감 있게 완성되는 것이다. 눈으로, 상상으로, 애프터눈 티를 즐기며 이들의 인생도 엿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소설 속 이야기를 보며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