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
김달님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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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라는 제목에서 벌써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표지 그림을 보니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한 사람이 있다.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라는 글 만으로도 나는 문득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 삶은 이렇게 문득 뒤돌아보았을 때 비로소 '지난 시절'이라는 깨달음이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생각에 내 생각을 이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무언가 생각할 소재를 건네받고 조용히 사색에 잠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를 읽으며 그런 시간을 보냈다.



이 책의 저자는 김달님.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나의 두 사람》을 썼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무사히 이곳으로 건너왔음으로', 2장 '마음을 생각하게 돼', 3장 '떠오르는 얼굴들'로 나뉜다.

이 책에는 봄에 하는 일, 보리차가 빨리 식는 계절, 정말로 필요했던 건, 상상하는 뒷모습, 시월의 글쓰기 수업, 시절의 우리, 이 기분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어, 눈은 펑펑 내리고, 그대로 두어도 좋을 마음, 아마도 어둠 속에서 우리는, 이야기는 어디에서 오나요, 희망하는 얼굴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글을 쓰나 보다. 마음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읽다 보면 문득 툭, 하고 진한 그 마음이 내 앞에 놓여있다. 그게 힘이 되는 글이다.

혼자 하는 음악은 전보다 더 외롭겠지.

같은 노래를 몇 번이나 고치다가 다시 괴로워질 때면 옆을 봐.

아마도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어둠 속에 함께 서 있을 거야. (209쪽)



보통은 책을 읽을 때 책날개에서 저자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이구나,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겠구나, 때로는 생김새까지 알 수 있게 사진을 첨부해놓고, 때로는 언급한 직업을 보며 선입견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자신에 대해 별로 풀어놓지 않았다. 이름과 소개만으로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도록 장벽을 쳐두었다. 하지만 그건 나름 호기심을 키워주는 방법인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하나씩 글 속에 숨겨놓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교생이 사십여 명인 작은 학교에서 글쓰기 수업 요청이 왔다. 몇 년 전 단편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두어 번 가본 적 있는 면에 있는 중학교였다. 글쓰기 수업은 다른 어떤 일보다 신중하게 고민하는 편임에도 이 수업은 선뜻 하겠다고 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연락을 주신 담당 선생님의 메일에서 아이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느껴져서였고, 하나는 나 역시 전교생이 오십 명 내외인 작은 중학교에 다녔다는 공통점 때문이었다. (112쪽)

그렇게 베일에 싸인 작가에 대해 그의 글을 읽으며 조금씩 알아갈 수 있으니, 생판 초면인 사람을 하나씩 알아가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는다. 그렇게 읽는 마음도 나름 괜찮았다.



웃기보다 어려운 일. 혼자 못 하는 일. 울음을 덜어낸 후에 샘솟는 힘이란 정말 반듯하고 단단해서 책을 덮을 즘엔 잘 살아나갈 용기가 빛처럼 가득하다. 그리고 외치지 않을 수 없어진다. 김달님은 어쩜 이름도 김달님이야! 삶에 완전한 어둠은 없다는 걸 알려주는 건 달이 가장 잘 하는 일이다.

_김혼비 《다정소감》, 《아무튼, 술》 저자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 저자는 또 책을 내겠구나, 아니, 낼 수밖에 없겠구나. 그런데 그 생각을 나만 한 것은 아닌가 보다.

작가의 다른 독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작가님이 다재다능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덕분에 계속 글을 써주실 테니까요."라고 댓글을 남겼고, 택배로 선물을 보냈는데 꼼꼼히 포장한 상자 안엔 편지와 만년필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만년필 뚜껑엔 '쓰는 사람, 김달님'이라는 각인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고 말이다.

다음에 들려줄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섬세한 작가의 표현과 마음 씀씀이 덕분인가 보다. 나 또한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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