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채식주의자 - 입맛과 신념 사이에서 써 내려간 비거니즘 지향기
정진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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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 그림을 보면 고양이들이 보인다. 물고기를 지향하는 고양이들과 풀 뜯어 먹고 있는 고양이로 나뉜다. 그중 어느 것이 정답인 것은 아니고, 각자 소신껏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라고 이들과 다르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신념과 소신 사이에서 방황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입맛과 신념 사이에서 써 내려간 비거니즘 지향기'라고 한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불완전 채식주의자》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정진아. 동물자유연대에서 반려동물&길고양이 정책을 담당하다 현재 사회변화팀에서 일하고 있다. 성남시 동물보호 담당 주무관으로 근무했고,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에서 활동가로 일했다. 네이버 동물판 동그람이에서 <정진아의 동물 청원 게시판>을 연재하며 인간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고민하는 중이다. (책날개 발췌)

한때 누구보다 고기를 좋아했고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내 입맛은 육식주의자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런 인간이 채식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어불성설로 느껴졌다. 훌륭한 실천가들 사이에서 '채식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나 자신을 생각하니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런 애도 하는데 나도 한번?'의 대상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완벽한 실천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인간은 아니더라도 '쟤보다는 내가 낫겠다' 싶어서 시도해 볼 엄두를 내게 만드는 계기 정도는 가능할 법도 싶었다. 때로는 누가 봐도 경탄스러운 성공담보다 그저 그런 지질한 실패담이 더 용기를 줄 때도 있지 않던가. (10쪽)

이 책에는 총 18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상에서 채식을 처음 접한 날, 고기를 끊겠다고 다짐했던 계기, 음식이라 불리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암컷 동물과 인간 여성 간 억압과 착취의 유사성, 당신에게 당연한 삶이 우리에게도 당연해지기를, 거짓된 평등을 내세우는 차별주의자들에게, 채식을 지향한 지 10년 만에 채식의 유행을 맞이하며, 비난을 위한 비난은 무엇도 바꾸지 못한다, 혐오의 대상이자 변화의 희망이기도 한 인간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사실 그냥 식성 차이로 채식을 하는 것보다 소신에 의해서 채식의 길로 간 사람들이 몇 배의 노력을 하는 것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육식주의자 그 자체였던 저자라니, 이건 정말 대단히 노력에 노력을 더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면서도 저자는 완벽한 채식주의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며 자신만의 걸음으로 꿋꿋이 해내는 것이어서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의 저자는 환경단체에 자원활동을 신청한 이야기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물론 처음에는 활동가가 오므라이스에서 햄을 빼달라고 요청한다거나, 김밥에서 햄과 달걀, 맛살까지 빼놓고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놀라던 초보자였다. 하지만 점점 다른 부분까지 이해하게 된 것이다.

당시 접했던 실천 방식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않았더라도 그 시간을 거치며 음식을 선택하는 기준이 맛과 영양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음식을 선택할 땐 나를 위하는 동시에 다른 존재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 사실에 대해 처음으로 자각했다. (23쪽)

나는 그저 식성에 따른 채식 지향의 삶을 살고 있지만, 저자는 그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그 노력과 좌절을 반복하는 마음이 더 실감나게 와닿았다. '맞아, 맞아'하며 읽은 부분은 '한 사람이 평생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해도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매일 먹고 싶은 음식을 이렇게나 열심히 참고 있는데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43쪽)'같은 문장이다.



채식에 관한 책이 다양한 시선에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이 책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잘 하는 사람들이 가르치려는 듯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실패와 좌절을 거듭한 이야기가 더욱 인간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집중하며 읽어나가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이래라저래라 혹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랬다는 것을 담담하게 들려주니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의 저자 악셀 하케는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리석은 사람들과 토론하지 마라. 그들은 당신을 자신들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린 뒤, 숙련된 기술로 당신을 두들겨 팰 것이다.

품위도 예의도 없으며 진실과 거리가 먼, 어리석은 자들은 바닥까지 치닫는 저급한 수준에 정통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 책의 구절과 같이 상대에 대한 존중과 관용이 없는 이들과의 토론은 어떠한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오지 못한다. 채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활동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상대의 입장과 의견에는 마음을 닫아 버리고 비난과 혐오를 전제로 한 태도는 기분만 상하게 할 뿐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올바른 생각을 하고 윤리적으로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의견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스스로의 우월함에 빠져 상대를 내려다보는 시각으로 강요를 한다면 당연히 그 누구도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211~212쪽)

육식과 비육식은 종교만큼이나 다른 이에게 억지로 권하기 힘든 부분이다. 오히려 강하게 다가오면 아무리 옳은 신념이라도 거부감이 일어나는 법이다. 그러니 이 책처럼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정도로 다가오는 것이 부담이 없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듣는 듯 이 책을 읽어나갔다.



그저 어딘가 나와 같은 이가 있다면, 애매한 윤리의식과 적당한 비겁함에 자책을 연발하면서도 동물과 지구에 해를 덜 끼칠 방법을 계속 찾아 헤매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냥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 보자고 권하고 싶다. 지금 이 책 너머로 눈을 맞추고 있는 모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완벽하지 않고 가끔은 완전히 실패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생각은 없는 선량한 고집쟁이들에게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본다. (236쪽)

이 책은 정말 채식이 어렵겠다고 생각되는, 타고난 육식주의자의 채식이야기여서 더욱 시선을 집중하며 읽어나갔다. 저자는 이십 대 중반의 어느 날, 고기를 끊기로 다짐했는데, 동물학대와 전 세계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공장식 축산업의 실태를 자세히 알게 된 이후였다고 한다.

그런데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생각처럼 완벽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아닌 불완전 채식주의자로 계속 살아가겠다는 것이다.

저자의 불완전하지만 소신껏 자신의 발걸음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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