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이름이자 강력한 말이다.
마법사가 외우는, 혹은 영혼이 응답하는
가장 강력한 주문보다 더 강력한 말이다.
-찰스 디킨스
가장 먼저 고향 이야기가 나온다. 1910년부터 1949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산의 작은 섬, 영도라는 공간과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어떨지 궁금해하면서 읽어나간다.
이 책의 책날개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이 부분을 읽고 보면 본격적으로 작품의 내용에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소설 《파친코》는 내국인이면서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처절한 생애를 다룬 작품이다. 구상부터 탈고까지 30년이 걸린, 작가 이민진의 혼이 담긴 이 대작은 그녀가 1989년 예일대 재학 시절 참석한 강의에서 느낀 분노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로 따돌림 당하다 자살한 어느 일본 중학생의 이야기는 선천적인 이유로 상처 받아야 하는 이들에 대한 슬픔을 느끼게 했다.
이러한 분노와 슬픔에서 탄생한 소설 《파친코》는 단순한 도박 이야기가 아니라, 멸시받는 한 가족이 이민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투쟁적인 삶의 기록이며 유배와 차별에 관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부산 영도의 기형아 훈이, 그의 딸 선자,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그의 아들 솔로몬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핏줄의 역사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일본에서 가혹한 차별과 가난을 견디면서 이방인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도전에 맞서 살아간다. 이들은 정체성에 관한 의문과 끊임없이 마주하면서 필사적인 투쟁과 힘겹게 얻은 승리를 통해 깊은 뿌리로 연결되어 하나가 된다. (책날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