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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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를 이야기하는 『도파민네이션』이다. 피로사회에서 도파민으로 버텨내는 현대인을 위한 인간, 뇌, 중독 그리고 회복에 대한 안내서라고 한다.

'중독'이라니…. 글쎄 이걸 중독이라고까지 해야 하는 건가, 도통 모르겠다고 생각될 무렵, 이 책의 글이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준다.

디지털 세상의 등장은 이런 자극들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 세대에게 쉴 새 없이 디지털 도파민을 전달하는 현대판 피하주사침이 됐다. '나는 아직 무언가에 중독된 적이 없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장담컨대 머지않아 자주 찾는 웹사이트에서 그것을 만나게 될 것이다. (6쪽)

이 책에서 말하는 중독이란 무엇일까. 넓게 봤을 때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이 자신 그리고/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강박적으로 소비·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27쪽)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또한 과학자들은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보편적인 척도로서 도파민을 활용한다고 한다. 뇌의 보상 경로에 도파민이 많을수록 경험의 중독성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기대하며 이 책 『도파민네이션』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애나 렘키.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 중독의학 교수, 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이다.

약물이든 쇼핑이든, 관음증이든 흡연이든, 소셜 미디어든, 우리 모두는 하지 않았으면 하거나 후회하는 행동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소비가 우리 삶의 동기가 된 세상에서 강박적 과용에 대처하는 과학적 처방을 제시하고 일상에서 쾌락과 고통을 관리하는 실천적 방법을 담으려 노력했다. (7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머리말 '탐닉의 시대에서 살아가기'를 시작으로, 1부 '쾌락과 고통의 이중주', 2부 '중독과 구속의 딜레마', 3부 '탐닉의 시대에서 균형 찾기'로 이어지며, 맺음말 '저울의 교훈'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는 어찌 보면 하나하나의 사례는 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자신과의 접점, 인류와의 접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말이다.

왜, 우리는 전에 없던 부와 자유를 누리고 기술적 진보, 의학적 진보와 함께 살아가면서 과거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워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모두 너무나 비참한 이유는, 그런 비참함을 피하려고 일을 너무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64쪽)

특히 쾌락과 고통은 쌍둥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신경과학자들은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쾌락과 고통이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대립의 메커니즘을 통해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쉽게 말해 쾌락과 고통은 저울의 서로 맞은편에 놓인 추처럼 작동한다는 것. 그리고 오랫동안 과도하게 중독 대상에 기대면, 쾌락-고통 저울은 결국 고통 쪽으로 치우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희망적인 소식도 알아두어야겠다.

물론 희망적인 소식은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충분히 기다리면, 우리의 뇌는 중독 대상이 없는 상황에 다시 적응하고 항상성의 기준치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린다. 저울이 수평을 이루는 셈이다. 뇌의 저울이 수평을 이루면, 우리는 산책하기, 해돋이 구경하기, 친구들과 식사 즐기기 등 일상의 단순한 보상에서 다시 쾌락을 맛볼 수 있다. (78쪽)



경쟁주의와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수많은 시험과 자격증들, 과도한 업무량과 빼곡한 일정들, 그러면서도 높은 수준의 집중력과 학습효율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늘 피곤한 청소년들과 어른들은 주의력을 높이고 불안과 불면을 해결하기 위해 도파민을 입에 털어 넣는다. 쾌락을 절제없이 탐닉하고 행복을 초조하게 갈망하는 현대인들은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게임, 쇼핑 등을 통해 강박적 과소비에 탐닉하고 도파민 과다복용을 통해 쾌락-고통 저울의 눈금을 억지로 돌린다.

이 책은 피로사회에서 도파민으로 버텨내면서도 그 중독의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우리들의 뇌에선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냉철하게 알려주고, '어떻게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가'를 의학적으로 조언한다. 쾌락을 행복인 양 조급하게 찾아 헤매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_정재승, 뇌과학자, 『과학콘서트』 『열두 발자국』 저자

이 책을 읽고 솔직히 좀 혼란스러웠다. 어디까지가 중독이고, 거기에서 헤어나와야 맞는 건지, 거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부분은 차치하고, 이 책에서 들려주는 핵심은 이렇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고 해도 되겠다. 즉, 쾌락과 고통이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서로 맞은 편 추처럼 작용하는 것이니, 섣불리 쾌락을 좇아 조급하게 달려가지 말고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하루를 어떻게 사용할지 깊이 생각해보았다. 보다 폭넓게 중독과 삶과, 인간의 뇌와 인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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