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식대로 삽니다 - 남인숙의 쇼핑 심리 에세이
남인숙 지음 / 해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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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쇼핑 심리 에세이라고 하여 관심이 갔다. 그동안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을 주로 읽어왔지만, 본격적인 쇼핑 심리에 관해서는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쇼핑'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미니멀리즘에 관해 생각할수록 중요한 것은 얼마나 버리느냐가 아니라 어떤 것을 소유할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니 쇼핑에 대해 진지하게 사색하는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쇼핑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떼어서 바꾼 돈을 다시 무언가와 교환하는 행위다. 내 인생과 바꾼 대상이 무엇인지, 또 그에 대한 태도가 어떤지가 어떻게 사소한 일이 될 수 있겠는가. 실제로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사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단적으로 말하면 쇼핑은 곧 그 사람이다. 따라서 쇼핑이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 이 책이 당신만의 쇼핑 철학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장악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으로 안내하기를 바란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에서 들려주는 쇼핑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 『내 방식대로 삽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남인숙. 한국과 중국을 합해 38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통해 '여자들의 멘토'로 사랑받아 온 작가가 쇼핑 심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쇼핑하는 태도가 삶을 대하는 자세와 다르지 않으며 당신이 사는 것이 당신을 말해준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자신만의 쇼핑 철학을 통해 스스로 삶을 장악하고 변화시켜 나갈 지혜와 노하우가 담겨 있다. (책날개 발췌)

쇼핑은 삶 그 자체다. 매일 이어지는 선택의 배경이고 그 형태가 쌓여 인생의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쇼핑은 가장 쉽게 행복해지는 방법 중 하나다. 사람들은 이 쾌감을 경계하지만 제대로 산 물건이 주는 행복감은 뜯어보지도 않은 택배 상자가 쌓여가는 중독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7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물건을 사지 않는 쇼퍼홀릭'을 시작으로, 1부 '당신이 사는 것은 당신을 말해준다', 2부 '대체 센스는 어디 가서 사나요?', 3부 '이제 모든 물건은 소모품이다', 4부 '좋은 쇼퍼의 조건, 정리'로 나뉜다.



쇼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그러니 이 책에서 표현하는 쇼핑에 대한 이야기가 내 시선을 끌었다.

저자는 매대 위를 굴러다니던 모자 하나를 무심코 쓰고 거울을 봤는데, 그게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기분은 전에 느낀 적 없는 위로와 쾌감이었다는 것이다. 그건 한 번도 본 적 없는 막연한 타인들과의 이상한 교감이었다고.

그런 모자를 디자인하고 유행시킨 누군가의 심상이 의도한 대로 내게 와서 맞아떨어진 것이니 그게 교감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질적인 존재와 연결되는 느낌은 세상과 자신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때론 그 감정이 한 사람을 구원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낯선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문학 작품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25쪽)

나는 사실 쇼핑에 그다지 취미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묘하게 설득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흥청망청 쇼핑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아, 이래서 쇼핑을 하는구나!' 생각하며 나에게 맞는 물건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무언가를 산다는 것은 내가 필요로 하는 감수성만을 추출해 흡수하는 행위(27쪽)인 것이니까.



이 책은 읽을수록 내 마음을 간파당하는 것 같아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특히 「안 사본 사람들이 어쩌다 더 큰 낭비를 하는 이유」를 보며 엄청 뜨끔했다.

일상에서 쇼핑을 잘 하지 않는 이들은 어쩌다 하는 쇼핑의 효율이 좋기를 바란다. 이왕이면 돈 쓴 티가 나고 한동안 쇼핑을 다시 안 해도 될 만큼 좋은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가격에 상관없이 좋아 보이는 것을 사는데, 그런 쇼핑이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크게 투자한 쇼핑이 만족스럽지 못하니 다시 의욕을 잃고 쇼핑 무용론자로 돌아간다. 생필품처럼 필요한 물건은 그때그때 손에 닿는 것 중에서 싼 것으로 채운다.

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건 '찾아오는 쇼핑'이다. 본인이 직접 쇼핑을 하러 다니지는 않지만 어쩌다 쇼핑 기회를 만나게 되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구 사들이기도 한다.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본 TV 홈쇼핑 물건이 좋아 보여 3년 걸려도 다 못 쓸 세트 상품을 주문한다든지, 친구와 함께 걷다가 들어가 본 가게에서 뭔가를 마구 산다든지, 아는 사람이 추천하는 물건을 검증도 하지 않고 종류별로 싹쓸이하는 식이다. 단 하나의 유인 요소만 있어도 기다렸다는 듯 폭풍 같은 쇼핑을 한다. 쇼핑 경험이 없다 보니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용도에 따른 적절한 소비 방향과 규모를 가늠하지 못하고 사게 되는 것이다. (85~86쪽)



쇼핑과 인생이 이렇게도 잘 맞아떨어지다니 감탄하며 읽었다. 쇼핑을 기준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이해하면 이렇게 할 이야기가 풍부해진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저자는 「좋아하는 것을 살 것인가 어울리는 것을 살 것인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그걸 구현하기 위해 선택한 도구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조차도 인정하기 싫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생의 순간과 연관 지어 이야기하는 데에서 나는 마음을 두드리는 무언가를 느꼈다.

공교롭게도 그즈음 나는 커리어에서도 변화와 선택의 시기를 맞고 있었다.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무언가 선택을 해야 하는 고비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건 주기적으로 다녀간다. 내가 내 취향이고 소신이라고 붙잡고 있는 태도들이 정말 내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둥인지 실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싫은 고집이었던 건지 생각해봐야 하는 순간이. (134쪽)



작은 선택에 서툴면 큰 선택도 서툴다

쇼핑도, 연애도, 인생도,

후회 없이 똑부러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실전 지침서

산다는 행위와 물건에 지배당하지 않는 기술 (책 뒤표지 중에서)

미니멀리스트와 쇼퍼홀릭 사이에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보통이 아니다. 특별하게 다가왔다. 사람의 심리를 건드려주니 아마도 미니멀리스트이든 쇼퍼홀릭이든,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쇼핑도, 연애도, 인생도, 모두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금껏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쇼핑이 그저 지름신이 내려서 아무거나 지르는 것이라 생각했다면, 이 책이 그 생각을 바꿔줄 것이다.

쇼핑에 대해 삶의 자세와 인간 심리와 연관지어 짚어주니 쇼핑에서 인생을 배우는 기분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통찰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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