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이야기 중 하나는 「땅파기」.
어린 시절, 미칠 것처럼 심심해서 혼자 쇠꼬챙이를 들고 뒷마당을 후비고 다녔던 생각이 난다고 한다. 물론 거기까지는 그냥 어린아이의 흔한 일상이라고 생각된다면, 그에 대한 해석이 인상적이다.
쇠꼬챙이를 들고 흙 속에 묻혀 있던 것을 뒤지던 그 날이야말로 내 마음속에 처음으로 '정신의 지질학'이 눈을 뜨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217쪽)
또한 책 읽기는 어렸을 때의 땅파기와 동일한 것이었고, 대학에 들어가고 비평에 눈을 뜨는 순간에도 도서관에서 땅파기를 이어간 것이다. 여기서 땅파기는 모든 문학적 동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땅속에 묻혀 있다. 비평의 위대함은 바로, 그 불가시적인, 그리고 숨겨진 구조를 파내는 곡괭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은유의 문장을 좋아하는 것도 그것의 의미가 항상 문장의 심층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2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