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를 위한 변론 -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와 윤리적 육식에 관하여
니콜렛 한 니먼 지음, 이재경 옮김 / 갈매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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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이라는 면에서 보면 다들 똑같지만, 상세히 보면 제각각 다양하게 나뉜다. 마찬가지로 하루 세끼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다들 엇비슷하지만, 무엇을 먹고 사는지에 대해 짚어보면 다양하게 나뉜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그동안 접해왔던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와 윤리적 육식에 관하여' 짚어본다는 것이 어서 읽어보고 싶었다.

특히 이 책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은 책날개에 발췌된 본문 내용을 보고 나서였다.

"내 연구는 소가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라는 혐의가 본질을 흐리는 그릇된 주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주장은 과장됐을 뿐 아니라 위험하다. 소와 소고기 때리기는 우리가 정말로 집중해야 할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가 지구온난화의 주요 동인을 밝히고 그 동인을 막기 위해 쏟아야 할 에너지와 관심을 엉뚱한 데로 돌린다. (…) 가축의 진정한 역할을 이해하려면 일단 자극적 슬로건과 미끼 링크를 넘어서야 한다. 가축과 기후의 진실은 복잡 미묘하게 얽혀 있다." _본문 중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서 이 책 《소고기를 위한 변론》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니콜렛 한 니먼. 환경보호단체 워터키퍼 얼라이언스의 수석변호사로 일했으며, 가축의 공장식 사육을 혁파하기 위한 캠페인을 주도했다. 최근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과 가축 복지 향상의 옹호자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책날개 발췌)

첫 지구의 날 이후 수십 년이 흘렀다. 환경운동가와 동물의 식용사육을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 목축과 소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여전하다. 지구온난화 우려가 이 문제에 새로이 기름을 부으면서 소고기 논쟁은 주류 담론과 정쟁에 편입됐다. 30년 넘게 채식을 고수한 이력이 있는 평생의 환경운동가로서 나는 그들의 비판에 누구보다 친숙하다. 하지만 그 비판에 대한 믿을 만한 대응은 별로 보지 못했다. 특히 당사자인 소고기산업의 대응이 가장 실망스럽다. 하지만 이제 나는 엄마로서, 소를 기르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어느 때보다 우리 행성의 건강 회복에 열심인 사람으로서 성실과 열정을 다해 그 비판들에 대답할 필요를 느낀다. 이 책이 나의 대답, 소고기를 위한 나의 변론이다. (서문 8~9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소와 지구', 2부 '소고기와 사람', 3부 '현실 그리고 미래'로 이어진다. 1장 '기후변화와 소, 허구와 진실 사이', 2장 '풀, 소를 먹이고 지구생태계를 살린다', 3장 '물, 오염과 부족은 소 탓이 아니다', 4장 '생물다양성, 방목의 재발견', 5장 '흙, 목축으로 사막화 늦추기', 6장 '자연이 사람의 미래다', 7장 '소고기는 어쩌다 건강의 적이 되었나', 8장 '우리는 왜 소고기에 끌리는가', 9장 '문제 해결을 위한 선택', 10장 '윤리적 잡식주의자를 위하여'로 나뉜다.



저자는 '여러분의 의심을 비난하지 않는다. 아직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방금 내가 한 말은 여러분이 오랫동안 다양한 출처에서 숱하게 들었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될 테니까.'라며 우리가 믿지 못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그동안 근거 없는 신화로 상식처럼 알고 있던 사실들에 정반대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은 소와 소고기에 대한 변론인 동시에 현대 농업과 현대 식습관의 폐해에 대한 고발이다. 여러분이 소고기 비판자이든 옹호자이든 지금부터 시작하는 여정을 함께했으면 한다. 이 여정에서 동의하는 부분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생길 것이다. 출발선에서 여러분의 관점이 무엇이었든, 끝날 때에는 새롭고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기를 바란다. (19쪽)

나는 그동안 취향에 따라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해왔고 다른 이들의 식사 취향을 터치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어느 한쪽을 몰아가는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 같은 것 말이다.

"어떤 것이 기후변화에 더 나쁜가? 햄버거를 먹는 것? 아니면 사륜구동 대형 차량을 모는 것?" 그런 기사들은 으레 햄버거가 더 나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환경을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소고기를 끊는 것이 더 좋다는 제언으로 끝을 맺는다. (24쪽)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으로 몰아가기 식의 기사나 책 속의 글은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 책은 그동안 극단적으로 상식처럼 몰아갔던 것들을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상식인 줄 알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을 못하고 살아왔지만, 이번 기회에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짚어본다.



그러고 보면 채식 육식 논쟁은 일부러 극과 극으로 싸움을 붙이는 경향이 있다. 매 끼니를 육식을 하며 지내거나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상 우리 대부분은 적당히 가끔씩 챙겨먹는 것 아니겠는가.

이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보기에 좋았다. 특히 저자는 <가축은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에 필수적이다>라는 글을 썼는데, 그 글에서 육류를 둘러싼 지금의 논쟁은 필요한 논조와 진실성이 결여됐다고 꼬집었다.

현재의 육식 논쟁은 양극화와 과잉 일반화가 특징이며, 한편에는 완강하게 방어적인 애그리비즈니스를, 다른 한편에는 억지스럽고 공격적인 채식운동가들을 출전시켜 싸움을 붙이는 양상이었다. 나는 "일부 비건의 맹렬한 육류 반대론은 20세기 초 금주론자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그들 중 일부는 심지어 사과나무가 사과술의 원료라는 이유로 사과나무를 도끼로 공격했다. 그때의 금주론처럼 지금의 육류 반대론도 극단주의로 치닫는다." 나는 진짜 문제는 가축사육이 아니라 공장식사육이라고 강조했다. 축산의 산업화가 비건과 채식주의자를 넘어 미국 대중 사이에 육류산업에 대한 환멸을 낳았고, 그 환멸이 점점 더 폭넓게 퍼지고 있다. (377쪽)



"니먼은 해묵은 반反 소고기 속설들을 하나하나 깨부순다. 고기 소비가 세계의 기아를 야기한다? 천만에. 가축은 작물 재배가 어려운 지역에 사는 사람이 대부분인 전 세계 10억 빈민에게 중요한 식량이자 환금수단이 된다. 축산이 삼림을 파괴한다? 숲이 개간되는 주요 이유는 콩 재배이며 거기서 나는 콩이 소 사료로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적색육과 동물성지방이 심혈관질환의 원인이다? 그런 오해를 퍼뜨린 1953년 키스의 연구는 정작 둘 사이의 어떠한 인과관계도 보여주지 못했고, 대중을 진정한 유해식품인 트랜스지방과 첨가당의 치명적 손아귀에 밀어 넣었을 뿐이다. 지나친 방목이 미국 서부를 망쳤다? 그렇지 않다. 서부를 망친 것은 부적절한 방목과 심지어 방목 부족이었다. 저자의 의도는 우리 마음을 돌리는 데 있지 않다. 세계를 구하는 데 있다."

《LA타임스》

'소 사육을 멈추고 소고기를 먹지 않으면 기후문제가 괜찮아질까? 진짜 문제는 사육 방식에 있는데?'

이 책에서는 질문을 던진다. 그 부분에 대해 누군가가 제대로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랐는데, 저자가 그 생각을 충족시켜주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주로 극단적인 위치에서 서로를 비방하던 책들을 읽어와서 그런지, 이 책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소고기를 위한 변론이라는 제목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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