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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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소설 읽는 맛을 잘 몰랐는데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잠 안 오는 밤에는 스릴러가 제격이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시간이어서 그럴까.

띠지에 있는 이 말을 일단 믿고 읽어보기로 했다.

"지난 10년간 스릴러 소설 중 단연코 최고의 작품!"

전대미문의 사이코패스 등장으로 3년 만에 다시 시작된 전설의 붉은 여왕 프로젝트.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천재 비밀요원 안토니아 스콧과

힘세고 성질머리 더러운 경찰 존 구티에레스가 범인의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모든 사건의 스토리에는 증거가 남는 법이지." (책 뒤표지 중에서)

심장을 쫄깃쫄깃 쫀득하게 해주는 스릴러 작품을 기대하며 《붉은 여왕》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후안 고메스 후라도.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다. 그의 작품들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16년, 스릴러 소설인 《흉터》는 당시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자책으로 뽑혔고, 안토니아 스콧과 존 구티에레스의 환상적인 케미가 돋보이는 《붉은 여왕》을 시작으로 《검은 늑대》,《화이트 킹》의 총 3부작은 전 세계 1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책날개 발췌)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안토니아 스콧은 하루에 3분만 자살을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 3분은 아주 짧은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니다. (…)

그녀는 프로포폴(간호사에게 뇌물을 먹여서) 같은 규제 약물을 구할 계획을 세우고, 1년 내내 얼어붙는 호수 중에서 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을 알아낸다(소리아에 있는 '네그라 호수').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건 별로 당기지 않는데, 우선 창문이 너무 작고, 혹시라도 상처만 입고 입원하게 되면 병원 식당에서 주는 구역질 나는 음식이 곧장 엉덩이 살로 갈 것 같아 찜찜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자살 방법을 생각하는 그 3분은 오로지 자신만의 3분이다. 그 시간은 신성하다. 그녀가 온전한 정신으로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6~7쪽 발췌)

소설의 시작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안토니아 스콧은 왜 그런 걸까. 어떤 사연이 있어서 자살을 생각하는 걸까. 그것도 하루에 3분만… 이렇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호기심이 일어나서 그다음 이야기까지 펼쳐보게 되었다.



그리고 소설은 소파에서 죽어 있는 십 대 소년을 보여주며 이 소설이 스릴러임을 잊지 않도록 상기시켜준다.

그 소년은 열여섯 살이나 열일곱 살밖에는 안 되어 보였다. 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있고, 한때 갈색빛이 돌던 그의 피부는 이제 소파 커버와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옅어져서 거의 투명할 정도였다. 삶의 모든 흔적이 몸을 떠났고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이 야위었지만,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은 정자세로 곧았다. 한쪽 다리는 다른 쪽 다리 위로 꼬고 있고, 오른손은 무릎에, 왼손은 진하고 거무스름한 액체가 가득한 와인 잔을 들고 있었다. 신발이나 양말은 신지 않았고, 맨발은 입술과 같은 청록색을 띤다. 눈은 뜨고 있고, 공막은 노르스름했다. 웃는 듯하게 살짝 열린 입이 꽤 외설적이었다. 아랫입술에서 피떡이 떨어져 턱의 패인 부분에 몰려 있었다. (58쪽)

그런데 그 와인 잔 안에는 와인이 아니라 피가 들어있었는데…….

"범죄 현장에는 피가 한 방울도 없습니다. 물론 컵만 빼고요." 박사가 말했다. 그 진한 액체는 소년이 손에 들고 있는 보헤미아 크리스털 유리잔 안쪽 벽에서 이미 굳기 시작했다. 그 살인자가 거기에 피를 부을 때, 분명 와인을 채우듯 잔을 가득 채웠을 것이다. (68쪽)



이 책의 제목 '붉은 여왕'을 보았을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올랐다. 거기에서 나온 이름 맞고, 책에서 앨리스와 붉은 여왕이 달리고 달리는 구절을 언급한다.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자신의 나라에서 가만히 있으려면 달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진화론에 따르면 포식자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적응이 필요한 거죠." (78쪽)

붉은 여왕 프로젝트는 유럽 연합의 각 국가에 있는 중앙 부서 및 특수 단위로, 언론에 숨겨야 했던 목표들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연쇄 살인마, 파악하기 어려운 폭력 범죄자들, 소아성애자, 테러리스트….

그리고 한 명의 붉은 여왕이 필요했는데, 그 여왕은 범죄 현장에 나타나서 보고 떠나는데, 진짜 경찰의 어깨너머로 보면서 변두리에서만 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3개월 전에 스페인에만 붉은 여왕이 없었는데, 마침내 그녀를 알아보고 발굴한 것이다.

맨 처음에 나오는 하루 3분 자살을 생각할 수 있는 안토니아 스콧 말고, 천재적인 붉은 여왕 안토니아 스콧이 눈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소설 속 세계에 몰입해서 읽어나간다.

"제가 볼 때, 이 살인자는 완전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실수를 저질렀어요. 그는 우리에게 두 가지를 남겼습니다… 두 가지를…." (123쪽)

두 가지가 무엇일까. 격하게 궁금하다. 그런 궁금증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을 끝까지 읽도록 만드는 원동력이고 작가의 필력이다.

이 책은 유럽 최고의 스릴러 작가로 불리고 있는 후안 고메스 후라도의 장르소설이다. 전 세계 1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거침없는 필력과 속도감,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으로 가득한 중독성 있는 이야기로 대중은 물론 비평가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안토니아와 존은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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