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유리멘탈 개복치로 판정받았다 - 예민한 나를 위한 섬세한 대화 처방전
태지원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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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불안해질 때, 대화 도중에 쉽게 지칠 때,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낄 때, 내면의 대화로 무기력해질 때, 사이다킥 대신 이불킥을 날릴 때……. (책 뒤표지 중에서)

그럴 때 이 책에서는 말한다.

"나의 예민함이 아니라 너의 무례함이 문제야."라고 말이다.

신경 쓰다 보면 한이 없는데, 똑 부러지게 그렇게 생각하고 넘긴다면 곱씹으며 이불킥할 필요도 없겠다.

이 책은 유리멘탈인 입장에서 무한공감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되어 읽어보고자 했다. 예민한 나를 위해 어떤 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하며 이 책 《어느 날 유리멘탈 개복치로 판정받았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태지원.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교사로 근무하다 5년간 남편을 따라 중동에서 살다가 귀국했다.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유랑선생'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다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명화를 주제로 한 에세이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을 출간했다. (책날개 발췌)

앞으로 이어지는 글에서 예민한 사람들이 마주치게 되는 대화 패턴이나 인간관계 문제 그리고 그에 따른 처방전을 이야기하려 한다. 더불어 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면의 사고방식도 제시하고자 한다. 물론 내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가 많다. 나는 타인의 무례한 이야기를 다 받아칠 만한 순발력과 대담성을 가졌다거나, 엄청난 대화기술을 소유한 사람이 아니므로 완벽한 처방전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다만 예민한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가 될 만한 이야기, 작은 용기를 드릴 만한 이야기를 담아본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어느 날, 유리멘탈 개복치라는 판정을 받았다'를 시작으로, 1장 '감정과 마음 달래기', 2장 '조금 달라도 괜찮다', 3장 '산뜻하고 가벼운', 4장 '외로움을 놓아두기', 5장 '내면의 서늘함을 달랠 때', 6장 '그냥 유리멘탈 개복치로 살아남기'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방패 없이도, 두 발을 땅에 잘 딛고 서 있을 당신을 위해'로 마무리된다.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어보면 좋겠다.

-대화 도중 쉽게 지치고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끼는 유리멘탈 개복치와 예민보스

-스스로의 완벽주의와 높은 기대치로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들고 대화 자체가 피곤한 사람

-무례한 대화에 사이다킥을 날리고 싶으나, 하지 못하고 대신 이불킥을 날리는 사람

-내면의 대화 때문에 도리어 무기력해지고 마음이 괴로워지는 사람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읽어나가다가 문득 피식 웃으며 '아, 그랬지' 생각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의 무게를 한 뭉텅이 덜어놓는다. 생각을 조금은 더 가볍게 만들어도 되겠다.

상대의 반응을 민감하게 살피며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은, 남들이 나에게 관심이 많다는 착각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내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불편한 감정을 안겨줄까 염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상대의 기분은 엄연히 그 사람만의 선택 영역이다. 내가 타인의 감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일종의 오만일 수 있다. (22쪽)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상대방이 무례하다고 떠넘기고 내 마음의 무게는 조금 덜어두어도 괜찮겠다.

나는 누군가의 말에 상처 입을 때마다 '상대가 내 멘탈을 깨트린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무례한 사람은 일관성 있게 무례했고 못된 사람은 어디에나 일정 비율로 존재했다. (23쪽)



요즘은 카페 게시판 등에서 '제가 예민한 건가요?'라는 질문을 제목으로 글을 올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보통은 예민한 거 아니라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힘을 내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예민하다고 이야기하며 그 사람의 감정을 차단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렴풋한 생각에 저자의 이야기를 더하니 공감이 배가된다.

자신이 잘못했음에도 상대방의 예민함을 탓하는 이들은 타인의 감정이 진실로 어떠한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들이 자신에게 부정적 감정을 털어놓는 상황 자체를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한다. 본인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 역시 피하길 원한다. 불편하고 어색한 상황을 피하고 자신의 책임감을 덜기 위해 상대방에게 예민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59쪽)



읽어나가다가 문득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후련한 문장을 만난다.

가볍게 여기자. 귀로는 들어도 마음으로는 듣지 말자. 인생발달단계는 각자 스텝으로 가는 것이다. 당신은 비정상이 아니다. (93쪽)

괜히 듣고는 마음에 담아두고 더부룩한 느낌 갖지 말고, '귀로는 들어도 마음으로는 듣지 말자'라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그렇게 해야겠다.

이 말도 괜찮다.

사이다킥을 날리기 어렵다면 '어쩌라고'와 '아님 말고'의 정신은 머릿속에 담아두자. 마음속으로 내 편을 드는 것도 방법이다. 지나치게 비장한 마음과 태도를 털어버리는 게 나을 때도 있다. 가벼운 생각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221쪽)



멘탈을 다이아몬드처럼 깨지지 않는 단단한 재질로 바꾸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어려운 일을 만나도 흔들거린 마음이 다시 제자리로 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주거나, 깨진 마음을 어딘가에 조심히 주워 담을 수는 있어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런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256쪽)

저자의 전작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을 읽으며 생각한 적이 있다. '위로'라는 것이 힘내라는 격려의 말보다는 자신의 속마음이나 상처를 꺼내보여주는 데에서 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그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히 유리멘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들을 공감하게 만들고 있는 책이다. 거기에 물론 나도 포함된다. 그렇게 유리멘탈들을 위로하며 속 시원하게 해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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