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 나무처럼 단단히 초록처럼 고요히, 뜻밖의 존재들의 다정한 위로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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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이다. 요즘 반려동물까지는 자신이 없어도, 반려식물은 들여놓고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그러니 책을 보아도 '식물'이라는 단어가 보이면 '어디 한번 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관심이 생길 때에 책도 더 쏙쏙 들어오는 법. 그러니 이 책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를 읽으며 초록이에게 어떻게 위로받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정재은. 운명처럼 만난 작은 집 덕분에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를 썼고, 흔들릴 때마다 자신을 깨우쳐주는 존재들 덕분에 또 한 권의 책을 쓰게 되었다. (책날개 발췌)

우리 집엔 두 개의 계절이 머물고 있습니다. 하나는 늘 푸른 초록의 계절이고, 하나는 꽃이 피고 지고 잎이 피고 지는 나무의 계절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날마다 두 계절을 오가며'를 시작으로, 1장 '변함없는 X 깊어지는, 겨울', 2장 '나아가는 X 피어나는, 봄', 3장 '더해가는 X 짙어지는, 여름', 4장 '지켜가는 X 비워내는, 가을', 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1도만큼의 여행'으로 마무리된다.

잠깐의 해를 흘려보내지 않는 까닭, 빈 화분에서 자라나는 새 시작들, 봄은 이렇게 온다, 오늘 핀 풀꽃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사람, 식물을 가꾸듯 나를 가꾸는 하루, 살아남는 일에 지치지 않도록, 감정 가지치기, 어떠한 순간에도 잎들은 자라난다, 눈으로 가꾸는 일, 오늘'도'가 아니라 오늘'은', 여름의 끝에서 알게 된 것들, 사라지는 것들이 음악이 된다, 잎의 수를 세는 마음, 인생 그래프는 마치 무늬아이비 잎처럼, 남겨진 사람에서 남은 사람으로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저자의 전작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를 읽으며 남 얘기가 아닌 듯 느꼈던 기억이 난다. 서재에 대한 생각이나 옛 물건들에 대한 생각을 보며 비슷한 성향이라 생각했다. 불편하지 않음에도 부족하다 느끼는 건 마음이 다른 곳을 바라보기 때문이라던 문장과 그 생각들에 소소한 일상을 인식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식물 이야기를 들고 왔으니,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초록이를 키우는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놓치지 않고 들려주어 '아, 그렇구나' 생각하며 읽어나갔다.

더 자라지도 새잎이 나지도 않지만,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모르지 않다. 어떤 날은 어제 같기만 한 날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더 나빠지지 않음에 감사하는 날들이 있다. (17쪽)

이런 느낌의 책이 좋다. 식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식물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그런 것 말이다. 결국 우리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식물을 통해 계기를 마련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날을 견디는 데 한 줌의 햇살이면 충분하잖아.(17쪽)"라는 말처럼, 초록에게 하는 건지 자신에게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하며 화분 하나쯤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같이 해를 쬐다가 잎에 쌓인 먼지를 닦아주는 그 여유. 그런 시간이 힐링을 선사해주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식물 키우기 부분에서는 왕초보에서 약간 벗어난 정도이지만, 생각만큼은 깊어서 이 책만의 개성이 있다. 식물을 키우는 이야기와 함께 인생살이에 대해서도 생각에 잠긴다.

여름날 나무에게서는,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불필요한 물건은 물론,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를 침잠시키는 생각들, 굳이 떠올리거나 곱씹지 않아도 될 말, 그런 것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 같은 것 말이다. (140쪽)

문득 식물을 키운다는 것도 일종의 수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지치기는 무성함 대신 단단함을 선택한 결정이며, 맥시멈보다 미니멀이 삶의 균형을 이루기도, 자기다워지기도, 그래서 편안해지기도 쉬운 전략이란 사실을 나무는 일찍이 알려주고 있었던 셈(141쪽)이다.

직접 식물을 키우면 물론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그냥 에세이를 읽으면서라도 생각에 잠기고 식물에 위로받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소소하게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이어도, 사실 우리에게 같은 날은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준다. 식물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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