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에게도 기분이 좋아지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그러는 데에는 어느 여름날의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덥지근한 날이었다. 조금만 걸으면 땀이 삐질삐질 흘러서 불쾌하던 때였다. 그날 나는 한 정거장 거리를 걸어가야 했는데, 걸으면서 온갖 안 좋은 생각들이 나를 휘어잡아 괴로웠다. 이게 뭔가,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 도대체 신은 있는 건가 등등.
하지만 그 생각들은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날씨와 환경 등 물리적인 영향이 마음까지도 지배한다는 것을 단단히 느낀 날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내가 어떤 것을 먹고 무엇을 하면 기분이 나아지는지 차곡차곡 생각을 모아두고 있다.
사이토 다카시는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하다고 했다. 나는 떡볶이를 먹으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그렇게 하면 행복해진다는 절대적인 행복론을 구축해 놓으면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무언가 기분이 안 좋은 생각이 불쑥 떠오른다면, 일단 멈춤. 어쩌면 그 생각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멈추고, 환경을 바꾼다. 날씨 때문일 수도 있다. 습기가 많고 후덥지근하거나 너무 춥거나, 그런 것 모두 위험하다. 그리고 배가 고파도 안 좋으니 맛있는 것 먹고……. 나에게는 떡볶이와 크림수프가 힐링푸드다. 떡볶이로 스트레스를 확 날려주고 크림 수프로 보드랍게 감싸준다.
그리고 오늘 하나 더 추가한다. 바로 《기분 좋아지는 책》이다. 이 책은 일단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기대감을 끌어올려 주고 기분을 좋게 해준다. 그리고 내 안의 거대한 걱정과 함께하는 솔직하고 기발한 이야기라고 하니, 이 책을 보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아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