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정재은. 운명처럼 만난 작은 집 덕분에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를 썼고, 흔들릴 때마다 자신을 깨우쳐주는 존재들 덕분에 또 한 권의 책을 쓰게 되었다. (책날개 발췌)
우리 집엔 두 개의 계절이 머물고 있습니다. 하나는 늘 푸른 초록의 계절이고, 하나는 꽃이 피고 지고 잎이 피고 지는 나무의 계절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날마다 두 계절을 오가며'를 시작으로, 1장 '변함없는 X 깊어지는, 겨울', 2장 '나아가는 X 피어나는, 봄', 3장 '더해가는 X 짙어지는, 여름', 4장 '지켜가는 X 비워내는, 가을', 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1도만큼의 여행'으로 마무리된다.
잠깐의 해를 흘려보내지 않는 까닭, 빈 화분에서 자라나는 새 시작들, 봄은 이렇게 온다, 오늘 핀 풀꽃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사람, 식물을 가꾸듯 나를 가꾸는 하루, 살아남는 일에 지치지 않도록, 감정 가지치기, 어떠한 순간에도 잎들은 자라난다, 눈으로 가꾸는 일, 오늘'도'가 아니라 오늘'은', 여름의 끝에서 알게 된 것들, 사라지는 것들이 음악이 된다, 잎의 수를 세는 마음, 인생 그래프는 마치 무늬아이비 잎처럼, 남겨진 사람에서 남은 사람으로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저자의 전작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를 읽으며 남 얘기가 아닌 듯 느꼈던 기억이 난다. 서재에 대한 생각이나 옛 물건들에 대한 생각을 보며 비슷한 성향이라 생각했다. 불편하지 않음에도 부족하다 느끼는 건 마음이 다른 곳을 바라보기 때문이라던 문장과 그 생각들에 소소한 일상을 인식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식물 이야기를 들고 왔으니,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초록이를 키우는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놓치지 않고 들려주어 '아, 그렇구나' 생각하며 읽어나갔다.
더 자라지도 새잎이 나지도 않지만,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모르지 않다. 어떤 날은 어제 같기만 한 날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더 나빠지지 않음에 감사하는 날들이 있다. (17쪽)
이런 느낌의 책이 좋다. 식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식물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그런 것 말이다. 결국 우리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식물을 통해 계기를 마련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날을 견디는 데 한 줌의 햇살이면 충분하잖아.(17쪽)"라는 말처럼, 초록에게 하는 건지 자신에게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하며 화분 하나쯤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같이 해를 쬐다가 잎에 쌓인 먼지를 닦아주는 그 여유. 그런 시간이 힐링을 선사해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