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 목소리는 어떻게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가?
존 콜라핀토 지음, 고현석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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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목소리에 관해 이렇게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단 몇 페이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일 수 있으니 말이다.

"놀라운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나는 지난 30년 동안 이런 책을 기다려왔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어떻게 말하고 들으며 정보를 교환하는지, 음악성 뒤에는 무엇이 있는지, 우리가 알고 싶고 궁금했던 모든 것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 나는 이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_대니얼 J. 레비틴 <뇌의 왈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박> 저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보이스》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존 콜라핀토. <뉴요커>와 <롤링 스톤>의 기자다. 어릴 때 성전환 사고를 겪은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롤링 스톤>의 기사로, 1998년 전미잡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 기사를 바탕으로 쓴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뉴욕의 저널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8부로 구성된다. 들어가는 말 '나와 성대 폴립'을 시작으로, 1부 '베이비 토크', 2부 '기원', 3부 '감정', 4부 '언어', 5부 '섹스와 젠더', 6부 '사회에서의 목소리', 7부 '리더십과 설득의 목소리', 8부 '백조의 노래'로 이어지며, 결론, 감사의 말, 주 등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의 <들어가는 글>을 보면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몇 년 전 <롤링 스톤>에서 일을 할 때, 저자는 직원들이 멤버가 되는 밴드의 리드 싱어를 하게 되었다. 막 40대에 접어든 상태였던 저자는 자신이 늙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냉큼 그 기회를 잡은 것이다.

리드 보컬로서의 장점은 성량이 풍부하고 음정이 거의 정확하다는 것이지만, 문제는 음악을 제대로 배운 적 없이 혼자 연습을 했다는 점이다.

노래하기 전에 목을 제대로 푼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성대를 구성하는 섬세한 진동 조직, 근육, 점막이 중년의 관절만큼이나 쉽게 손상된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오오~ 저자는 그렇게 열심히, 아주 열심히, 시간이 나면 틈틈이 최선을 다해 성대를 최대한 쥐어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노래했는데 목소리는 더 약해지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결국 목소리가 심하게 상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는데,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스티븐 자이텔스라는 목소리 전문의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자이텔스는 결론적으로 내가 다른 성대 손상 환자들과 거의 같은 과정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면서, 회귀후두신경(주로 성대의 긴장 상태를 조절하는 신경)을 계속 다시 훈련시켜 목소리의 톤을 낮추고, 아직 움직임이 가능하지만 이미 부담이 가중돼 있는 성대 점막 3~4%를 느슨하게 만들어 진동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목소리는 덜 거칠어지지만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람들이 목소리에 색깔, 생동감, 표현력, 개성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타고난 음의 높낮이와 크기 조절 능력, 즉 언어학에서 일상적인 말의 멜로디를 나타내는 '운율'을 조절하는 능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운율 조절을 통해 우리는 특정한 말의 메시지를 강화하거나 그 말과는 정반대의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19쪽)

"모노톤의 장막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말할 때 감정 표현이 제대로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음의 높낮이를 바꿀 수도 없고, 큰소리를 낼 수도 없는 거지요. 목소리가 선생님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하던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나는 한 번도 내 목소리의 변화를 의식적으로 인식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나니 내 표현의 범위가 실제로 줄어들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20쪽)

목소리라는 것에 대해 정의조차 내리기 힘든 상황이지만, 목소리에 대해 진지하게 다방면으로 접근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은 저자 자신의 경험이 큰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성대에 생긴 미세한 혹 하나가 저자의 목소리를 바꾸고 그의 모습도 바뀌었으니, 누구보다 절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써낼 수 있었을 것이다.



목소리에 관해서 이렇게 방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다각도로 짚어보았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목소리의 실체를 설명하는 것조차 어려운데 이 주제로 책을 쓰는 것이 가능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이렇게 완성해냈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던 아이가 자라면서 또렷하게 발음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처럼 말하는 기관을 모두 가지고 있음에도 유인원이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가 실제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암컷과 수컷의 목소리가 같은 동물과 달리 남녀의 목소리는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사진을 찍을 때 '추즈'라고 하지 않고 '치즈'라고 하는 이유는?

히틀러의 연설이 폭력 사태로 이어졌던 이유는?

오바마가 추도 예배에서 노래를 부른 이유는? (책날개 중에서)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궁금하다면 이 책에서 그 답을 하나씩 찾아보자. 전미잡지상 보도 부문 수상자 존 콜라핀토가 목소리의 세계를 낱낱이 파헤쳐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기자다. 전문가가 아니면서도 뇌과학, 인문학, 진화생물학, 인류학으로 목소리에 관해 다양하게 짚어준 것은 스스로의 경험에 의한 절실함과 일반인이 어떤 점에 호기심을 느낄지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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